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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0일에는 제주 말산업특구 지정 10주년을 맞아 말산업의 성과와 과제 전문가 토론회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말산업토론회나 마찬가지로 토론회에서는 말산업을 활성화 한다면서도 재원을 제공하게 되는 경마사업활성화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그래서 말산업활성화를 위해서는 경마사업활성화를 반드시 제기하는 투트랙전략이 왜 필요한지를 논의해보고자 한다.
과거 제주 말산업특구 지정 당시는 지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았고, 이어 경북(구미·영천·상주·군위·의성), 경기(이천·화성·용인) 등으로 확산되며 말의 생산, 조련, 승마 등의 산업 기반이 전국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마련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말산업 전반의 활력은 지속되지 못했다. 초기의 관심은 식었고, 전국 곳곳에 조성된 승마시설 다수는 수익성 악화로 운영난을 겪고 있다. 농가 단위 말 생산자들 역시 정부의 축산 정책에서 소외되어, 다른 축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원이 미미한 현실에 놓여 있다.
문제는 말산업육성법에 따라 운영되는 특구가 정작 산업의 근간이 되는 경마산업과는 단절된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말산업에 투입되는 예산의 주요 재원은 정부 일반예산과 축산발전기금이다. 이 중 축산발전기금은 한국마사회의 경마 수익금에서 출연되는 구조다. 하지만 최근 수년 간, 경마 매출은 각종 규제로 인해 크게 감소했다. 온라인발매 불허, 장외발매소 설치 제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의 입장객 전면 차단 등의 악재가 이어지며, 경마 매출은 과거 7~8조 원에서 1조 원대까지 급감했다. 그 결과 축산발전기금 출연 역시 거의 ‘제로’에 가깝게 줄었었다.
더 심각한 것은 이와 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말산업계 안팎에서 경마산업의 활성화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경마’라는 단어가 갖는 부정적 인식과 사행산업에 대한 사회적 시선 때문인지, 말산업 토론회나 정책 논의 자리에서도 경마규제 완화나 제도개선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면, 복권과 체육진흥투표권(토토)의 경우를 보면 사행산업과 공공정책의 연계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복권은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 따라 발행과 기금 조성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복권위원회는 법적 제한 없이 발행 종류, 방식, 수량, 발행액을 결정하며, 7조 원대 판매액과 연 3조 원대의 복권기금을 만들어 각종 공익사업에 투입하고 있다. ‘억제’보다는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구조다.
토토 역시 마찬가지다. 별도의 토토법이 아닌 ‘국민체육진흥법’ 안에 근거 조항을 두고, 체육진흥과 체육진흥기금 확충이라는 정책목표에 맞춰 운영된다. 법령에는 발행방식이나 점포 수에 대한 구체적 제한이 없어, 운영기관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의 판단에 따라 유연하게 시장 확장이 가능하다. 그 결과 2002년 283억 원에 불과했던 토토는 2023년 기준 6조 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이와 비교하면, 한국마사회법은 사실상 ‘경마규제법`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외발매소 개소수 제한, 발매방식 통제, 온라인발매 금지 등으로 수익사업 확대가 근본적으로 봉쇄되어 왔다. 여기에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엄격한 사전 규제와 농림축산식품부의 이중 감독이 겹쳐 경마산업은 사실상 위축 일로에 놓여 있다.
경마는 단순한 사행산업이 아니다. 국가 세수로 연결되는 레저세(지방세), 지방교육세(국세)뿐 아니라 축산발전기금의 핵심 재원이기도 하다. 말산업의 지속 가능성은 결국 경마산업의 건전한 수익구조 복원에 달려 있다.
따라서 지금처럼 ‘말산업육성’과 ‘경마산업’을 분리해 다루는 방식으로는 특구의 지속 가능성은 물론 산업 전체의 미래도 담보할 수 없다. 말산업육성법과 한국마사회법을 통합하거나 연계해, 복권법과 토토법처럼 경마 수익이 곧 말산업 지원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경마산업이 살아야 말산업이 산다. 이제는 마사회, 지자체, 말 생산자, 승마장 운영자 등 관련 주체들이 한목소리로 경마 규제 완화와 제도 개선을 요구해야 할 시점이다.
어렵게 시작한 경마전자마권(온라인발매)의 1) 대면가입방식을 비대면가입방식으로 개선, 2) 전자마권 구매한도를 경륜처럼 10만원으로 상향조정, 3) 전자마권발매총액한도를 복권과 토토처럼 폐지 등에 말산업계가 한목소리를 내야 할 때가 지금이다.
경마를 외면한 말산업육성은 결국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김종국 정책학 박사, 사행산업정책연구소 / 前 한국마사회 상임이사,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