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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마장 기수협회장을 지낸 홍대유 기수가 『경마장은 아름답다』에 이어 두 번째 책, 『말, 기수, 그리고… 인연』을 출간했다.
본지에 5년 간 ‘홍대유의 경마장 이야기’를 연재하며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그 맛깔나는 글솜씨만큼 책 속의 어투도 인간 홍대유, 그답다. 자칫 무겁고 어두울 수 있는 주제를 홍대유式 언어로 풀어간 것이다. 연재를 중단한 후 궁금해하는 독자들을 대신해 그를 만났다.
【이희경 기자 eheek@krj.co.kr】
“나는 홍대유야, 나의 삶은 여전히 정열적이고 치열해…”
조기협회에서 기수협회를 독립시키고 선배기수와 까마득한 후배들까지 한 배에 태워 조직을 이끌어가는 역할이란 어지간한 카리스마와 정열이 없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기수 신분으로 돌아간지 한참된 그, 여전히 치열한 모습으로 자신의 길을 열어가고 있었다.
얼마전에는 ‘아워블랙매직’으로 대체 얼마만인지도 모를 입상을 거뒀다. 남들의 우승보다 기쁜 2위였을 것 같다. 바쁜 탓을 하며 전화로만 축하인사를 건넸을 때,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경주 때 모습으로, 성적으로 말해야하는 자신의 위치를 잘 알기에 더 기뻤을텐데 역시 표정관리를 잘 한다.
우리에게 홍대유는 어쩌면 거북스런, 때론 부담스런 존재다. ‘회장님’이라는 존칭이 더 어울려 그렇고, 독립(?)운동까지 한 인물이라 그렇다. 대중 앞에서 노래부르는 것조차 익숙치않은 범인(凡人)들에겐 그저 대단해 보일 뿐이다.
그런데 책 속의 그는 다르다.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전혀 대단하지도 않다. 맞춤법도 제법 틀리고 표현도 서툴러 평상시 그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잘 매치가 안 된다.
그런데 또 서툰 어법으로 많은 걸 말한다. 어렵고 민감한 주제도 거침없이 다룬다. 돌아가고 피해가지 않은 게 이럴 땐 영락없는 홍대유다.
어느 자리에서든 그는 그냥 홍대유일 뿐이다. 회장님도 아니고, 기수도 아니고, 한 아낙네의 남편도 아니고, 두 딸의 아빠도 아닌… 그냥 치열한 삶은 살아가고 있는 자연인 홍대유인 것이다.
“경마를 말하고 싶은데, 책제목에 ‘경마’가 들어가면 안 좋대”
홍대유의 경마장 이야기는 참 인기였다.
발주대 안에서의 크고 작은 소동, 경주 중 기수들간 오가는 대화, 낙마하는 순간의 상황, 대기실에서 서로 내기를 하는 동료 기수들의 모습… 그의 글 속에는 기수들의 표정 하나 하나가 살아 있다.
“에잇∼ 저X 또 빼먹네!” 이러면서도 기수들의 변명 한 마디에 맘을 바꾸는 게 경마팬인데, 그의 글은 이런 마음을 알고 잘 달래준다. 가려운 부분도 긁어준다. 잘못한 부분은 떳떳하게 용서도 구한다.
“말로는 안되는 게 글로는 통할 때가 있어. 활자화된 걸 보면서 생각하게 되니까… 그러면서 글쓴이와 읽는 이 간에 교감이 생기는 거지. 나는 경마가 좋아 경마 얘기만 하고 싶은데 제목에 경마가 들어가면 안 좋대(웃음)”
녹화 방송 중에 발생하는 NG는 얼마든지 재촬영이 가능하지만 경마는 항상 생방이다. 그러기에 더 생생하고 실감나는 에피소드가 있게 마련이고, 그 순간 마음은 더 절박해진다. 기수가 아니면 알지 못하는 그 속의 이야기… 그게 바로 홍대유의 『말, 기수, 그리고… 인연』이다. 뭔가 특별한, ‘그들만의 이야기’를 바란다면 책을 읽고 실망할 지도 모른다.
독자들이 책을 읽으며 ‘아! 그때 그 경주! 맞아 그랬어!’ 혹은 ‘아∼ 그럴 수도 있구나…’ 이런 반응을 보이며 함께 웃고 회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말, 기수, 그리고… 인연』 프롤로그(prologue)
“경마장은 말(馬)도 많고 말(言)도 많은 곳. 그 흙바람 속에서 20년을 말과 함께 바람을 가르며 달렸다. 그동안 나와 함께 눈물과 웃음을 나누었던 ‘차돌’, ‘은반계’ 등 잊지 못할 수많은 명마들. 부와 명예를 가져다준 그들이 있었기에 나는 행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