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마 경매 무산, 무엇이 문제인가
마주협, 상금에 반영된 마필원가와 실거래가 차이 보전 요구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생산농가 실의
-개인마주제 정착위한 적정한 상금규모 이뤄지지 못해 경매무산까지 야기
3년차에 접어든 국산마 경매가 구매자인 마주들의 불참으로 끝내 무산됐다.
6월 28일(수) 한국마사회 제주도 육성목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국산마 경매에는 총 1백33두(마사회 84두, 농가 49두)가 상정, 주인을 애타게 기다렸으나 불발돼 많은 피해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생산농가에서는 총 72두를 경매에 상정할 예정이었지만 마주들의 불참 소식이 전해지며 당초보다 적은 49두만이 경매를 준비해 왔다.
그러나 이 역시 무산되자 농가들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
한국마사회의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라 오는 2005년까지 국산마 자급률 75%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던 경주마 생산농가들은 기껏 키워놓은 경주마들을 살 사람이 없다는 데에 깊은 회의를 느낀다고 밝히는 한편, 근본적인 제도 개편만이 경마산업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경매에 마주들이 불참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경주상금에 포함되는 마필원가가 실거래가에 훨씬 못미침에 따라 마주들의 적자폭이 점점 심화된다는데서 비롯됐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마주협회는 올 초부터 마사회에 실거래가를 상금에 반영하는 것을 비롯해 마사회 육성목장마의 일괄인수 등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상금책정에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마사회로서는 마필원가의 정상적인 반영에 난색을 표하는 한편, 육성목장마의 일괄인수 역시 공정거래법에 저촉된다며 이를 거부, 결국 경매가 무산되는 지경에 이르렀고 이에따라 생산농가만 막대한 피해를 입게됐다.
마주협회 역시 그동안 경마상금에 반영된 마필원가와 경매를 통해 마주들이 지출한 내역을 비교했을 때 경매시행 2년간 무려 20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시행체가 올해 경마상금에 마필원가 보전을 해주든지 마사회에서 보유하고 있는 경매마를 경마상금에 반영된 원가대로 일괄인수케 하든지 택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좀처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매를 둘러싸고 해당 단체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자 생산자협회는 당초 4월로 예정됐던 국산마 경매를 6월까지 연기, 원만한 타협이 이뤄지길 기대하는 가운데 경매를 강행했지만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경주마 생산 기반 “흔들”>
―90여개의 생산농가, 수익성 없는 경주마 생산에 회의
―문광부는 경주마 생산 중장기 계획도 모르고 행정, 생산농가 불만 포화상태
―경주마 생산은 경마산업의 근간임을 인식해야

2000년도 제1차 국산마 경매가 무산됨에 따라 경주마 생산농가의 한숨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경주마 생산농가들은 경매제도의 활성화와 정착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매년 많은 폭의 적자를 감수하면서 경주마들을 생산·육성하고 있다.
생산농가들은 매년 3월부터 6월까지 종부기간 동안 자체 보유하고 있는 씨암말(농가당 많게는 50여두에서 적게는 10여두)과 마사회 육성목장에서 보유하고 있는 씨수말간 추첨 방식으로 교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듬해 1월에서 5월사이에 분만이 끝나면 6개월까지 직접 육성하며 일부는 마사회 육성목장에 6백만원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나머지는 24개월령까지 키워 경매에 상정하거나 마주들과 개별거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육성목장에 판매하는 6개월령 망아지의 가격이 6백만원선에 그치자 당연히 농가들은 혈통과 외모가 좋은 말들을 직접 육성해 마주들과의 개별거래 혹은 경매에 상정하는 것을 목표로 육성 시설과 기초훈련시설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생산자들이 매년 시설확장 및 개보수에 투자하는 금액은 목장마다 차이가 있으나 평균 2천만원에서 많게는 5천만원까지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생산자들은 매년 경매 일정이 확정 되는대로 그 시기에 맞춰 현금의 원활한 유통이 이뤄
져야 다음 단계로 돌입할 수 있을 정도로 영세한 만큼 경매시기가 늦춰지는 것은 그만큼 생산이 늦춰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빚을 떠안고 과도한 생산을 할 수 없어 자연이 생산규모를 축소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는 그동안 정부와 한국마사회가 꾸준히 국산마 육성정책을 펼치며 튼실한 생산기반을 마련코자 노력했던 부분을 일시에 백지화 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으며 빠른 시일내로 경매가 재개되지 않는다면 국내 민간목장의 생산기반을 완전히 붕괴시킬 수도 있는 어려운 상황임을 반증한다.

<조속한 경매시행을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마사회, ‘유관단체들 간 폭넓은 대화의 장 마련해 7월중 경매 시행할 터’
―마주협·생산자협, ‘정부 시책 강화해 발전방향 제시해야’ 한목소리

경매무산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게된 생산농가와 더 이상의 적자를 감수할 수 없어 경매를 보이콧한 마주협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상적인 경마상금 책정이 이뤄져야 하며 이를 토대로 경마산업의 근간인 생산분야도 보다 튼실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단 마사회는 내주중으로 관련 단체인 마주협회와 마사회, 생산자협회를 모아 경매시행을 위한 대책 회의를 열어 조속한 시일내로 경매를 시행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주협회는 그동안 주장해왔던 내용의 전면 수용을 요구하고 있어 쉽사리 의견일치를 보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경매 무산으로 가장 큰 어려움에 직면한 생산자협회는 이미 생산해낸 2세마의 적기 판매를 위해 조속한 경매시행을 마사회와 마주협회에 요구하는 한편, 당장에 발생할 손실보다 체계적이고 발전적인 정부시책이 제시돼야 생산자들이 불안을 느끼지 않고 경주마 생산에 전념할 수 있을 것으로 밝혀, 생산분야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생산자협회는 특히 지난 5월 발족된 경마발전위원회에 생산자협회가 제외됐다는 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고 경마산업을 관장하는 문광부가 중장기 생산발전계획조차 모르고 있었다는데 많이 실망한 눈치다.
이에따라 생산자협회는 이번 경매무산을 계기로 생산자도 마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김대중 대통령의 선거 공약사항이었던 마사회의 농림부 이관을 적극 이행토록 정부에 건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 성 자 : 이희경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