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권 발매 집계, 어떻게 이뤄지나?

일평균 4백80여억원, 경주 당 43억원 가까이 발매되는 마권.
경주마와 기수들이 예시장에서 지하마도를 통해 전광판 앞을 지나며 아나운서에 의해 소개된 다음에도 총마권 발매액은 마감시의 삼분지 일도 안되는 적은 액수다.
발매마감 10분 사이에 무려 20억에 가까운 마권이 팔린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마사회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그 짧은 시간 안에 신속하고 정확한 배당률 집계를 하는가?
한국마사회 과천 본장건물 지하에 있는 전산실을 방문해 그 속사정을 들어봤다.

삼엄한 경비로 외부인 출입차단
지하계단으로 내려가서 전산실 출입구를 거치는 동안 두차례의 검문을 받은 후에야 출입을 허락받을 수 있었다. 예시장과 경주로를 이어주는 지하마도 옆에 위치한 그곳은 마권의 발매, 각 장외발매소와 본장간의 연결, 배당률 산정, 마사회 홈페이지를 통한 실시간 배당률 전송, 결승선 통과 후 10 여분 안에 경주동영상 업로드, 그리고 본장의 경주실황을 모니터와 장외발매소에 양질의 화질로 전송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마사회의 경마개최와 관련된 가장 핵심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에, 그만큼 외부에 공개하기 어렵고, 안전경비가 삼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신속정확한 배당률 집계의 메커니즘
경마팬들이 발매창구에 앉아있는 경마종사자에게 마권구매표와 돈을 건네주면, 발매원은 단말기에 구매표를 통과시킨 후 금액을 맞춰본 다음, 확인 버튼을 누르는 것이 현재의 가장 기본적인 마권 발매 방식이다. 그럼 이러한 현금투표기 외에, 계좌투표기와 전화투표를 관장하는 단말기가 몇 대인지 알아보자.
과천본장                                   장외발매소
현금투표기 : 560 대                       현금투표기 : 1004 대
계좌투표기 : 164 대                       계좌투표기 :  345 대
전화투표기 : 100 대
...................                                 ...................
총 824 대                                 총 1349 대

이렇게 총 2173 대의 마권발매 단말기가 원활한 마권 발매를 위해 운영되고 있다.
단말기를 통해 팔려나간 마권은 즉시 과천 본장의 주전산기에 집계된다.
장외발매소와 과천본장 사이에는 광케이블로 연결되어 있고, 전화투표 단말기는 전화국에 전용회선이 설치되어 있어 주전산기에서 신속한 배당률 산정이 가능하다.
주전산기는 총 3대가 있는데, VAX7710 기종으로 주기억장치 512MB(일반PC 64MB, 128MB
), 6GB의 순간처리 용량을 갖고있는 고가의 장비다. 주전산기 옆에는 통신장치가 있어서 수없이 깜빡이고 있는데, 그것은 단말기에서 마권이 찍힐때마다 주전산기에 들어오는 신호의 횟수다. 발매마감 시간에 임박해서는 엄청난 신호가 몰리기 때문에 깜빡임이 거의 없을 정도로 빨갛게 불이 켜져 있다.
현재 마권발매기의 종류는 MARKⅡ 기종과 MAX3000 그리고 무인마권 발매기(PROBE)가 있다. 그외에 국산발매기도 현재 열 대가 시범운영 중에 있으며 조만간 국산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한다. 전화투표 발매기는 일반 PC방식의 TINY-TIM(99003)의 중앙제어장치가 100대의 전화회선을 제어하고 있으며, 계좌투표기는 SAAT(99004)가 통제하고 있다.

경찰청 교통관제센터 수준의 본장과 각 지점의 연결망
전산실의 한쪽 벽면에는 전국의 장외발매소를 표시한 대형전광판이 있다. 각 장외발매소의 상황을 보여주는 버튼이 있고, 장애나 에러가 발생하면 노랑, 빨강색으로 색깔이 바뀌면서 위험을 표시한다. 여러개의 모뎀을 하나로 묶은 NOD라는 장치가 있어서, 본장과 각 지점간의 배당률 전송과 신호를 연결해 준다. 혹시 장외발매소 한곳의 통신이 두절되면 다른 장외발매소로 우회해서 연결할수 있도록, 다자간 통신 시스템의 구축으로 거미줄처럼 연결망이 완비되어 있다.

한국경마 전산화의 발전상
마권 발매원들이 뛰어다니며 마권을 나눠주던 일제시대부터 종이에 펀칭으로 구멍을 뚫어서 마권을 발매하던 때가 불과 20년 전이다. 1984년 1월 17일, 마사회 1년 수익금보다 비싼 16억(미화 1,590,000달러)상당의 장비를 수입하여 마권발매 전산화가 시작됐다.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마사회 최초의 리스(LEASE)방식을 도입하여 기계를 들여왔을 만큼, 전산화에 대한 집념은 강했다. 뚝섬 시대를 마감하고 과천 이전을 추진하면서, 대규모 수용 시설에 걸맞는 빠르고 신속한 배당률 집계를 위해, 마사회는 새로운 투자를 하게 된다. 바로 1989년도에 도입된 AUTOTOTE사의 오토트랙Ⅱ 시스템(현재 제주경마장)이 바로 그것이다. 과천 서울 경마장의 넓고 안락한 시설은 경마가 사행성이 강한 도박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주말을 가족과 함께 즐길수 있는 레저 공간으로서의 토대를 마련케 했다. 이것은 곧 경마 인구의 폭발적 증가를 유발시켰고, 매출액 증대에 따른 기술적 문제를 해결키 위해, 발빠른 투자가 이뤄진 것이다. 10 년이 지난 지금, 그보다 훨씬 뛰어난 방식의 배당률 집계 시스템(VAX 7710)으로 업그레이드 된 상태다. 무궁화 위성을 통해 경주영상을 각 장외발매소로 전송하는 지금, 앞으로 보급될 미래적 마권투표 방식인 인터넷 베팅은 어떻게 운영될 것인가?
또한 발전적인 제도 시행에 앞서 이를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전산실은 어떻게 적응, 소화해 낼 것인지 기대된다.

【손성호 기자 notinell@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