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에게는 기회를, 생산자와 마주에게는 경주상금의 고른 배분을 위해 지난 4월 신설됐던 미승리마 경주가 시행 첫 해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올 4월부터 그동안 단 한 번도 우승을 기록하지 못한 미승리마만을 편성해 매월 국산·외국산 각각 2개 경주씩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지금까지 10번의 경주가 모두 편성 최소두수를 채우지 못하고 취소돼 미승리마 경주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미승리마 경주란 도태율이 높은 선진 경마국에서 능력있는 경주마의 조기 도태를 막고자 시행하는 경주제도다. 즉, 경주마의 능력이 상향평준화된 선진 경마국에서는 능력있는 신마라 하더라도 데뷔 후 2∼3차례 경주를 치르는 동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할 경우, 도태되는 예가 많아 이를 막기 위해 기회를 부여한다는 취지에서 미승리마 경주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마주협회의 요청으로 이같은 제도를 도입한 마사회는 그러나 미승리마 자원두수가 모자라고 무엇보다 미승리마 경주에 대한 조교사들의 인식이 부족해 출마투표율이 현저히 떨어짐으로써 경주 시행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밝힌다.
현재 서울경마장에는 대략 30여두의 미승리마가 있는데 이를 평균 4주로 나눠보면 주당 적어도 7∼8두의 미승리마가 출마투표를 한다는 통계가 나온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미승리마들은 여타 외국산5군이나 국산4군 경주에 출전신청을 하고 있어 미승리마 경주 시행을 위한 최저두수인 7두 마저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승리마 경주의 출마투표 현황을 보면 시행 첫 주였던 지난 4월에는 외국산 경주에 단 한두도 신청을 하지 않았고 국산마 경주에만 그나마 1두가 출전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4개 경주가 예정됐던 5월에도 외국산·국산 통틀어 1두만 출전신청하는 부진을 보이는 등 지금까지 예정됐던 10개 경주에 단 8마리만 신청해 경주당 0.8두의 출마투표율을 보이고 있다.
조교사들이 이처럼 미승리마 경주를 꺼리는 이유는 능력이 부진한 경주마가 미승리마 경주에 편성돼 엇비슷한 부진마들 사이에서 우승을 차지하게 될 경우, 승군이 부득이하고 그렇게 되면 순위권 유지조차 어려울 것으로 우려돼 이를 기피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듯 미승리마 경주가 번번이 무산됨에 따라 일일 12개 경주를 채우기 위해서는 출전신청이 많은 다른 경주를 분할하는 수 밖에 없어 자연스럽게 경주편성이 느슨해지고 경주질마저 떨어지고 있다.
시행 3개월째에 접어들었으나 제대로 경주시행조차 해보지 못한 것을 두고 마사회 한 관계자는 “선진경마국의 경마시행제도를 본받아 미승리마 경주를 도입했지만 실질적으로 우리 경주마의 수준을 고려했을 때 개념 자체가 차이가 있다”고 밝히며 이번 주에도 미승리마 경주가 출마투표 부족으로 취소될 경우, 경마발전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해 폐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