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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십수만의 팬이 입장하고 수백억대의 매출을 올리는 경마공원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재결, 발주, 순위판정, 방송실…’ 등의 마사회 주요 집무 부서는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경마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견학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기회가 없던 차에 이번에 “1일 명예 재결위원” 행사가 경마팬과 경마전문지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돼, 첫 번째로 참관할 수 있는 자격이 생겼다. 그간 마주나 경마팬 모니터들을 대상으로는 행사가 있었으나 경마팬들을 대상으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모든 경마팬들이 불신하고 있는 재결업무 견학은 기자도 무척 궁금해하던 부분이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1일 명예 재결위원” 참관은 재결실의 업무를 보고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돼 여러 집무부서 견학이 있었으나, 여기서는 가장 관심이 많았던 재결에 관해서만 다루고자 한다.
모든 스포츠가 다 마찬가지겠지만 경마에서 심판의 공정성은 백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여타 스포츠에서 심판의 판정은 경기의 흐름을 뒤바꿔 놓는 것에 비해서, 경마에서 심판의 판정은 결과 자체를 뒤바꿔 놓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중요성만큼이나 그 인원과 그들의 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았다. 일단 ‘3심합의’로 이루어지는 심판을 담당하는 재결위원 3명을 비롯해 행정·집행위원 7명, 감시탑 담당 4명과 수의 위원들이 업무를 보조하고 있었다. 이들은 평소 새벽훈련 참관, 기수들을 대상으로 한 재결교육, 마체검사, 능력검사, 장구 승인 등의 업무를 하며 경마일에는 실제 경주를 앞두고 많은 사전 준비가 따랐다. 특히 실전 경주 전 재결미팅을 통해서 각 경주별 특이성과 기승하는 기수의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 철저하게 조사를 한다.
대부분 생각하는 “심판은 단순히 한 경주가 이상 없었는지 판정만 하면 된다.”라는 생각 자체가 오산이었다. 예컨대 “어떤 경주마가 승군순위가 몇 위인지, 그로 인해 일부러 승군을 피하지는 않았는지” 같은 미세한 부분까지도 모두 체크하는 것을 보고, 사실 많이 놀랐다.
실제 경주가 시작되면, 경주에 대한 총괄적인 지휘 역시 심판이 맡는다. 경주 중에는 쌍안경과 모니터를 통해서 감시하고, 경주가 끝나면 지하1층 심의실로 바로 이동해 다양한 각도에서 경주를 몇 차례 분석한다. 여기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측면화면 외에도 정면화면, 후면화면을 볼 수 있고 또 미심쩍은 경주마 한 두만 집중적으로 관찰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 감시 카메라 12대가 운영된다)
다양한 화면분석이 끝나면, 경주중 문제가 있는 기수(간혹 조교사)를 심의실로 호출하고 경주 중 문제점에 대해서 진술을 청취한후 심의를 한다. 이날 가장 장시간 동안 심의가 있었던 경주마는 12경주의 2번 ‘과천웅풍’(기수 양희진). 기승법 부적절로 2일간의 기승정지 판정이 내려진 양희진 기수의 ‘과천웅풍’이 기승정지를 당한 사유는 “아무리 추입마지만 선두마를 따라잡기 위해서 더 일찍 선두권에 붙었어야했는데, 상황 대처 능력이 떨어졌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기자의 생각으론 ‘과천웅풍’이 뛰어난 능력마도 아니고, 직전경주 2위를 차지한 경주에서도 제일 하위권에 있다가 추입을 한 것이었음으로 당시와 똑같은 기승이었기 때문에 큰 하자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양희진 기수 역시 같은 항의를 반복했으나 2일간의 기승정지는 피하지 못했다. 재결이 이와 같은 결정을 한 것은 “비슷한 상황에 대해서 여러 번 반복해서 주의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개선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사실 상당히 미묘한 부분이기 때문에 재결의 ‘기승정지 2일’은 상당히 뜻밖이었다. 그러나 정확한 판정 외에 공정한 경마를 유도하는 것이 재결의 중요한 기능이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한편으로는 고개도 끄떡여졌다.
경마일 하루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러한 재결 업무 외에도 발주, 방송, 순위판정 등 다양한 업무를 참관하는 것은 무척 다리품을 팔아야했다. 그러나 다리품을 판 것만큼, 보고 느낀 것이 많은 하루였다. 특히 심판에 대한 불신은 직접 가서 보고 느끼면 많이 해소될 것이라고 자부한다.
‘1일 명예재결위원’을 참관하는 하루 동안, 경마팬은 배팅을 할 수 없다고 한다. 대부분의 경마팬은 배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좋은 체험 기회를 놓치지 않나 생각된다. 단지 배팅 때문에 포기하기엔 너무 아까운 기회가 아닐까?
【김중회 기자 rin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