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사회에서 발표한, 1∼2군마들의 혈통조사에서 하이페리온(HYPERION)계열의 마필들이 가장 많은 부분을 점유하고 있다는 점은 대단히 흥미로운 일임에는 틀림 없지만, 대다수의 외국산마필을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수입하는 국내 경마의 특성상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1930년 영국에서 태어난 하이페리온은 1933년 엡섬더비(G1 2400)에서 우승하였고, 은퇴 후에는 당대 최고의 씨수말로 각광을 받았던 마필이다.
1935년 이후 6회의 영국 리딩사이어가 되었으며, 그후 팔라리스(PARLALIS)혈통의 전성기가 오기 직전까지 세계경마의 주요혈통으로 인식되었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스테미너와 근성을 보유하고 있었고, 또한 총명함으로도 유명한 마필이었다. (최근 노던댄서의 피가 지나치게 만연하게 되면서, 이제는 잊혀져 가던 이 마필의 혈통이 오히려 부활하고 있는 점은, 영세혈통 보존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현재 국내에 들어와 있는  하이페리온계열이라고 알려진 마필들은, 상당수가 비스케이(BISCAY)의 3대 혹은 4대 후손이 된다. 어찌보면 이들 후손들은  ‘하이페리온계’라기 보다는  ‘비스케이계’라고 해도 괜찮을 정도로 이미 하이페리온으로 부터는 멀어져 있는 상태이다.
또한 하이페리온의 특성으로 보다는 비스케이 계열의 특성으로 이 마필들을 설명하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도 든다. 비스케이는 1965년 호주에서 태어났다. 하이페리온의 3대 손자 뻘이 되는 이 마필은 1968년 VATC Merson Cooper Stakes (G3 1000)의 우승 외에는 이렇다 할 경주 성적이 없는 마필이었다. 씨수말로 데뷔한 것 까지도 운이 좋다고 할 정도의 단거리용 마필 이었지만, 1935년 엡섬더비 우승마인 바람(Bahram)이 모계쪽의 4대 할아버지였고, 모마인 매직심벌(Magic Symbol)이 우수한 씨암말이었다는 정도가 (비스케이의 친형제인 스타오브해븐(Star of Heaven)은 경주마로써 성공을 거두었다) 이 마필의 장래를 보장해 준 것 같다.
어쨋든 하급 경주마였던 이 마필은 씨수말로는 엄청난 대 성공을 거두게 된다. (지난번 다룬 베인(Vain)과는 완전히 대조적이다) 1979년 이후 3년 연속 호주 리딩사이어에 오르게 되었으며, 그의 자마들 역시 씨수말로 완벽한 성공을 거둬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A급 혈통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5대 혈통 안에 인브리드(근친번식)가 전혀 없어 건강한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당분간은 충분히 번영해 나갈 수 있는 혈통이라 생각 된다.
Biscay에 대해서는 지면관계상 언젠가 다시한번 다루게 될 것이다.

작 성 자 : 정용철 violet@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