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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평가된 ‘침착성’…참가자들 “대부분 바로 대회에 나가도 될 수준” 평가
사람도 은퇴 후를 걱정하며 여러 자격증을 따듯이, 경주마로 뛰던 말들도 퇴역한 후 승용마로서 ‘제2의 인생’을 마련하기 위해 인증을 받고 있다.
2016 경주퇴역 승용마 안전성 및 능력 평가대회가 장수승마장에서 9월 1일 열렸다. 경마장에서 퇴역한 말들이 승용마로서 얼마나 안전하고, 능력이 있는지 평가하는 자리였다. 참가 대상은 렛츠런파크 서울과 부경에서 활동하다 최근 2년내 퇴사해 승용마로서 활용되는 말로 제한됐다.
▲2016 경주퇴역 승용마 안전성 및 능력 평가대회의 침착성 평가 종목 전경도. 오른쪽부터 △바닥에 쌓아둔 장애물 넘기 △스프레이로 몸에 물 뿌리기 △우산 펼치기 △공 굴리기 △풍선 올리기 △종이·비닐 등 밟기 등의 평가가 이뤄졌다.
이번 대회에서는 경주퇴역마의 승용마로서 활용 가치인 안전성과 능력을 인증하기 위해 마장마술, 장애물 등 다방면으로 평가가 이뤄졌지만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침착성 평가’였다. 침착성을 평가하기 위해 △바닥에 쌓아둔 장애물 넘기 △스프레이로 몸에 물 뿌리기 △우산 펼치기 △공 굴리기 △풍선 올리기 △종이·비닐 등 밟기 등이 이뤄졌다.
참가자들의 이목을 끈 것은 ‘풍선’이었다. 평가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벽 뒤에서 갑자기 올린 풍선에 말이 동요하지 않고 주행해야 한다. 대회에서는 대부분의 말들이 침착하게 평가 조건을 수행했으며 이후 마장마술, 장애물도 크게 무리없이 진행했다.
대회에서 80점 이상의 점수를 올린 우수마는 BRT(Best Retired Throughbred) 인증을 받았다. 이후 말 등록서에도 BRT 인증이 등재돼 승용마로서의 가치를 알릴 예정이다.
BRT인증을 받은 말은 24두로, 대회에 출전한 말 중 약 50%가 인증을 받았다. 총 59두가 신청했으며 경기 두수는 43두였다. 관계자는 “30% 정도가 인증 받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좋은 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처음 열리는 능력 평가 대회인만큼, 더욱 엄격한 심사를 위해 공들였다. 각 종목마다 심판의 까다로운 평가가 이뤄졌으며 4등까지는 도핑 테스트 대상이다. 대회 직후 수의사들이 해당마들을 채혈했으며, 이후 말 보건원에서 검사할 예정이다.
상금은 총 2천5백만 원이다. 순위권 외 BRT를 획득한 말들에게도 7백만 원을 고루 나눠 두 당 5십만 원이 돌아간다. 7위까지가 순위권으로 1등은 6백만 원, 2등은 4백만 원, 3등은 3백만 원, 5~7등은 각 1백만 원씩 지급받았다.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쏘아라아싸’와 노경헌 씨. 노경헌 씨는 1등의 비법으로 ‘꾸준한 운동’을 꼽았다.
1등은 ‘쏘아라아싸’와 노경헌 씨가 차지했다. 성적은 96.33. 경마장에서 퇴사한 지 6개월 이내라 5점의 가산점을 더 얻었다. 2등은 ‘쾌한으뜸’, 3등은 ‘나이스마린’으로 둘 다 한범규 씨가 기승했다. 노경헌 씨는 영천시 소속이고, 한범규 씨는 전주기전대 소속이다.
‘쏘아라아싸’는 올해 5월 들여온 후 3개월 간 지속적인 순치가 이뤄졌다. ‘쏘아라아싸’를 기승한 노경헌 씨는 경주마에서 승용마로 키워낸 조련사이기도 하다. 노경헌 씨는 1위 소감으로 “꾸준히 운동한 것이 우승의 가장 큰 요인이라 생각한다. 매일 근육을 풀어주는 이완운동과 함께 기본마술을 시켰다”라며, “더운 여름날에 운동했는데도 ‘쏘아라아싸’가 지치지 않고 잘 해주어 결과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한국마사회는 이번 대회를 말의 순치 및 기초 조련기술 전파에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렛츠런팜 장수와 협약을 맺은 5곳 중 BRT 인증을 받은 말이 많았기 때문. 렛츠런팜 장수는 5~6월에 영천, 함안, 구미, 경마축산고 등에 경주퇴역마를 기증했다. 이후 경주퇴역마 순치를 전문으로 하는 프랑스 조련사 3명이 1달에 3회 가량 해당 승마장을 방문해 조련기술을 전파했다. 프랑스 조련사는 경주퇴역마를 승용마로 만들기 위해 3개월 간 서두르지 않고 끊임없이 조마삭 등의 운동을 돌리고 스킨십을 통해 말의 안정을 시켜왔다.
앞으로 평가 대회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일반 승마대회와 연계, 참가자의 수를 증가하려는 노력도 이어질 예정이다. 승마대회와 연계해 참가자가 움직이는 데 드는 부담을 덜기 위함이다. 평가 대회 직후인 2일부터는 ‘한우랑사과랑’ 전국지구력승마대회가 열린다. 9월 30일 영천 운주산 승마장에서 예정돼있는 2차 경주퇴역 승용마 안전성 및 능력 평가대회 또한 10월 1일부터 3일 열리는 영천대마기 전국 종합마술 대회와 연계해 열린다.
참석자들은 이번 대회에 대해 대체적으로 좋은 평을 남겼다. “경주퇴역마 중에서도 승용마로 만들면 충분히 좋은 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대회를 통해 알 수 있었다. BRT인증을 통해 안전과 능력이 입증되면 기승자들도 안심하고 승마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참석자가 좋은 성과를 얻었다고 평가한 반면,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참석자는 “BRT인증을 받고도 기승 중 사고가 나면 인증의 공신력이 없어진다. 후속책이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일본에서 경주퇴역마를 승용마로 순치하고 있는 비율은 무려 80%다. 그동안 매년 1천3백여두의 경주퇴역마가 쏟아져 나오는데도, 승용마로서 활용하는 방안은 일반인을 포함해 승마인들에게도 부정적 인식이 높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충분히 순치시키면 안전하고 능력 좋은 말이 될 수 있구나’라는 인식을 참가자들에게 심었다.
우승한 ‘쏘아라아싸’를 포함한 BRT인증마들은 다가오는 10월 승용마 가을 경매에 출품될 예정이다. 10월 승용마 가을 경매는 3차례 열릴 예정이다. △2일 영천 운주산 승마조련센터 △14일 일산 킨텍스 말산업 박람회장 △22일 스티븐 승마클럽이다.
순위/말/기승자/총점/상금
1/쏘아라아싸/노경헌/96.33/6백만원
2/쾌한으뜸/한범규/95.17/4백만원
3/나이스마린/한범규/92.83/3백만원
4/케네디언드림/이웅휘/91.67/2백만원
5/군주/이춘구/91.50/1백만원
6/풀케르/노경헌/91.17/1백만원
7/플라잉스파크/박새결/90.00/1백만원
BRT 인증마 목록. △쏘아라아싸 △쾌한으뜸 △나이스마린 △케네디언드림 △군주 △풀케르 △플라잉스파크 △해동청 △서울강자 △원일최강 △플라이캣 △낭랑 △더키 △아람누리 △대로시대 △라온헤르메스 △슈퍼용구 △으뜸누리 △알티우스 △기립박수 △타이거헌터 △온에어 △킬라루스 △수베니어
황수인 기자
▲대회를 관람하기 위해 장수승마장을 찾은 한국농수산대학 말산업학과 학생들. 학생들은 “나중에 승마업을 할 사람으로서 굉장히 흥미로운 대회였다”고 말했다.
▲경마장에서 퇴역한 말들이 승용마로서 얼마나 안전하고, 능력이 있는지 평가하는 대회인 ‘2016 경주퇴역 승용마 안전성 및 능력 평가대회’가 장수승마장에서 9월 1일 열렸다. 사진은 침착성 평가 중 종이·비닐 등 밟기를 진행하고 있는 대회 참가 말과 핸들러.
작 성 자 : 황수인 nius103@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