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상주의 한적한 시골길을 가다 산기슭을 바라보노라면 파란 지붕의 비교적 큰 건물이 눈에 띈다. 바로 내륙에서 가장 먼저 경주마생산을 시작한 유정목장이 새롭게 둥지를 마련한 곳이다.
시유지를 임대해 말생산을 하고 있는 이곳의 목장주는 장용석씨. 현재 생산자겸 마주이기도 하다. 내륙에서 경주마생산을 처음으로 시도, 자신만의 노하우로 경주마생산의 꿈을 이뤄가고 있는 중이다.
또다른 도약을 준비하는 유정목장(경상북도 상주시 모서면 화현리 소재)을 찾았다.

내륙목장의 첫 삽을 뜨다
87년 장용석 마주가 경주마 생산에 뛰어든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우연이지만, 어쩌면 필연일지도 모른다.
7남매중 맏이던 장마주는 한순간에 가장이 되는 아픔을 겪었고, 동생들을 보살피기 위해 젖소목장을 손수 운영해야 했다. 그러다 수정사자격증을 따기 위해 원당에 머물다가 말목장을 알게 되었다.
이후 장마주는 당시 목장장에게 사정을 해서 7개월여를 무보수로 일을 하면서 마필관리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당시는 몰랐지만 목장장이 부친의 대학후배로 남모르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런 그에게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기념식수를 위해 원당목장을 찾은 이건영 마사회장이 그에 대해 듣게 되었고, 마필분양을 지시했던 것이다.
당시는 아무리 말목장을 하고 싶어도 마사회에서 분양을 해주지 않으면 불가능했던 시기로 장마주에게는 천우신조의 기회가 온 것이다.  
5두의 씨암말을 분양받은 그는 젖소목장을 처분해 빚을 갚고 남은 돈으로 괴산 하천부지에 첫 둥지를 마련했다. 그나마 국공유지를 택했기 때문에 목장지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의욕만을 가지고 시작한 말생산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한해에 4두까지 폐사시키기도 했다. 마사회에 목장부서가 있었지만, 하나밖에 없는 내륙목장을 위해 진료, 생산지도 등의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어렵게 얻은 기회를 살리기 위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직접 체험하면서 배우며 , 그렇게 내륙목장의 첫 삽을 뜬 것이다.

혈통보다는 육성이 먼저다
시작부터 넉넉지 않은 형편이었기에 계속해서 어려움이 뒤따랐다. 괴산 산기슭의 국공유지를 임대한 두 번째 목장에서는 부인까지 말을 보살피는 일을 해야 했다.
지금도 유정목장은 단 두명이 운영하고 있다. 장마주가 하루 대부분을 마필 관리에 보내고 있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지금까지 빚이 없이 목장을 운영해온 것에 대해 스스로 대견스럽게 생각한다.
그는 처음부터 말에 대해 심도있게 공부하고 시작했으면 시행착오가 적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혼자서 내륙에서 말생산을 하다보니 지원을 기대할 수 없었다. 말목장이 많은 제주도에는 여러 가지 지원이 이뤄졌지만, 내륙에서 혼자하다보니 결국 모든 일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배워야 했다. 그렇지만 이런 경험이 자립도 높은 현재를 만들 수 있었다.
최근 비싼 씨암말을 도입하는 생산농가가 늘고 있다. 장마주도 나름대로 좋은 씨암말을 구입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지금은 제대로 된 육성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몸으로 마필생산과 육성을 배우면서 노하우를 쌓은 것이 있다면, 아직은 혈통보다는 육성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그는 과거 미국에서 우량젖소 1,2위마를 교배한 것을 복제해서 미국과 한국에서 같은 조건으로 육성을 했지만 결국 2배에 달하는 차이가 난 사례가 있다며, 결국 혈통도 중요하지만 환경과 노하우가 차지하는 부분이 더욱 크다고 얘기한다.  
내륙목장이 겪는 어려움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종부를 위해서 최소 4시간 이상 마필을 직접 수송해 원당목장을 찾아야 한다. 또한 갑작스런 사고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도 큰 어려움이다. 이런 이유로 폐사되는 마필도 상당수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내륙에 속속 마필생산농가가 생기면서 그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유정목장의 희망이 뛴다
유정목장은 현재 15만평의 부지위에 세워져 있다. 내륙목장으로는 상당한 초지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장마주는 좋은 말을 생산하기 위해선 방목을 잘 시켜야 하는데, 산비탈을 개간한 초지라 마필의 생김새는 볼품이 없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보기만 좋은 제주도의 일부 마필보다는 단련된 마필들에게 더욱 정이 간다.
현재 유정목장에서는 매일같이 워킹머신을 이용해 마필운동을 시키고 있다. 여름철에는 방목을 위주로 하지만 날씨가 쌀쌀한 계절에도 운동을 시키기 위해서다. 그리고 여름에도 마필이 방목지에 처음 방목시킬 때만 뛰고 말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인위적인 운동을 시키고 있다.
그동안 유정목장에서 자체 생산해 경주로에서 활약한 마필들은 상당수에 달한다. 그중에서 경마팬이면 누구라도 알만한 마필들이 바로 ‘개포성’,‘대마루’,‘베틀산’,‘승전봉’,‘우리두리’,‘천풍’이다.
장마주가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마필은 바로 코리안오크스에 출전하는 ‘토종고수’다. 비록 경주경험이 세 번에 불과하고, 장거리에 대한 부담이 있지만 다른 출전마들과 엇비슷한 조건이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올려 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한다.
올해 경마공원에 입사를 준비중인 마필은 모두 4두, 경매도 있지만 여러 이유로 해서 개별거래를 통해 입사시킬 예정이다.
또한 내년에는 10두정도의 망아지가 경주로에 데뷔할 준비를 하고 있다.

장용석 대표 인터뷰
― 경주마 생산에 참여한지 14년째인데, 경주마 생산을 시작하게된 계기가 있다면
▲ 축산에 대해 생소했었는데,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7남매의 가장이 되었다. 당시 7남매 모두가 학생이었기 때문에 86년 젖소를 키우게 되었고, 수정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원당에서 실습을 하면서 경주마에 대해 알게 되었다.
경주마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에 7개월 동안 목장에서 일을 할 수 있었고, 87년 4월5일 기념식수를 하던 이건영 마사회장의 배려로 씨암말 5두를 분양 받으면서 경주마 생산에 참여하게 됐다.

― 유정목장은 지대가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처음 목장을 시작한 곳은 충북 괴산의 하천부지를 이용했었다. 그러나 얼마되지 않아 옮겨야 했고, 재정적인 여유가 없다보니 국공유지를 임대해야 했다. 결국 면적을 고려해서 얻게 된 곳이 높은 지대였다.
현재도 시유지를 임대한 것이다. 경사가 심하다보니 부상의 위험도 많지만 한편으론 마필들이 튼튼해지는 이점도 있다.

― 내륙 경주마생산자협회 대표를 맡고 있는데, 내륙 경주마생산협회를 결성하게 된 이유는
▲ 사실 경주마 생산은 제주도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 내륙에서 경주마 생산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이 여간 큰 것이 아니다.
그리고 원당목장이 있지만 거리가 멀기 때문에 내륙목장에서 도움이 필요한 제 때에 받기가 쉽지 않다. 이런저런 이유로 내륙에서 경주마 생산을 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현재 14개에 달하는 내륙목장이 있는데, 아직도 지원이 극히 미흡한 상태다.
그래서 내륙목장의 독립적인 사단법인을 생각했고, 농림부에 내륙 경주마생산자협회 법인화를 신청했다. 쉽지 않겠지만 승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 최근 마주중에서 경주마 생산에 뜻을 두고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조언을 해준다면
▲ 마주가 생산에 참여하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말에 대해 알게 되면, 직접 생산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어려운 선택일 것이다.
특히 내륙목장이라면 처음부터 하나하나 새롭게 배워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경주마생산을 직접 한다는 보람을 찾기 위해서라면 모를까 지금 당장 수익을 바라본다면 권하고 싶지 않다.

― 보유한 씨암말을 보면 퇴역마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유가 있다면
▲ 우선은 재정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 빚을 지지 않고 목장을 운영하려다 보니 비싼 마필을 구입하기 어렵다. 그리고 오랜 경험으로 볼 때 아직은 혈통을 찾기엔 너무 이르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혈통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제대로 된 육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1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완전한 육성 노하우를 찾은 것은 아니다. 향후 육성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게 될 때, 혈통을 고려한 좋은 씨암말을 도입할 계획이다.  

― 유정목장에서 생산한 마필인 ‘토종고수’가 코리안오크스에 출전한다. 소감은
▲ 자체 생산한 마필중 1군까지 승군한 마필이 상당수가 된다. 성적이 좋은 마필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아직 세 번밖에 뛰지 않은 ‘토종고수’가 코리안오크스에서 과연 어떤 성적을 올릴지 모르겠지만 출전한다는 것이 대단히 영광이다. 15일 내륙경주마생산자협회 회원들과 관람을 계획하고 있다.  


작 성 자 : 권순옥 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