<경주마권세의 국세 전환 논의 활발>
―“조세의 응익원칙에 위배” 학계 이의제기
―부산거주자 전화베팅하면 마권세는 과천으로
―사이버 및 인터넷 베팅 시행되면 문제 야기될 듯
부산에 거주하는 시민이 전화로 서울경마를 베팅했을 때, 세금은 어디로 내야할까?
현행 지방세로 분류돼 있는 경주마권세를 국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학계의 지적으로 마권세가 다시 한번 조세 연구가들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경마지방화와 인터넷 베팅이 이뤄지는 시점에서는 지역간 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을 뿐아니라 조세의 응익주의(거주자는 거주지역에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것)에도 어긋난다는 점에서 많은 논란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지난 7월 안경률(한나라당, 부산, 건설교통위)·김일윤(한나라당, 경북 경주, 문화관광위)·김광원(한나라당, 경북, 건설교통위)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지방세법 개정안」이 현재 계류중이고 정부 역시 지난달 21일 「지방세법중 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데, 무엇보다 현행 100% 지방세로 과세되는 경주마권세는 조세응익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일단 국세로 전환한 뒤 각 지역에 보조금으로 지원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조세연구가는 마권세가 지방세로서 불리한 점을
▶첫째 지방재정 이론상 지방세의 원칙은 ‘정주성(定住性)’이 기본인데 이에 위배된다는 점,
▶둘째 지방자치 단체간의 재쟁력 격차가 발생되는 세목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수직적 평등은 이룰 수 있을지 몰라도 경마장 소재지와 비소재지 간의 수평적 불평등은 더욱 가속화된다는 점 등을 지적한다.
또한 최근에는 경주마권세에 부과하는 교육세 역시 지방세법으로 통합해 국회 법률을 개정하는 작업이 추진중이라 지역간 재정불균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지난 한 해동안 경마장이 소재한 과천시는 매출액 4조원의 호황에 힘입어 마권세로만 2천억원 이상을 확보할 수 있었고 그밖에 각 지점이 소재한 서울 10개 구는 최고 1백억원에서 최소 12억원의 세수를 걷어 들였다.
―경주마권세의 최대 수혜자는 과천시
지난 61년 이후 국세에서 지방세로 이양된 마권세는 전체 마권 발매액의 10%가 부과되는데 이 중 과천본장의 경우 발생한 마권세의 70%는 경기도로, 나머지 30%는 과천시로 흘러 들어간다(올 해부터는 경기도가 97%, 과천이 3%로 개정).
수도권과 전국 각지에 분포한 25개 지점은 인구 50만명 이상의 시 일 경우, 경기도가 35%, 과천시가 15%, 그리고 나머지 50%는 지점 소재지의 세수로 확보되며 50만명 이하의 시는 경기 49%, 과천 21%, 장외지점 소재지 30%로 분할된다.
따라서 연간 4조원에 육박하는 마권 매출액으로 인해 지난해 발생한 마권세는 총 3천4백억원이고 이 중 2천1백89억원이 과천시로 유입됐으니 매년 재정자립도 1위를 기록하는 과천시의 재정상태를 마권세가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방세인 경주마권세를 국세로 환원하라
학계에서조차 경주마권세의 분류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지방화 시대를 맞아 지방세의 강화는 바람직한 측면이 있고, 마권세는 그 성격상 지방세에 적합하다고 의견이 모아지나 국내 여건상 경마장 소재지가 과천 한 군데 뿐이고, 그나마 지점도 수도권 일원에 집중돼 있어 여타 지역과의 재정 불균형이 심하다는 것 역시 동감하고 있다.
즉, 마권세 수입이 지방재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자치단체들은 경쟁적으로 지방경마장 유치 및 지점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중인데 과거에 비해 지방자치가 실질적으로 보장된 현행의 합법질서 아래에서는 마권세가 지방세로서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경주마권세를 특별소비세, 주세 등과 함께 소비세로 묶어 개편, 국세로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어 관심을 끈다.
―사이버·인터넷 베팅 등 도입되면 조세의 정주성 더욱 흐려져
거시적으로 보면 경마를 즐기는 인구는 전국 각 지에 분포했지만 정작 납부하는 세금은 자기 지역 발전에 기여하지 못하고 서울, 과천 등 수도권 지역에 보탠다는 점에서 불합리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즉, 담배의 경우 타지역에서 구매했을 때, 일시적인 소비에 그치게 되므로 세금의 정주성이 논의되기 어렵지만 경마는 담배처럼 구매지역이 다양하지 못하고 과천과 수도권 일대에 집중돼 있어 경남, 호남, 강원, 충청 등 전국 각지의 경마팬들이 과천을 비롯한 경기도와 서울 재정에 상당 부분 보태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미 전화베팅이 활성화된 시점에서 앞으로 인터넷 베팅을 비롯한 사이버 공간에서의 마권구매가 이뤄질 경우에는 세금 납부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질 수 밖에 없다.
―최근까지의 논의 어떻게 전개됐나
정부가 교육세의 지방세법(안)을 국회에 상정한 이후 경주마권세의 지방세로서의 적합성을 비롯해 지방세법의 강화가 미칠 영향 등이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다.
지방자치의 구현을 위해 지방재정자립을 돕는다는 중앙 정부의 취지는 인정하면서도 지금의 재정불균형을 해소하고 조세의 정주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경주마권세 및 교육세의 국세로의 전환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견해가 상당수다.
행정자치부가 지난 9월에 실시한 조세정책 세미나에서도 이같은 의견이 개진되면서 현행 지방세로 유입되는 경주마권세는 국세로 전환해 각 지역의 교부금 형식으로 지원을 해주면서 지역간 재정 격차를 최소화 해야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선진 경마시행국 중에서는 영국, 프랑스, 뉴질랜드, 홍콩 등이 마권세를 국세로 부과하고 있고 반면, 지방 자치가 현실화된 호주와 독일은 전적으로 지방세로 분류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각 나라의 현실과 정치형태에 따라 조세정책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며 우리의 현실에서는 조세의 형평성을 우선시 할 것이냐, 지방자치의 구현을 우선시 할 것이냐를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다.
작 성 자 : 이희경 pinklady@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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