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목장을 찾아서>
―분만에서부터 육성까지 “내손으로 직접”
―시설투자 아끼지 않아, 올해에만 2억원 투자
―제2의 ‘새강자’ 득실, “대천목장으로 말 사러 오세요”
‘새강자’의 고향으로 더 유명한 제주 대천목장(대표 김병현).
송당목장과 더불어 국내에서 손꼽히는 리딩팜이다. 특히 지난 96년 생산해 낸 ‘새강자’는 한국경마의 역사를 1백년 이상 앞당기며 온갖 기록을 경신하고 있어 명실상부한 국보급 경주마라고 할 수 있는 것.
‘새강자’의 대활약과 더불어 대천목장의 주가 역시 급등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연간 30여두의 경주마를 생산하고 있는 이곳 대천목장은 그 가운데 90% 가량을 경매보다 개별거래를 통해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대천목장에 거는 마주들의 기대가 크다는 것을 입증하는 셈이다.
더욱이 지난해 생산해 낸 12개월령 경주마 16두는 하나같이 ‘새강자’를 쏙 빼닮아 생산자는 물론이고 이곳을 찾는 마필관계자들까지 제2의 ‘새강자’를 보듯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경주마 생산에 전력하고 있는 대천목장을 찾아 ‘새강자’ 생산의 비법을 들어 본다.

<“내손으로 직접” 정성만이 경주마 생산 육성의 지름길>
43두의 씨암말을 보유하고 있는 대천목장은 21만평 규모에 총 90개의 마방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2억원의 자본을 투자해 원형마장 건설, 600m 경주로 건설, 경주마 패독(대기시설) 등도 보완해 보다 체계적이고 안전한 육성을 꾀하고 있다.
경주마 육성에 있어 대천목장 만의 특징을 꼽는다면 정성스런 관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느 목장도 마찬가지겠지만 연간 30여두를 생산해내는 이곳 대천목장은 목장주인 김병현 대표와 김경민 대표가 직접 경주마의 분만과 육성에 참여, 강인한 경주마 생산을 목표로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서울 경마장과의 기온차, 토양차 등 환경적인 요건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도록 경주마의 내성을 길러주는 게 육성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다며 김경민 대표는 강조한다.

<종부시즌이 끝난 지금, 대천목장은…>
올해 종부시즌 동안 대천목장은 총 43두의 씨암말을 가용해 이중 30두가 임신에 성공했다. 예년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수치지만 양보다는 질적인 면을 중요하므로 이들이 무사히 분만에 성공해 그 새끼들이 제대로 성장해준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대천목장 관계자는 밝히고 있다.
최근 2∼3년새 대천목장의 활약상은 대단했다. ‘새강자’에 대한 부연설명은 더 이상 필요없겠지만 그 외에도 더비 준우승마 ‘단심’, 차세대 기대주 ‘큰바위’, ‘합천’등은 대천목장이 자랑하는 3세마 군단이라 할 수 있을 것.
또한 현재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며 육성훈련을 받고 있는 12개월령 1세마들의 수준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예정됐던 국산마 경매가 계속 지연됨으로써 아직까지 주인을 만나지 못한 1세마들은 외형조건과 혈통 등을 고려할 때 전혀 앞선 세대들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며 목장 관계자의 자랑이 대단하다.
종부 시즌은 끝났지만 이들의 이유와 순치, 매매 등으로 대천목장은 그 어느때 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씨수말 ‘슬루그린’ 내년부터 종부 시작>
여타 목장들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대천목장 역시 한우·젖소 등 축산업과 서러브렛 육성을 병행했었다. 그러다 차츰 서러브렛 경주마 육성의 노하우를 익히고 생산에 박차를 가하면서 “돈으로 느끼지 못하는 희열”을 깨닫게 된 김경민 대표는 앞으로 한국 제일의 목장, 한 마리를 생산하더라도 좋은 경주마를 탄생시킬 수 있는 그런 목장으로 가꾸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씨암말의 양과 질적인 면도 보완되는 한편, 경주마 육성 시설 역시 선진화 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씨수말의 원활한 공급인데 아직은 마사회가 민간목장에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실정이라 생산자의 의도대로 종부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최근 일본으로부터 들여온 씨수말 ‘슬루그린’으로 인해 어느 정도는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슬루그린’은 일본 애마회가 국내 생산자협회에 그증한 씨수말로 명마 ‘시애틀슬루’의 피를 이어받아 씨수말로서의 활약도 사뭇 기대가 큰 편이다.
현재는 대천목장에서 관리를 맡고 있고 내년부터 민간목장마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종부에 투입될 예정이다.

<대를 이어 목장일 돕고 있는 김경민 대표>
―‘새강자’의 출현으로 한국경마가 한단계 성숙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일고 있는데, 생산자로서 소감이 어떤가
▲말로는 그 벅찬 기분을 다 설명하기 어렵다. 우선 경마팬들이 우리 ‘새강자’를 아껴주고 진심으로 응원해 줌으로써 이와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하며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앞으로 제2, 제3의 ‘새강자’가 나타나 한국경마의 수준을 보다 더 향상시킬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다.
―경주마 생산에 큰 기여를 하면서 느끼는 애착과 보람이 있다면
▲내 자식들도 내손으로 받아 보지 못했는데 여기 있는 말들은 전부 내가 직접 받아 냈다. 그래서인지 경주마 한 마리 한 마리 마다 애착이 무척 강한 편이다.
3년전인가… 한번은 분만 도중 어미가 사망한 일이 있었다. 말이라는 동물이 워낙 어미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또한 신생마의 경우 반드시 모유를 먹어야 하는데 그런 어미가 사망하자 나로서는 이만저만 난감한 게 아니었다.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젖소의 우유를 짜다가 그 신생마에게 먹이며 적응시키는 한편, 좀 자라서는 직접 들에 나가 풀을 뜯는 시늉을 보이며 그 고아마에게 풀 먹는 연습을 시키기도 했다. 어미없이 자라 약한 것은 아닌지, 경주로에 나갈 수는 있을지…키우면서도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었는데 얼마전 일반경주이기는 하지만 경주에 출전해 2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 들려와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이런 기쁨 때문에 내가 보람을 느끼고 이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올해 계획됐던 국산마 경매가 벌써 두차례나 취소되며 아직까지 열리지 못하고 있다. 생산자로서 바라는 게 있다면
▲경매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다만 아직은 시행초기 단계라 과도기를 겪고 있을 뿐, 마주와 생산자, 그리고 마사회가 지혜를 모아 경매문화를 완전히 정착시키고 생산환경을 향상시켜 나간다면 머지않아 국산마의 수준은 훨씬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작 성 자 : 이희경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