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중단의 벼랑 끝까지 몰렸던 조교사협회와 노조(이하 관리사노조)간의 2000년도 임금교섭이 우여곡절 끝에 합의점을 찾는데 성공했다.
관리사노조는 지난 24일(금) 조교사협회의 요청으로 29일(수)까지 마사회와 조교사협회에 시한을 주고 최종 교섭안을 기다리며 투쟁의 수위를 조절해 왔다. 만일 이날까지 별다른 성과가 없다면 관리사노조는 경마일 총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방침을 고수해 29일 예정된 최종 교섭 결과에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한국마사회는 29일 오전부터 김진용 업무이사 주재로 오후 늦게까지 최종 교섭안을 확정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고 혹시 발생할지도 모를 경마중단 사태에 대해 대비책을 마련하는 한편 관리사노조와 조교사협회간의 원활한 교섭 진행을 위해 다양한 협상카드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오후 6시즈음에야 비상대책위원회를 마친 마사회는 최종교섭안을 조교사협회와 협의를 거쳐, 오후 8시에 조교사협회 회의실에서 협상 테이블이 마련됐다.
이날 최종교섭에는 박진호 조교사협회장을 비롯해 협회 임직원 6명이 사용자측으로 참석했으며 관리사노조에서는 이기호 위원장과 김동성 사무국장, 전영철 정책국장 김희장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참석, 30일 새벽 1시 30분까지 최종 교섭안을 검토했다.
조교사협회측에서는 이미 지난 24일 관리사노조에 1차 교섭안을 제시한 바 있었으나 관리사노조의 수용 거부로 무산, 최종 교섭 결과에 따라 경마시행 여부가 결정될 정도로 이날의 최종 교섭은 긴박한 상황이었다.
당초 관리사노조는 2000년도 임금 25% 인상을 비롯해 11개의 요구안을 걸고 투쟁을 벌여왔는데 이 과정에서 마사회가 지난 93년 작성된 제도전환합의서의 폐기를 요구함에 따라 경마중단사태로까지 번지며 사태가 확산됐다. 하지만 이날 최종교섭을 앞두고 마사회는 입장을 급선회, 제도전환합의서의 존속을 전제로 관리사노조측의 요구안을 최대한 수용한다는 방침을 세워 사태해결의 얽힌 실타래가 풀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타결된 2000년도 임금교섭안의 주요 골자는 ‘93년 작성된 제도전환합의서의 존속을 전제로 마사회 기능직과 관리사의 동일한 처우를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그동안 관리사노조가 일관되게 마사회측에 주장했던 바이며 이번 투쟁의 가장 큰 가시적 성과물로 평가된다.
관리사노조는 30일(목) 기수협회 강당에서 임시총회를 열어 노조원들에게 협상의 성과와 결과를 알렸고 4백37명 노조원들은 비교적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따라 관리사노조와 마사회는 30일 오후 1시 30분 합의서를 작성, 사태의 일단락을 알렸다.
1개월여를 끌어온 관리사노조와 마사회간 2000년도 임금교섭 및 투쟁은 비록 서로간 양보를 통해 합의점을 이끌어냈으나 또다른 사태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도전환합의서의 존속으로 인해 매년 양측의 임금교섭은 난항을 겪을 소지가 있으며 특히 마사회노조측이 이번 사태를 두고 성명서와 긴급 노보를 발행하는 등 움직임을 보여 앞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