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 부담중량 ‘즐거운파티’ 예상 깨고 우승
국산마 2년 연속 그랑프리 제패 … 핸디캡이 빚어낸 대역전극

그랑프리 최대 이변이 일어났다. 유일한 국산마로 출전해 최하 부담중량을 짊어지고 경주를 펼친 ‘즐거운파티’가 2300m라는 거리를 극복하면서 우승을 차지, 경마팬들을 놀라게 했다.
2000년 그랑프리 주인공인 된 ‘즐거운파티’는 그동안 ‘새강자’라는 걸출한 국산마에 빛이 가려왔지만, 꾸준하게 장거리에서 선전을 펼치면서 마사회장배, 일간스포츠배, 문화일보배 경마대회 각각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이날 ‘즐거운파티’는 출발 직후 인코스에 자리잡고 경제적인 레이스를 펼치면서 막판 역전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고, 3코너 직전 서서히 선두마필들과 거리를 줄여나갔다. 이후 직전주로가 열리면서 선두그룹의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순간 감량이점을 최대한 발휘 37초대의 3화롱타임을 보이면서 역전을 일궈낸 것이다.
이로써 99년 ‘새강자’가 국산마로 첫 그랑프리 우승을 차지한 후 곧바로 ‘즐거운파티’가 또다시 우승을 차지해 2년 연속 그랑프리 주인공은 국산마로 기록되게 됐다.
그랑프리를 앞두고 ‘새강자’가 과연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그랑프리를 제패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졌으나 일찌감치 수술로 인해 출전을 포기함에 따라 많은 경마관계자와 경마팬은 점차 높아지는 국산마 열기가 식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를 했었다.
하지만 국산마 무대에서 그동안 ‘새강자’에 앞자리를 내줬던 ‘즐거운파티’가 그랑프리를 우승하면서 오히려 국산마 르네상스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는 평이다.
‘즐거운파티’가 우승할 수 있었던 요인을 두고 많은 분석들이 따르지만 대부분의 경마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핸디캡이 큰 몫을 차지했다는 것에 의견이 일치된다.
즉 다른 출전마들이 조금 버거운 부담중량을 받은 것에 비해 ‘즐거운파티’가 상대적인 이익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19번의 그랑프리가 펼쳐진 가운데 최하 부담중량의 마필이 우승을 차지한 예는 ‘즐거운파티’까지 모두 세 번. 그 처음은 공식적인 최다연승마(현재 ‘새강자’와 타이기록)로 기록됐던 ‘가속도’가 90년 54kg의 부담중량으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당시 ‘가속도’는 54kg을 짊어져 당대최고의 명마였던 ‘차돌’이 짊어졌던 66kg과 무려 12kg의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다른 한 예는 93년 우승을 차지한 ‘기쁜소식’이 54kg으로 당시 최고 인기마 ‘고대산’과 10kg의 차이를 기록했다.
한편 역대 그랑프리 최하 부담중량 우승마는 92년 우승을 차지한 ‘춘풍’(53kg)이었지만 당시 ‘돌격’이 51kg으로 더 낮은 부담중량으로 출전한 예가 있다.
【권순옥 차장대우 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