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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방’의 자존심은 참으로 대단했다.
지난 일요일 제11경주(국산1군-가급 1800m, 핸디캡), 홀로 59kg의 높은 부담중량을 부여받은 ‘고려방’은 레이스 전개상 막히고, 상대마들의 견제가 심한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3연승을 이어나갔다.
스타트가 가장 빨랐으나 외곽에서 ‘무패장수’와 ‘늘완승’이 치고 나와 선행에 나서지 못했고, 앞서 갔던 ‘무패장수’가 급브레이크를 걸 듯 탄력이 감소하자 진로가 막혀 외곽으로 선회했고, 이번에는 다시 ‘신수대길’이 상대마로 떠오르며 몸싸움을 걸어 왔지만 결승주로에 접어든 ‘고려방’은 마지막 고비였던 ‘즐거워’의 추입 마저도 제압하며 당당히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경주 후 한 팬은 “마치 ‘고려방’을 놓고 여러 마리가 협공을 펼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대단하다’란 생각 밖에 안들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지난주 ‘고려방’의 경주 여건은 “59kg”이란 부담중량 자체는 보기에 따라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명실공히 국산1군 강자들의 편성이라는 「가급」을 맞아 두 번째로 부담중량이 높았던 마필의 중량이 53kg이란 점에서 절대적인 불리가 예측됐다.
그러나 지난 뚝섬배와 같이 굳이 선행이 아니더라도 가능한 모습을 보이며 마사회장배에 출전하지 않은 이유를 짐작케했다.
지난 8월29일(농협배 다음 경주) 경주에서 우승한 17조 김점오 조교사는 “만약 마사회장배에 출전했다라면 8월29일 경주도 불투명했지만 출전하지 않고 계속 마필의 자존심을 살렸기 때문에 우승할 수 있었다”라고 경주 뒷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 자존심이 바로 지난주에도, 그것도 첫 호흡을 맞췄던 이신영 기수와도, 나타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무패강자’와의 대결로 현실적으로 내년 새해맞이 기념경주가 유력할 전망인데 두 개의 산이 언제쯤 하나로 합쳐질지 학수고대해 본다.
【김대유 기자 dykim@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