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베팅, 새로운 혁명이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입증됐듯 우리나라는 IT 부문에서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인터넷이 보급된 지 채 10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어느덧 우리 생활 속에 깊이 파고들어 이제 인터넷 없이 지낸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인터넷은 음악감상, 영화감상 등 문화생활을 가능케 함은 물론 원거리에 있는 지인들과도 가깝게 대화할 수 있는 수단이 될 뿐만아니라 전 세계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하나의 창이 된다.
은행 업무는 물론 재택 근무까지 가능케 하며 우리 사회를 일대 혁신으로 몰아넣은 인터넷이지만 경마산업만큼은 예외다.
새로운 제도 도입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는 가운데 경마산업의 전환점이 될 인터넷 베팅제에 대해 알아본다.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

인터넷 베팅 어떻게 하나
한국마사회는 자체 홈페이지(www.kra.co.kr)를 통해 경마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와 기록 등을 제공한다.
회원등록을 마치고 로그인하면 누구나 경마 당일 출마표, 출전마 변경사항, 경주 결과 및 배당률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경주가 끝난 직후에는 동영상까지 볼 수 있고 기수, 조교사, 경주마에 관한 각종 기록과 자료, 사진 등도 제공받을 수 있다.
마사회는 말등록 홈페이지를 별도로 개설해 중요한 정보로 활용되는 경주마 혈통 및 체계, 등록 정보에 대해서도 자세히 제공해 준다.
경마 시행체의 홈페이지인 만큼 각종 자료나 콘텐츠의 다양성 면에서는 국내 경마관련 사이트 중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추가로 요구되는 것이 실시간 동영상 제공 및 인터넷 마권 구매다.
인터넷 하나로 세세한 정보부터 마권구매까지 가능케 할 인터넷 베팅제는 회원들에게 인터넷으로 실시간 배당률을 확인하면서 마권을 구입하고 동영상으로 경주를 지켜본 후, 적중 금액을 자신의 계좌로 입금해주는 서비스다.

제도 도입 위해 어떤 준비하고 있나
한국마사회 전략기획팀과 사업팀, 전산팀 등은 지난 2000년까지 인터넷 베팅제 도입에 관한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마사회를 관장했던 문광부는 ‘시기상조’를 이유로 사업승인 불가 방침을 세웠고, 또한 농림부로 환원된 이후 실시된 마사회 경영진단에서도 부정적인 입장이 피력돼 현재 인터넷 베팅제 도입은 전면 보류 상태다.
한편, 기술적인 면에서는 현재 개발팀에서 신발매 전산시스템 프로젝트를 개발 중에 있으며 제도 시행이 결정된 이후 세부적인 기술 개발·보완 작업과 홈페이지 제작 등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훈 개발팀장은 “현재 추진 중인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으로 볼 때 기술적인 문제점은 없다”면서 제도 도입이 결정되면 시험 기간까지 총 “6개월 가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영진단에서 드러난 인터넷 베팅제의 허와 실>
마사회 경영진단을 맡은 삼성경제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터넷 베팅을 실시할 경우, ▲장외지점 혼잡도 완화, ▲마권 구매 편의 도모 및 경마 전국화에 기여, ▲신규 경마팬 유입 기대, ▲투자수익률 제고, ▲불법·음성 도박행위 양성화 통한 세수 확대, ▲해외 도박 사이트 이용 억제함으로써 외화 유출 방지 등이 긍정적인 효과인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사행행위 활성화에 따른 사회문제 대두 우려, ▲도박성과 중독성의 강화, ▲경마가 베팅으로 전락할 가능성 내재, ▲마사회 이미지 제고에 타격, ▲사설경마 확대 우려, ▲불법적 마권구매행위 가능성 등이 부정적인 효과로 꼽혔다.
전략적인 면에서는 경마가 지속적으로 성장함으로써 시장지배력이 여타 갬블보다 크며 이로인해 인터넷 베팅을 먼저 시행할 경우 다른 경쟁업체가 뛰어들 빌미를 제공할 수 있고, 장외지점 및 지방경마장 설치를 스스로 제한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면을 종합할 때, 인터넷 베팅제 도입은 잠정적으로 유보하는 한편 장외지점 확대가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전화투표·모바일 투표 확대, 인터넷 통한 정보 제공, 시뮬레이션 게임 제공을 통한 서비스 확대 등은 필요하며, 경쟁업체에서 인터넷 베팅제를 실시하거나 내국인 카지노가 확산될 조짐을 보인다면 경마산업도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인터넷 베팅제 도입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경마, 경륜, 경정, 체육복권, 카지노 등 모든 갬블산업의 인터넷 사업 분야는 동일하게 규제돼야 한다는 뜻이다.

세제 개편 선행돼야
인터넷 베팅제 도입을 위해서는 우선 세제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 레저세(구 마권세)는 지방세로 징수되는데, 각 지점이 수도권에 편중됨으로써 지역간 불균형을 초래할 뿐만아니라 조세의 정주성, 보편성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화투표 이용객이 늘면서 조세의 응익원칙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인터넷 베팅은 이같은 불만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현재 지방세로 징수되는 레저세를 국세로 전환하는 작업이 우선 이뤄져야 할 것이며, 이를 각 지방에 교부금 형식으로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베팅 도입에 관한 농림부의 견해
결론부터 말하면 농림부는 경마산업에 인터넷 베팅제를 도입하는 것에 회의적이다. 지난 2000년 무렵 이미 문광부가 승인을 거부한 사업에 대해 농림부가 태도를 바꾸는 것이 부담스러운 눈치다.
농림부 한 관계자는 (인터넷 베팅제 시행으로) 사행성이 더욱 강해져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높아 현재로선 시기상조며, 다른 경쟁 산업에서 먼저 제도 시행하기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격적인 경영, 그 시발점은 인터넷 베팅제다!
여타 선진경마시행국에 비해 한국은 여전히 경마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열려 있다. 카지노, 경정, 체육복권 등 경쟁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경마의 선점적 지위는 계속되고 있다.
그만큼 시장지배력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한국마사회나 농림부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인터넷 베팅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언제까지 경마산업의 성장이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사양화로 접어든 다른 나라의 예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정상에 있을 때 오히려 공격적인 경영으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터넷 사업이 사회 모든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데 왜 경마만 예외냐’하는 경마소비자들의 볼멘 소리에 마사회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인터넷 베팅제 도입은 경마산업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