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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사·경주마도 처벌 가해질 듯
지난 25일(일) 12경주에서 발생한 ‘밸류플레이’건과 관련해 마사회가 이례적으로 기수, 조교사, 경주마에 대해 포괄적 제재를 가할 전망이다.
현재 마사회 공정관리팀은 정기용 기수와 박대흥 조교사에 대해 계좌추적 등 조사중이며 심판실은 공정관리팀의 조사가 끝나는 대로 이번 주말쯤 재정위원회를 열어 기수는 물론 조교사, 경주마에게까지 포괄적인 제재를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외산 2군 11두가 출전한 이날 경주에서 ‘밸류플레이’(기수/정기용, 조교사/박대흥)는 단승식 2.6배를 기록하며 경주 전 큰 인기를 모았지만 시종일관 하위권에서 머물다 8위에 그쳐 많은 팬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한국마사회 재결위원들은 경주 후 ‘밸류플레이’의 정기용 기수가 “경주 중 전 능력을 불 발휘”했다며 “자체 조사 후 재정위원회를 통해 제재가 확정될 때까지 기승정지에 처한다”는 방침을 발표, 들끓던 여론에 도화선을 댔다.
스타트부터 결승선 통과까지 무기력하게 경주를 마친 것에 대해 해당 기수의 자질 논란, 조교사나 마주의 승부의지에 관한 의심까지 제기됐으며 일부에서는 ‘적절치 못 한’ 핸디캡도 문제로 지적했다.
정기용 기수, 박대흥 조교사, 한국마사회 재결위원, 핸디캡 위원 등 당사자들을 취재해 이번 건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각과 입장을 정리해봤다.
【이희경·김대유·김중회 기자】
정기용 기수
오경환 기수가 기승예정이었지만 전날 부상으로 인해 갑자기 기승하게 됐다. 머리가 높은 편이어서 선행은 어려울 것이므로 최대한 편안히 따라가다 4코너 이후 추입하라는 작전 지시를 받고 그대로 탔다. 4코너 이후 추입 타이밍을 노렸지만 워낙 앞 말들과 거리차가 있는 상황이어서 추입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엔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심판실에서 녹화된 경주 장면을 보니 내가 실수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박대흥 조교사
경주 결과에 대해 기본적으로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은 없다.
경주가 끝난 뒤 기승했던 정기용 기수도 자신의 기승 모습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는 목소리였고, 이런 상황에서 경마팬들이 해당 조교사인 나에게 많은 불만이 있음은 당연하다.
책임져야 될 부분이 있다면 지겠다. 그러나 도의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일은 결코 하지 않았음을 알아 줬으면 한다.
이날 작전은 마필 특성과 경주 여건에 맞게 내렸다. 스타트 시 머리가 높기 때문에 선행은 힘들 것으로 보여 일단 따라 갈 것을 주문했고, 레이스 중반에는 아무래도 부담중량이 증가한 만큼 최근 경주보다 스피드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판단돼 최대한 편안히 갈 것을 지시했다. 4코너 이후 막판 추진할 것을 주문했지만 발통 부상의 후유증이 있었던 마필이 처음 달아보는 59kg의 부담중량에 자기 걸음을 발휘하지 못했고, 이미 결승선을 앞두고 입상마 윤곽은 결정됐기 때문에 기승기수의 추진이 불량했던 것으로 본다.
사실 경주를 앞두고 부담중량이 너무 높게 부여돼 출전 취소까지 고려했다. 그러나 8월 경마 시행 계획표를 보면 2군 경주가 모두 핸디캡이기 때문에 다음에 출전한다 할지라도 부담중량이 낮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기 때문에 맞을 매라면 일찍 맞자란 심정으로 출전시켰다.
기대를 모았던 마필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물의를 일으켜 송구스러운 마음이지만 도덕적으로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
한국마사회 심판실(재결위원)
기수·조교사·말, 모두 제재 가능성 높아
심판실은 이번 정기용 기수의 ‘밸류플레이’건과 관련, 확실한 기승정지 판단을 보류한 채 공정관리팀으로 사안을 넘겨 논 상태다.
심판실은 정 기수가 발주 직후부터 이유 없이 마필을 제어했고 결승선상 직선주로에서도 추진동작을 불량하게 하는 등 경주마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사안 자체가 평소에 비해서 강하기 때문에 자체 판단을 보류한 것.
심판실의 관계자는 “자체 조사기구를 통해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와야만 제재를 확정지을 수 있다”고 밝히며, “공정관리팀에서 이번 주 중으로는 조사 결과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며, 그 즉시 재정위원회 혹은 심판실 자체 판단에 따른 징계가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서 제재 수위가 정해질 전망이지만, 역대 다른 재결 조치와는 다르게 기수는 물론 작전권이 있는 조교사와 경주마까지도 함께 징계가 따를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다. 따라서 이번 사안은 보기 드물게 종합적인 제재가 이뤄질 전망이며, 심판실의 단호한 조치가 예상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는 과거 전직 기수였던 K모 기수가 신인 기수 시절, 역시 전직 조교사였던 H모 조교사와 함께 징계를 받은 경우가 있다.
한편 공정관리팀은 혹시 있을지 모를 부정경마에 대한 가능성 때문에 정 기수의 계좌를 추적하는 것을 비롯해 여러 경로로 조사를 벌였으나, 부정경마에 대한 뚜렷한 증거는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마사회 핸디캡(전문위원)
“밸류플레이는 지금 당장 1군에서도 통할 능력마다”
이번 같은 편성이면 다음에도 59kg 이상 줄 것
‘밸류플레이’의 과부담 논란에 대해 마사회 핸디캡 전문위원은 “능력에 맞는 적정한 핸디캡”이었음을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그가 이제 겨우 3전 째를 치렀다는 점과 2군 승군 뒤 첫 경주였다는 점, 그리고 1900m 장거리 도전이었다는 점을 들어 과중한 핸디캡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핸디캐퍼들은 “다음에 비슷한 편성을 만나게 되면 그 때도 59kg 이상이 될 것”이라면서 과중량 논란을 일축했다.
‘남대풍’(58kg)‘어드마이어래스컬’(56.5kg, 출전취소)‘달러박스’(53kg)등 녹녹치 않은 상대와 불리한 경주조건 속에서도 ‘밸류플레이’에게 59kg의 부담중량이 주어진 것은 미국 현지전적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는 설명.
“밸류플레이는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아니타 경마장에서 1800m 우승경험이 있는 말이다. 산타아니타 경마장은 프리크니스 스테익스가 열리는 핌리코 보다 상금이나 경주마 자원 면에서 더 수준 높은 경마장이다. ‘휠즈엔윙즈’도 그곳 경마장 출신인데 수득상금만 놓고 봐도 ‘밸류플레이’가 2만 불 가량 더 많다. 능력이 그만큼 낫다는 소리다. 그런 ‘휠즈엔윙즈’도 2군 승군전을 58.5kg의 부담중량으로 1800m 첫 도전해 우승하지 않았나. ‘밸류플레이’가 미국 현지에서 보여준 능력과 국내에서 지난 두 번의 경주 모습을 봤을 때 절대 과한 부담중량이 아니었다. 그는 지금 1군에서도 충분히 통할 능력마다”
기수의 과도한 제어? 마필의 승부의지 부족? 과도한 핸디캡?
관계자 포괄적 제재, 향후 유사 사건에 본보기 될 듯
이번 논란의 핵심은 왜 경주 내내 ‘밸류플레이’가 그토록 무기력했는가에 있다. 여기서 제기될 수 있는 것이 기수의 자질 부족이나 관계자의 승부 기피, 그리고 핸디캡의 오버 등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많은 게임에서 ‘이기기’ 위한 작전을 펴야하는 마필관계자의 입장과 매 경주 단위로 마필의 상대 능력을 가늠해 ‘이길 말’을 ‘질 수도 있게’ 만들어야 하는 시행체의 역할이 상충되면서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이런 사건이 반복되는 동안 부작용과 피해는 고스란히 팬의 몫으로 남는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편 마사회는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기수, 조교사, 경주마에 대한 연대 제재를 모색 중이어서 관심을 끈다. 향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판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의 의미는 컸다.
작 성 자 : 이희경 eheek@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