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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고,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을 말하며,
모른척 하면 좋을 것을 굳이 아는척하는…
도전과 개척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는 홍대유,
그는 누구의 말처럼 ‘묘한 인간’이었다”
본지에 게재됐던 ‘홍대유의 경마장 이야기’가 1년 2개월만에 부활됐다. 훌쩍 독자와 팬들을 떠났던 그가 다시 펜을 든 것이다.
그러면서 “글은 내 평생의 약속이자, 치열한 삶의 흔적”이라고 했다.
업그레이드 됐을 그의 글발(?)을 기대하며 독자 여러분을 대신해 만났다.
이희경 기자 eheek@krj.co.kr
반년만에 馬를 타다
지난주 금요일… 인터뷰 요청 차 전화했더니 다 죽어 가는 목소리다. 닷새를 굶고 있다 했다. 말을 타기 위해서라는데 출마표를 흘끔 보니 ‘그저 그래’ 보이는 말이다.
우승할 말 같지 않은 듯 한데 뭘 그리 굶느냐 하자 “난 아직 기수”라는 스탠더드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지난주 토요일, 소속조의 ‘블랙호크’에 올라탄 그의 모습을 지켜봤다. 앞선에선 일찌감치 우승과 준우승이 가려지고 있었지만 10여 마신 쯤 뒤에서 최봉주 기수와 바짝 붙어 끝까지 경합하는 그와 ‘블랙호크’가 보였다. 그 부분만 딱 떼어 내서 보면 마치 우승경합을 하듯 치열했는데… 최봉주 기수의 ‘초원의황제’를 반마신차로 따돌린 그의 성적은 7위. 반년만에 올라탄 것치곤 나쁘지 않았다.
57kg까지 갔던 체중을 열흘만에 52kg까지 감량시켰던 그 ‘지독함’은 바로 홍대유를 지탱하는 근성이자 본성이 아닐까?
20년 기수 인생 끝자락에 서다
지난 85년 정규 11기로 데뷔한 홍대유. 2년만인 87년에 일간스포츠배 우승트로피를 차지한 후 그는 늘 정상에 있었다. ‘남부군’‘차돌’‘두발로’‘화초장’등 시대를 풍미했던 명마들과 영광의 순간에 함께 했다.
아쉬움이나 미련이 있지 않느냐 물었더니 “기수로서 화려한 영광도 누렸고, 나름의 아픔도 있었다”며 “앞을 준비하기도 바쁜데 왜 미련을 갖느냐”며 반문했다.
괜히 기수회장을 맡아 손해본 것 아니냐 했더니 “역사의 평가는 냉정하지만 정확할 것”이라며 소신에 찬 대답을 했다.
실상, 그의 이렇듯 ‘똑부러짐’과 지나친 ‘자신감’이 그를 둘러싼 주변인에게 적대감을 만들거나 호기심을 동하도록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건, 조교사협회로부터 기수협회를 분가시키고 그늘에 가려있던 기수의 존재를 화려한 무대의 조명 속으로 끌어들 인 것은 누가 뭐래도 그의 공이었다는 사실이다.
조교사면허를 따다
조교사면허 1차 필기시험 결과가 발표될 즈음이었다. 결과를 묻는 기자에게 “기수 중 1등인 것 같다”며 모처럼 달뜬 표정을 보였던 홍대유.
6년 여 만의 시험인지라 어느 때 보다 응시자가 많이 몰렸다. 선발인원이 뻔했기에 영예기수 자격도 없었던 그가 불리했던 것도 사실. 또 남들처럼 1년 2년 준비한 것도 아니었기에 이런 결과가 어째 이상해 보이기도 했지만 실상 그의 집중력은 대단했다.
독서실에 처박혀 낮과 밤을 가리지 못한 채 지낸 게 6개월이다. 마방에 들어가 경주마의 골격을 더듬고 그 명칭을 익히며 수의사와 관리사들에게 부끄럼도 잊은 채 묻고 또 물었던 그다. 그러고 나서 받아든 성적표이니 누가 뭐래도 그는 악바리인 것이다.
도전(挑戰)과 개척(開拓)
언젠가 그에게 “삶이 피곤해 보인다”고 한 적이 있다. 항상 선봉에 나서, 누군가로부터 돌팔매를 맞거나, 하지 않아도 될 싸움을 하는 게 벅차 보여서다.
안락함과 안주(安住)를 구하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이 그에게는 왜 무의미하기만 한 걸까?
“내 삶의 철학이 대단해서가 아니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사람에겐 그 게 인생의 목표 혹은 삶의 태도가 될 수 있으며 이는 옳고 그르다 판단하거나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지 않나. 나는 끊임없이 변화하길 원하며 새로운 목표, 새로운 도전 상대를 늘 찾고 있을 뿐이다”
도전하지 않는 자 리더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천상 리더형 인간인 것이다.
그런 그에게 있어 가장 큰 인생의 목표는 ‘글 쓰는 작업’이다.
잘 하지도 못하는 몇 안 되는 일 중 하나에 많은 시간 할애하는 이유, 그것은 자신과의 약속 때문이다.
“글 쓰는 게 본업은 아니어서 누구처럼 멋지게 잘 쓰진 못하지만 내 나름의 장점도 분명히 있다고 믿는다. 삶의 행적을 기록하고 책으로 출간하는 건 나와의 약속이다. 잘 하지 못해 돌아가고 그러면서 늦어지더라도 나는 언제나 글을 쓰고 있을 것이다”
그의 이런 다짐 덕에 독자들이 그의 글을 볼 수 있다는 건 다행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나도 홍대유形 인간이 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묘한 인간 홍대유
1994년 연두…나는 ‘묘한 인간’을 하나 만났다.
가무잡잡하고 작은 얼굴에 작은 키, 그러나 건강미 넘치고 보무가 썩 당당한 친구였다. 당시만 해도 내가 그와 5년 이상 친분을 유지하리란 생각은 안 했다.
‘홍대유’였다. 직업은 경마장 기수.
내가 그를 ‘묘한 인간’이라고 표현한 건 그의 살아가는 방식 때문이다.
혼자 못 사는 게 인간이다. 누구나 다른 누구를 만나가면서 삶의 폭을 넓힌다. 그렇다고 그 누구를 위해서 살지는 않는 게 인간이다. 오히려 그 누구가 나를 위해 살아 주길 바라는 게 대개의 인간이다.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생겨 먹었기 때문이다.
한데 이 친구, 적어도 내가 아는 상식 안의 인간은 아니었다. 누구를 위해 총대를 메더니, 누구를 위해 제 먹을 것을 갖다 줬다. 힘없는 누구를 위해 골리앗과 같은 누구에게 매도 맞았다.
제 힘도 별것 아니면서 말이다. 그가 누구를 위해 한 일을 전부 쓰자면, 이 책 지면의 전부를 내가 메워야 할 것이다.
이렇게 살아가는 그가 ‘묘한 인간’으로 보였던 건 내 눈이 지독한 근시이기 때문일까?
-『경마장은 아름답다』 에 게재한 만화가 배금택씨의 ‘묘한 인간 홍대유’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