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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선 기수는 2009년 데뷔 이래 경마계에서 여성으로서 수많은 장벽을 넘어야 했다. 경마는 말의 능력과 기수의 역량이 함께 승부를 결정짓는 스포츠지만, 그가 초기에 우승권 말과의 연을 맺는 일은 쉽지 않았다. 경마교육원을 수석으로 졸업한 그의 실력조차 기득권의 벽을 깨기엔 부족해 보였다. 그러나 그는 이를 포기 대신 기회로 삼았다. 비인기마도 자신의 능력으로 빛나게 만드는 치밀한 분석과 끈기를 무기로, 자신의 입지를 넓혀갔다.
`글로벌히트`와 김 기수의 인연은 2023년부터 시작됐다. `글로벌히트`는 혈통적으로는 명마였지만, 좁은 가슴과 뒤틀린 다리라는 신체적 결함으로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 기수는 이 말의 잠재력을 간파했다. 그는 "글로벌히트의 호흡을 달래면서 원하는 대로 달릴 수 있도록 집중했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두 존재는 완벽한 호흡으로 경기를 풀어나갔고, 그해 한국경마에서 가장 권위 있는 코리안더비 우승까지 거머쥐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랑프리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국내 최고 권위의 대회로, 2300ｍ라는 긴 거리에서 가장 뛰어난 경주마와 기수를 가린다. 김 기수는 이 대회에서도 특유의 경기 운영 방식으로 빛났다. 경기 초반 중간권에 머물던 그는, 마지막 직선 코스에서 놀라운 역전을 이루어냈다. 이는 경기의 흐름을 읽는 그의 뛰어난 판단력과 `글로벌히트`의 성장이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 이번 우승으로 김 기수와 `글로벌히트`는 7번째 대상경주 우승과 함께 누적 상금 38억 원을 기록했다.
내년에는 세계 최고 권위의 두바이월드컵에 도전한다. 두바이 정부의 초기 반대에도 불구하고 설득 끝에 대회 출전이 성사됐다. 상금 1200만 달러(약 168억 원)가 걸린 이 대회는 김 기수와 `글로벌히트`가 꿈꿔온 무대다. 그는 "글로벌히트는 국내보다 세계 무대에 더 걸맞은 만큼 기수로서 이번 대회를 침착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기수는 부상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끊임없이 도전해왔다. 오른쪽 다리에만 두 차례 전방십자인대 파열 수술과 발목 골절 수술을 받으며 은퇴를 고려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조교사 공부를 통해 말에 대한 이해도를 더욱 높였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히트`와의 호흡을 더욱 단단히 다졌다. "부상을 당하면 글로벌히트와 더 뛰지 못할까 봐 겁이 난다"는 그의 말에서 말과의 깊은 교감과 애정이 드러났다.
16년간의 기수 생활 동안 김 기수는 경마를 통해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삶의 진리를 절감했다고 한다. 매주 1700회가량 열리는 일반 경주와 연간 50여 회 열리는 대상경주를 통해 그는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좋은 일이 생기면 안 좋은 일이 생기고,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그의 깨달음은 단순한 경마 이상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김 기수와 `글로벌히트`의 도전은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를 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