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父子)의 꿈이 영그는 곳 - 용문·대림목장
-지난 3년간 우수목장... 2001년엔 마사회 선정 최우수 목장 영예
-인프라 구축 완성... “2년내 최고 되든지, 망하든지 둘 중 하나”

-용문목장(대표/이용대)과 대림목장(대표/이광림)에서 경주마 생산에 일생을 건 부자(父子)의 꿈이 영글고 있다. 생산자마주로 경주마 생산을 천직으로 여겨온 아버지 이용대 대표의 뒤를 아들인 이광림 대표가 잇겠다고 나선 것. 급기야 아들은 생산자로서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 독자적으로 발전하고 싶다는 포부로 자신만의 목장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제주시 화북동 고지대에 자리잡은 목장을 찾아 젊은 생산일꾼을 만났다. 【제주=권현 기자 knhn@krj.co.kr】

-2001년 마사회 선정 최우수 목장
이광림 대표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민간목장을 ‘농가’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라고 꼬집었다. ‘농가’라는 표현은 스스로를 폄하하는 표현이라는 것. 76년생 젊은 목장주는 이렇듯 자신의 일에 자부심이 대단하다. 10만평 대지 위에 마사, 워킹머신 등 목장의 모든 시설을 자비로 그와 아버지가 함께 손수 제작했을 정도로 열정과 지식도 대단하다.
그의 재주가 가장 잘 드러난 것이 손수 제작한 수송차량. 대부분의 목장들은 교배와 입사 등을 위해 말을 수송할 때, 생산자협회의 손을 빌리는 실정이지만, 자체 제작한 차량 덕분에 그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었다. 덕분에 인근 목장들의 수송 요청을 거절할 수 없는 입장이 됐지만, 이 대표는 그 상황에서도 배울 것이 많다고 말한다. 수송차량이 있다는 죄(?)로 남들보다 자주 과천경마장을 찾게 돼 말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지만, 과천의 마방운영을 보면서 훈련방법, 추세 등을 배운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예가 사워시설. 조교사들이 샤워를 통해 마필의 피로를 풀어주고 열을 식히는 것을 보고 돌아온 그는 곧바로 샤워장 시설을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말에 대한 사랑과 일에 대한 열정으로 일궈온 목장. 지난 3년간 마사회로부터 우수목장으로 선정됐던 목장은 지난해에는 최우수 목장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시설투자는 거의 끝나간다고 말하는 이 대표는 “이제부터 사육에 중점을 둘 시기가 왔다”며 “2년 안에 최고가 되든지 아니면 망하든지 결정이 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목장 출신마 능검에서 떨어진 것 하나도 없어...
지난해 퇴역한 ‘상승가도’(25전 6승, 2위 2회), ‘금은동’(17전 3승, 2위 3회) 등이 바로 이 목장 출신의 준족들이다. 현역으로 활동하는 경주마로는 ‘그라나다’(24전 4승, 2위 4회), ‘하모니카’(21전 4승, 2위 3회), ‘한라정상’(15전 1승, 2위 4회), ‘한라의빛’(7전 1승, 2위 2회) 등이 대표적. 모두가 평균치 이상이 되는 경주마이며, 특히 이 대표는 “지난해 입사한 목장 출신 마필 중 능력검사에서 불합격한 마필은 단 한 두도 없다”고 강조한다.
올해 과천 입사를 기다리는 2세마는 모두 12두. 이중 기대가 되는 마필은 이용대 대표가 자가입사 시키는 ‘로런즈위너’ 자마(부마 ‘로스트마운틴’, 마명 ‘하늘지기’)와 ‘모펀미리엄’ 자마(부마 ‘큐리아레기스’, 마명 ‘굳세게’). 특히 ‘로런즈위너’ 자마는 ‘한라의빛’ 동생으로 기대가 크다. 이밖에도 ‘하모니카’와 부모가 같은 ‘가미노셋수잔’ 자마(부마 ‘글로리화이’, 마명 ‘명문세가’)도 관심을 모은다.

-“씨암말은 혈통 보고 고른다.”
현재 목장이 보유하고 있는 씨암말은 모두 20두.(용문 13, 대림 7) 그 중 올해부터 교배를 시작하는 ‘나하’와 ‘타임즈웨이스팅’이 눈길을 끈다.
‘나하’는 지난해 오칼라 10월 경매에서 이용대 대표가 구매한 마필. 5천만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포입마 형태로 구입했지만 현지에서 유산해 아쉬움을 샀다. 하지만 목장은 충분히 제 값을 해낼 것으로 믿고 있다. 우선 혈통이 눈에 띈다는 설명. 부마 ‘실버벅’은 현역시절인 1982년 G1 대회인 서브어반, 위트니 핸디캡을 연패하는 등 총 16전 7승, 2위 2회의 성적을 기록했고, 1997년 켄터키 더비, 프리크니스 스테익스 우승마 ‘실버참’을 배출하며 1998년 미국 리딩사이어 3위에 오르는 등 정상급 씨수말로 활약하고 있다. 모마는 ‘사일런트그레이트니스’로 외조부는 1973년 삼관마 ‘세크리테리엇’ 자마인 ‘이미지오브그레이트니스’다. ‘나하’는 올해 한국의 리딩사이어 ‘디디미’와 교배 예약이 돼 있다.
역시 오칼라 경매에서 구입한 ‘타임스웨이스팅’은 혈통면에서는 다소 ‘나하’에 못 미치지만 한국경마에서 강세를 보이는 단거리 혈통이라는 점에서 목장측에서 기대를 갖고 있다. 현역시절 39전 11승, 2위 7회 성적을 기록하며 특히 단거리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21전 8승, 2위 5회를 기록한 부마 ‘코스탈보야지’ 역시 대부분의 우승을 1200m에서 기록했다. ‘타임즈웨이스팅’은 올해 ‘소셜차트’와 교배하게 된다.

〈인터뷰-이광림 대림목장 대표〉

-목장 사업을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도와 목장일을 했고,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고교 졸업 이후다. 대림목장이라는 간판을 내건 것은 5년쯤 된다.

-본격적으로 목장 사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처음에는 아버지의 대를 잇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역시 말에 대한 매력이 가장 큰 이유다. 말은 쉽게 따르고 영리해 키우는 보람이 있다. 다른 축산 산업은 조금씩 도태되고 있는데 반해 경주마 산업에는 가능성이 엿보였던 것도 이유다.

-어려움은 없는가?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일이고, 한 때 농기계 A/S를 해 본 경험도 있기 때문인지 특별한 어려움은 없다. 최선을 다하면 대가가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일할 뿐이다.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나는 세태에서 이 대표의 모습은 새롭기까지 한데...
▲사실 경주마 육성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상당히 어렵다. 다른 낙농 사업도 마찬가지겠지만, 경주마 육성은 그 이상이다. 최근 제주도에는 목장주 2세들을 중심으로 젊은 대표들이 3∼4명 나오고는 있지만, 점차 고령화되는 추세다. 안타깝다.

-최종목표는?
▲우리나라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다.

〈표〉 보유자마 현황
1세마
모마명   부마명   출생월일   성별   비고
가드미   글라이드   5.29   수   용문목장  
가미노셋수잔   큐리아레기스   4.6   수   〃
도라스골드   라시그니   5.14   수   〃
리어스리버티   로드오브워   4.15   수   〃
맥싱고   피어슬리   3.22   암   〃
모펀미리엄   컨셉트윈   4.1   수   〃
배봉산   랜드러쉬   3.25   암   〃
벨레코르벳   해피째즈밴드   3.27   수   〃
보답   라시그니   5.29   수   〃
브루자   해피째즈밴드   5.17   암   〃
어린스아이슬   랜드러쉬   4.29   암   〃
로런즈위너   라시그니   4.5   수   대림목장  
샤베이비   피어슬리   6.1   수   〃
와피티베이비   피어슬리   6.6   수   〃

2세마
모마명   부마명   출생월일   성별   비고
더블이클립스   글로리화이   6.4   암   용문목장  
도라스골드   컨셉트윈   5.22   암   〃
리어스리버티   글로리화이   4.14   암   〃
보답   무자지프   4.23   수   〃
세이브더웨트랜즈   포트스톡턴    4.18   수   〃
복사골   미스터아도라블   4.30   암   대림목장  
샤베이비   글로리화이   5.14   수   〃
와피티베이비   라시그니   5.22   암   〃
캔들즌실크   피어슬리   5.28   수   〃
모펀미리엄   큐리아레기스   4.3   수   마명 ‘굳세게’
가미노셋수잔   글로리화이   4.16   수   마명 ‘명문세가’
로런즈위너   로스트마운틴   4.17   수   마명 ‘하늘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