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교사협노조 2000년도 임금합의서 어떤 내용인가

조교사협회와 조교사협회노조(이하 관리사노조)의 임금교섭이 29일(수) 합의를 통해 최종 판결됐다.
관리사노조는 지난 1월 14일 조교사협회와 2000년도 제1차 임금교섭을 시작으로 12차에 걸친 줄다리기 협상을 벌여왔다.
이과정에서 노사간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자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 및 쟁의발생 신고를 내게됐고 끝내 부분파업으로까지 이어지는 사태가 발생, 경마중단에의 위기를 고조시켰다.
하지만 관리사노조는 협회의 요청대로 29일(수)까지 최종시한을 주는대신 교섭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시에는 경마일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강경대응방안을 세워 경마중단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관리사노조의 요구안은 2000년도 임금과 관련한 6개 사안과 체불 임금 및 퇴직금 지급에 관한 5개 항목으로 총 11개에 달한다. 이가운데 쟁점으로 대두된 것은 관리사노조측이 지난 93년 마사회와 합의했던 제도전환합의서에 의거해 ‘마사회 직원과의 임금 및 복지 동등대우’를 요구하고 나선 부분으로 이는 마사회가 제도전환합의서의 폐기를 전제로 교섭에 나섬으로써 더욱 문제가 확산, 그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게 됐다.
29일 저녁 8시에야 최종 협상에 돌입한 조교사협회와 관리사노조는 3시간 반에 걸쳐 교섭안을 검토, 협회가 관리사노조측의 요구안을 대부분 수용함으로써 마침내 해결점을 찾을 수 있었다.
이에따라 조교사협회와 관리사노조는 30일 오후 3시 합의서를 작성, 사태를 일단락지었고 관리사들은 31일부터 각자의 업무위치로 전격 복귀했다.
이번에 합의된 내용을 살펴보면 가장 큰 쟁점사항으로 대두됐던 제도전환합의서의 폐기 여부가 매듭지어진 것이 눈길을 끈다.
그동안 마사회와 관리사노조는 제도전환합의서 폐기를 두고 논쟁을 벌임으로써 임금교섭을 교착상태에 빠뜨렸다. 그러나 위기를 의식한 협회와 마사회가 이 부분에 대한 요구를 철회함으로써 교섭이 원활하게 진행됐고 마침내 관리사노조의 11개 요구사안 중 10개 사안을 수용, 합의에 도달하게 됐다.
주요 골자는 ‘93년 작성된 제도전환합의서의 존속을 전제로 마사회 직원과 임금 및 복지의 동등 처우를 보장한다’는 내용이고 이외에도 관리사노조측의 요구사안이 대폭 수용된 게 이번 교섭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임금 및 복지 부분에서의 격차는 2000년 1월부터 소급적용되며 관리사들은 이번 합의로 마사회 직원과 동등한 수준의 임금 및 복지를 적용받게 된다.
또한 지난해 폐지됐던 체력단련비는 이번 교섭을 통해 가계보조비로 지급받을 수 있게 됐으며 이는 마사회가 직원들에게 이미 지급한 부분이므로 동일하게 적용된다.
97년 이후 지급되지 않았던 체불된 복지비 가운데 마사회가 직원들에게 이미 지급했던 3조 돌파 상여금도 관리사들 역시 동일한 수준으로 지급받게 됐고 마사회가 아직까지 시행하지 않은 직급보조비도 연내까지 마사회 직원과 같은 수준으로 동일한 시점에 지급할 예정이다.
한편 정부지침에 의한 구조조정 달성 3% 인센티브도 관리사들에게 적용될 방침인데 아직까지 지급 시점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아직까지 정산되지 않은 퇴직금 미지급액 19억9천만원도 연내 지급받을 예정이라 관리사노조의 요구사안은 거의 대부분 이번 교섭을 통해 수용됐다.
문제가 된 부분은 휴일근무수당과 야간경마시 초과근로수당으로 이는 근로기준법상 관리사들의 직종분류가 축산업으로 돼있기 때문에 법적인 부분에서 해소되야 이뤄질 수 있으며 현재로선 지급이 어렵다는 게 마사회의 입장이다.
마사회는 그러나 야간경마시 초과근무 수당에 대해서는 법률적 검토를 거친 후 마사회장 전결하에 일부를 보전해줄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관리사노조측의 이해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상이 이번 관리사노조와 협회간 임금교섭 합의안의 주요 내용이다. 경마의 파행적 운영을 야기했던 이번 관리사노조 사태는 29일 전격 합의에 도달하며 매듭지어졌고 이제는 합의서 내용대로 마사회가 정부로부터 예산승인을 받아낼 수 있느냐하는 문제만 남았다.
이에대해 관리사노조로부터 이번 문제를 위임받은 공공서비스연맹노조의 한 관계자는 “비공식적이기는 하지만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관련부처로부터 승인의사를 확인했다”며 긍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1개월여를 끌어온 이번 사태가 비록 매듭지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문제의 불씨는 남아있어 앞으로 발생할 일들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
일단 3주이상 경주마 훈련이 파행적으로 이뤄짐으로써 능력검사가 3차례나 취소됐고 이번주에는 경주마 부족으로 1개 경주가 편성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대다수 경주가 10두 미만으로 편성돼 관리사노조의 부분파업으로 인한 후유증을 여실히 드러냈다.
또한 마사회노조는 성명서 발표 및 긴급 노보제작을 통해 이번 사태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나섰고 관리사노조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과가 적은 다른 유관단체들도 처우 개선 요구에 나설 움직임을 보여 결코 낙관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