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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경 기자 eheek@krj.co.kr】
“4급 대리 vs 노조위원장”
서먹하게 당선 축하인사를 건네는 기자에게 황위원장은 “축하를 받아야할지… 위로를 받아야할지…”랬다.
주어진 자리에서 시간 내에 할당된 일만 하면 되는 마사회 4급 대리가 고생을 자처해야 할 노조위원장 자리보다 어쩌면 낫기 때문일 터.
“선거 준비를 하면서 한 번도 내가 떨어질 거란 생각 안 해봤습니다. 1차 투표에서 정운하 후보가 15표 정도 앞섰다는 걸 알았을 때, 그제야 비로소 떨어질 수도 있구나 퍼뜩 생각이 났죠”
이례적으로 네 명이나 입후보 한 이번 선거는 전임 노병준 위원장이 4표 차 신승을 거뒀던 3년 전과 마찬가지로 박빙이었다. 1차 투표에서 모든 후보가 과반 획득에 실패하자 1위를 기록한 정운하 후보와 2위였던 황후보가 2차 결선투표에 올라 재투표를 벌였다.
1차에서 뒤졌으면서도 2차에서 뒤집기를 선보인 황규환 당선자. 나머지 후보들의 표가 하나 둘 모여든 결과였다.
“요즘 제주, 부산 등지에 인사 다니느라 바빠요. 조합원들의 손을 잡으면서 ‘그래도 이들의 절반은 나를 믿어 주는 구나’느낍니다. 임기 동안 믿어준 절반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나머지 절반 분들은 설득하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정의(正義)와 참여(參與)
“우리 노조에도 왜곡된 시기가 있었습니다. 노조란, 혹은 노조위원장이란 권력층이, 권력자가 아닙니다. 순수성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순수성과 투명성은 전임 노조에서 잘 다져놓았으니 이제 그 문턱을 조금 더 낮춰 볼랍니다”
전임 노조가 순수성과 정체성에서 합격점을 받았다면 참여와 실천에서 기대에 못 미쳤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한 뼈아픈 반성이고 되새김질이다.
말뿐인 노조, 행동 없는 정책은 싫다. 파퓰리즘도 사양한다.
“무엇이 조합원들의 뜻인가, 어떻게 하는 게 한국마사회와 한국의 경마산업이 살길인가 조금 더 곁에서 모색하고 실천하는 게 15대 노조의 목표에요. 회사 경영 여건도 고려하고 노동자의 입장도 대변해야 하는 게 어렵다면 어려운 일이겠죠”
마사회 직원이든, 주변 산업 종사자든 요즘 화두는 매출액 감소다.
“전반적으로 모든 경마종사자들에게 위기감이 고조돼 있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경마 매출과 관련된 부분은 정책적으로 풀어가야 합니다. 이를테면 경마와 관련된 각종 규제를 푼다거나 환급률을 높여 고객들에게 더 많은 것을 돌려준다거나 하는 방법으로 말이죠”
비전(v.i.s.i.o.n)
한국마사회라는 준 공무원급 조직의 비전은 무엇이냐 물었다. 마사회의 비전과 포부가 곧 경마산업 전체의 경계선이 될 것임에 분명하기에.
“마사회는 공기업이에요. 수익 창출에 매달리는 사기업과 출발부터 다른거죠. 경마시행에 따른 수익은 축산 농가 지원 등 공익을 위해 쓰여져야 합니다. 지금도 엄연히 그러고 있는데 마사회와 경마는 여전히 국민에게 미움 받고 있죠. 이런 시각을 씻어 버리고 국민에게 사랑 받는 경마, 놀이공간으로써 문화로써 자리매김하는 게 우리의 1차 비전이자 미션이겠죠. 한국 땅에서 장학재단, 사회복지재단하면 한국마사회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 언젠가 그런 날이 오길 바랍니다. 그런 날이 오게끔 노력해야 하는 건 역시 우리 몫이겠죠”
Q. 전임 노조에서도 집행부를 맡았는데, 지난 3년을 평가한다면?
A. 운영의 투명성과 순수성에 대해선 합격점을 줄 수 있다. 정치화, 권력화됐던 과거 노조와는 확실히 차별화됐으며 이제 어느 정도 틀을 잡았다고 본다. 다만 원칙과 정의를 강조하다보니 조합원들에게 폭넓게 다가가지 못한 점은 아쉽다. 문턱을 낮춰 더 많은 참여와 실천을 이끌어내는 게 15대 노조의 방향이다.
Q. 우선 처리 과제는 무엇인가
A. 농림부와 협의 중에 있는 장학재단 건립 건과 부산경마장 개장 문제다. 경마시행에 따른 수익금으로 운영되는 장학재단인 만큼 반드시 ‘경마장학재단’ 혹은 ‘한국마사회장학재단’이라는 명칭을 관철시킬 것이다. 내년으로 예정돼 있는 부산경남경마장의 개장 연기 투쟁도 주요 사업 중 하나다. 서울경마장이 목표 매출도 못 채우고 적자경영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레저세 감면도 받지 못하는 부산경마장 개장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2008년까지 개장을 연기하도록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이다.
Q. 최근 노동계의 흐름 중 하나가 비정규직 처우개선이다. 마사회 내에도 비정규직이 적지않은데 반해 노조가 너무 소극적이란 지적이 있다.
A. 뜨거운 감자다. 회사의 경영 여건과 노동자의 입장이 상충하면서 노조도 위축되거나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사회적 분위기에 보조를 맞출 수 있도록 나름대로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 적어도 비정규직 내에서도 역할 수행에 따른 차별화는 필요하다고 본다. 정규직 못지 않은 업무를 담당하는 비정규직과 단순 업무 처리자가 똑같은 대우를 받는 건 옳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