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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꽃마차 사건을 기억하시는지. 꽃마차를 끌던 깜돌이와 삼돌이에게 채찍을 때리는 것도 모자라 주저앉자 발길질을 하는 동영상으로 많은 사람의 공분을 일으킨 사건이다. 깜돌이와 삼돌이는 동물사랑실천협회와 한국마사회에 의해 구조돼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건국승마교육원으로 입양됐다.
3달이 지난 지금, 깜돌이와 삼돌이의 집이 사라질 위기에 있다. 현재 깜돌이와 삼돌이 집은 기존 마방이 아닌 건국승마교육원 입구에 간이 마방으로 별도로 마련됐다. 다른 말들과 공동생활을 해야 하는 마방에 들어가기엔 둘 다 아직 허약하고 민감하다. 깜돌이를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도 많아 외부에 격리된 집이 필요했다. 게다가 깜돌이와 삼돌이를 보러 아이들도 찾아오는데 말 가까이 가면 다리에 차이기 십상이라 두 마리만 따로 사는 마방이 필요했다.
처음 깜돌이와 삼돌이가 건국승마교육원에 들어왔을 때는 판과 비닐로 만들어진 임시마방을 지었다. 간이마방에서도 삼돌이는 건국승마교육원 조성옥 대표와 식구들의 사랑으로 아팠던 등허리가 점차 나아졌다. 깜돌이와 삼돌이가 승마장에 점차 적응해나가자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집이 필요하지 않겠나 싶어 사비 천만 원을 들여 지금의 마방을 만들었다.
깜돌이는 여전히 발을 절룩거리고 등허리가 아프다. 구조 직후 마사회에 있던 때 깜돌이는 낯선 사람이 가면 눈에 보일 정도로 부들부들 떨었다. 아직 남자가 다가가면 불안해하지만, 점차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호스로 물을 뿌리면 채찍을 연상하는지 강렬히 저항했던 깜돌이는 열흘 전부터 호전돼 씻을 수 있게 됐다.
고통 받았던 깜돌이와 삼돌이와 달리 예전 깜돌이의 주인은 지금도 거리에서 꽃마차를 운영 중이다. 지난 4월에 열린 진해군항제에서 머리 모양만 다르게 해서 꽃마차를 운영하는 것이 관계자들 눈에 발견했다. 게다가 남양주시는 민원이 들어왔고, 깜돌이와 삼돌이 집이 건축법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철거 명령을 내렸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민원이 들어와서 1차 철거 시정 명령이 나간 상황”이라며, “건국승마교육원은 개발제한구역 내에 있는 허가 승마장이지만, 개발제한구역 내에서 허가나 신고 없이 임시 건축물을 짓는 건 다 불법이다. 우리도 사정을 알지만 조치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만 말했다.
황수인 기자 nius103@krj.co.kr
▲ 깜돌이와 삼돌이가 묵고 있는 마방. 컨테이너이지만 갖출 건 다 갖춰져 두 마리 모두 마음 놓고 휴식할 수 있는 곳이다.
▲ 어린이집 아이들, 조성옥 대표, 깜돌이와의 단체 사진. 이제 많은 사람에 둘러싸여 있어도 깜돌이는 자기 할 일을 할 뿐 두려워하는 기색을 찾아볼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