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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승보다는 경험이 우선이다
지난 주 쌍승식 1천배 이상의 고배당 축포가 쏘아 올려졌다. 바로 ‘용악산’에 기승했던 김영진 기수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동기생 중 가장 늦게 첫 승을 기록한 김영진 기수. 그러나 현재 그를 모르는 경마팬은 없을 것이다.
중간중간 무섭게 말몰이를 하는 모습에 반한 경마팬도 상당수에 달하고 있어 저격수란 애칭
을 듣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데뷔 이후 동기생중 가장 빠른 출발과 언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문세영 기수를 서슴없이 경쟁상대로 지목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던 김영진 기수를 만나 그의 얘기를 들어 보았다.
‘돌아온 스나이퍼’
지난해말 낙마 부상으로 인해 김영진 기수는 4개월이란 기간을 재활치료에 매달려야 했다. 어깨부상을 입었는데, 채 부상이 완치되기도 전인 지난해 12월 성급한 마음에 기승을 시작했지만 한번 다친 어깨 인대로 인해 재 휴식을 취해야 했던 것이다. 물론 낙마를 하긴 했지
만 그 당시 부상은 크지 않았다. 결국 김 기수는 또다시 2개월의 기간을 지내면서 몸만들기
를 해왔다.
그는 현재 마방해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배대선 조교사에게 고마움을 얘기한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자신이 기승수를 늘릴 수 없기 때문. 하지만 조교사는 그의 사정을 십분 이해했고, 배려 속에서 차츰 기승 횟수를 늘려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올해의 목표를 묻자 “아직은 재활이다”라고 밝히는 그는 말과 함께 운동을 하는 직업이다
보니 1년이상 꾸준하게 재활운동을 해야 완전한 컨디션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물론 최근 보여준 그의 활약을 생각하면 이미 최상의 준비를 마치고 복귀한 상태로 보이지만 얼마전 결승선을 앞두고 역전을 허용한 ‘오추혼’을 예로 들면서 김영진 기수는 자신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바로 경험이라고 털어놓는다. ‘오추혼’이 결승선 직선주로에서 안쪽으로 약간 기대는 것을 느끼고 외곽을 견제하면서 경주를 펼쳤는데, 인코스를 공략한 임대규 선배를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 바로 경험 부족으로 기인한 것이라고 스스로 진단한다.
‘모두 잘 될 겁니다’
마방해체라는 어려움으로 인해 최근 김영진 기수는 대부분의 말들을 기승할 때 타조로 표시되고 있다. 하지만 많은 말들은 20조에서 함께 동고동락하던 말들이다.
심리적인 부담감이 있을 법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딱 잘라 말한다. 새벽 훈련을 앞두고 가장 먼저 마방 문을 열고 제일 열심히 일을 하는 마방식구들을 보면서 새로운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달 평상시 20조의 모습을 잃고 부진한 성적을 낸 것이 가슴 아프지만 모든 마방식구들이 열심히 하고 있어 금새 명문마방의 위용을 찾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특히 “조만간 20조 잭킹을 달고 새벽 경주로를 누빌 것이다”는 말을 하는 김영진 기수의 모습에는 자기 다짐이 보인다.
‘활사위’부터 ‘상월’까지
김영진 기수에게 기수로서의 자질을 갖추게 해준 것은 ‘활사위’라고 한다. 항상 경주에서 열심히 뛰어주던 마필로 48kg의 적은 부담중량이었지만 마필의 등에 앉으며 기승자세가 제대로 나오는 마필이라 신인시절 제대로 된 기승자세를 익히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블랙마운틴’도 그에게 있어 잊지 못할 마필이다. 국산 1군까지 올라갔으니 능력도 좋던 마필이다. 성격이 칼칼해서 누구도 쉽게 다루지 못해 부상으로 병원에 있던 그가 퇴원하기 전까지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적도 있단다.
체구는 작았지만 칼칼한 성격에 마방에서 우두머리 행세를 하던 ‘블랙마운틴’이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하위군 시절 4코너 이후 소위‘날라간다’는 표현을 생각나게 만들 정도로 뛰어난 추입력이 있었기 때문이고, 목이 짧아서 잘 뛰고도 여러번 결승선상에서 코차로 2위에 머문 기억이 있기 때문이란다.
현재 그에게 있어 애마는 ‘상월’이다. 연승을 한 이후 운동기성 질환으로 휴양을 했지만 또다시 돌아와 연승을 기록할 만큼 능력과 근성이 좋은 경주마다.
‘시작은 초라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김영진 기수의 고향은 경기도 포천. 태어나고 고등학교 졸업까지 마친 곳이다. 하지만 말이 좋아 경기도지 바로 옆 마을이 강원도 철원의 두메산골이었다.
2남4녀중 막내인 그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인천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 때 배운 기술이 가구 만드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평생 직업이 될 줄 알았지만, IMF가 터지면서 그가 다니던 가구공장이 도산을 하게 되었다.
사회 전체가 흔들리던 시절. 그는 현금유통이 빠른 중국집 배달을 시작했다. 어느 정도 배달일에 익숙해질 무렵, 그의 적은 체구를 보고 주위에서 기수를 해보라는 권유를 들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막상 지원은 했지만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운명의 신은 그를 기수의 길로 이끌었다. 평소 기름기 넘치는 음식 옆에서 생활하던 그가 49.95kg으로 간신히 체중을 통과한 것이다.
힘도 들었지만 나름대로 잘 보냈다고 생각하는 후보생 시절이 지나고 정식 기수로 데뷔한 그에게 경마장은 시련을 안겨 주었다.
시작과 더불어 병원신세를 져야했던 그는 두 달 사이로 부상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제대로 기승을 한 것은 동기생보다 한참 늦은 8월부터니 늦어도 엄청나게 늦었다.
하지만 들쑥날쑥한 생활중에서도 그는 기수가 되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의욕을 불태웠다. 잦은 부상이 그에겐 많은 시련을 안겨 주었지만 한편으론 목표를 향한 집념을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비록 어렵게 시작했고, 그 시작은 초라했지만, 그가 꿈꾸는 기수생활은 환한 무지개 빛으로 빛나고 있다.
김영진 프로필
생년월일; 1978년 8월 17일생
데뷔일자; 2001년 7월 6일
고향; 경기도 포천
현 소속조; 25조 강명준 조교사 - 20조 배대선 조교사(현 마방 해체중)
첫 우승; 2002년 10월 20일 제7경주 ‘힘차게’
통산전적; 491전 36승 2위 35회(승률 7.3%, 복승률 14.5%)
최근1년 전적; 123전 10승 2위 8회(승률 8.1%, 복승률 14.6%)
권순옥 취재부장 mar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