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말을 앞두고 최고 기온 24도를 웃돌던 지난 일요일, 따스한 햇살 아래 수많은 경마 팬들과 나들이객들이 서울 경마공원을 찾았다. 수시로 강한 바람이 불었지만 많은 이들이 밖으로 나와 경주마들의 짜릿한 질주를 바라보며 환호하고 함성을 내질렀다. 그 하이라이트는 단연 퀸즈 투어의 봄, 여름 시리즈의 첫 번째 경주인 동아일보배(L)였다.

이번 동아일보배(L)엔 작년 우승마인 `즐거운여정`이 다리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해 출전을 포기했다. 그 라이벌인 `원더풀슬루`는 스테이어 시리즈로 노선을 변경했고, 3강 체재를 형성했던 `라온포레스트`만이 그 이름을 올렸다. 다만 24년에 퀸의 관을 쓴 `플라잉스타`와, 세계일보배(L) 우승의 `크라운함성` 등 각 마방의 4세 주력들이 출전하며 경쟁하게 되었다.

그중 단승식 배당에서 한 자릿수로 인기를 몬 마필은 `크라운함성`, `플라잉스타`, `글라디우스` 3두로, 그중 `글라디우스`는 이혁 기수의 기승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조교 중 부상으로 인하여 장추열 기수로 기수변경되었다. 또한, 서울경마에 또다시 선행마들의 강세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선행 전개가 가능한 마필들의 경마 팬들의 시선을 끌었다.

경주 스타트는 `크라운함성`의 재빠른 선두 탈환과 페이스메이킹으로 시작되었다. 안쪽 주자들이 출발 직후 크게 부딪히면서 `크라운함성`과 씨씨웡 기수에게 선행길이 열렸던 것이다. 이를 확인한 가장 안쪽과 외곽의 주자들이 그 길을 노리며 달려들었지만, 정작 또 다른 기대주인 `플라잉스타`는 느린 출발과 추진으로 선두권에 자리하지 못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유승완 기수는 주행방해를 무릅쓰고 마군 사이로 강하게 파고들었다.

초반 흐름을 잡고 뒷 직선주로까지 선두를 유지한 `크라운함성`은 페이스를 늦추기 시작했다. 그로 인하며 선입권 마필들 간의 정체가 발생했고, 곡선주로에 이르러서 페이스가 한순간 더 느려지자 `글라디우스`, `이스트점프`, `플라잉스타` 간의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선두 `크라운함성`과의 간격이 갑작스레 가까워진 `글라디우스`는 고개를 안쪽으로 꺾은 채 아슬아슬하게 곡선주로를 주파했다. 장추열 기수는 내내 이를 제어하기 위해 고삐를 쉽게 밀어붙이지 못했지만 주로 안쪽에 난 공간을 쉬이 넘겨줄 수 없었고, `글라디우스`와 장추열 기수는 그 틈을 파고들며 `크라운함성`과 경합하기 시작했다.

재빠른 마필들 간의 경쟁은 100M를 넘기지 못했다. `크라운함성`은 페이스를 늦추며 체력을 보존했음에도 불구하고 `글라디우스`의 반격을 저지하지 못했다. 페이스메이커의 느린 흐름 속에서 제 속도를 내지 못한 `글라디우스`와 장추열 기수는 마침내 자유로워져 마음껏 달려나갈 수 있었다. 그 차이는 결승선 100M 지점에서 1마신, 50M 지점에서 2마신, 결승선을 넘어서는 그 순간엔 3마신으로 벌어져 있었다. `글라디우스`와 장추열 기수의 쾌속 우승이었다.

`글라디우스`의 우승엔 주목할 만한 점이 많다. 서울경마 9조 강성오 조교사는 데뷔 7년, 1,365전 만에 대상경주 우승마를 배출해냈고, 이혁 기수의 기수변경 조치로 기승하게 된 장추열 기수는 토요일 통산 500승 달성 직후 일반경주에서의 우승과 더불어 대상경주 우승을 전적에 새기며 통산 502승을 기록했다. 스프린터 시리즈의 2관마 `가온챔프`를 소유했던 김기종 마주는 6년의 기다림 끝에 다시 한번 대상경주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또한 `글라디우스`는 종반 독주로 1분 55초 7의 비교적 빠른 발걸음으로 결승선을 통과했고, 전개 내 정체 구간이 형성되지 않았더라면 기록을 수 초 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을 것으로 보인다. `크라운함성`은 종반 구간에서 아쉬운 부분을 보여줬지만 후미와 5마신 이상의 차이를 벌리며 첫 1800M 경주를 준우승으로 마무리했다. 종반 순위 끌어올리기로 반전의 분위기를 몰아오는 임다빈 기수는 다시 한번 `퀸톱`과 함께 3위에 자리하며 추입 주자의 저력을 선보였다.

초반 전개를 잘 풀어나가지 못했던 `플라잉스타`는 결국 선두 진출 시도에도 불구하고 7위에 자리하며 다음 경주를 기약하게 되었고, 23 트리플 티아라 시리즈의 3강 체재를 이루었던 `라온포레스트`는 꾸준한 입상 주자인 만큼 다시 한번 4위로 입상하며 상금을 쌓았다.

트리플 티아라&퀸 `즐거운여정`이 이번 경주에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계속 조교를 해나가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다음 관문인 뚝섬배(G2)의 출전 가능성이 돋보인다. 1400M로 거리가 줄어들기 때문에 단거리 5연승의 `크라운함성`이 다시 한번 주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며, 출전주기를 바로 잡은 `플라잉스타`의 단거리 반전 우승의 가능성도 열리게 되었다. `글라디우스`도 1400M 경주에서 빠른 발걸음을 보여준 바 있어 기대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최현성 전문기자의 경마이야기는 말산업저널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