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마의 산증인 고 김승길

지난 14일 한국경마의 산증인이라 불리우는 김승길 전 조교사가 운명을 달리했다.
평소 그를 괴롭히던 당뇨가 악화되었던 것이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한평생을 바친 경마장과 가까운 곳에서 타계한 것이다.
고인을 한국경마의 산증인이라고 일컫는 것은 그가 3대에 걸친 경마가족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거슬러 일본인에 의해 시작된 이 땅의 경마에 한국인 기수가 등장한 것은 1921년이라고 한다. 최초의 한국인 기수가 김자근봉씨 였다. 그는 후에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기수면허를 따고, 제2회 일본천황배에서 우승한 쟁쟁한 기수였음은 「일본기수계보」와 「한국경마60년사」에 전해진다.
그리고 1932년 일본의 지바현(千葉縣)에 있는 나까야마(中山)경마장에서 바로 김승길 조교사가 태어난 것이다.
고인은 현역 조교사 시절 추입마 훈련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며, 경주마 훈련에 달인으로 불렸다. 그가 길어낸 명마중 대표적인 말이 바로‘에이원’이다.
경주마 훈련 뿐아니라 그는 말질병에도 박식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말간에서 태어나 말과 함께 키워진 고인은 한때 축산수의학을 공부하기도 했으나 아버지의 뒤를 이어 기수가 되었다고 한다.
94년 정년 퇴임을 한 고인은 국산마 고향인 제주도에 정착했었으나 지병인 당뇨로 고생을 해왔다고 한다.
고인의 첫째·둘째 아들도 역시 경마장에서 태어났고, 자연스럽게 경마인이 되고 말았다. 장남인 김학수씨는 현재 10조 조교보로 재직중이다.
초창기 한국경마에서 과천경마시대에 이르는 기간동안 한국경마 발전을 위해 한평생을 바쳐왔던 고인은 비록 운명을 달리했지만, 그의 아들들이 유지를 받들고 있다. 또한 가르침을 받으며 한가족처럼 지내던 기수·조교사들 역시 그를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
한국경마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역사를 구축해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마를 이루기까지 수고를 아끼지 않은 많은 숨은 공로자를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있는 것 같다. 명예의 전당과 같이 경마역사를 보전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할 것이다.
【권순옥 차장대우 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