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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윤리 문화 접목 긍정적 vs. 시대 앞선 바람에 ‘저항’
현명관 한국마사회장이 연임하지 않는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12월 4일 임기가 만료되는 현명관 회장은 청와대에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배경은 2016년 국정감사에서 불거졌던 테마파크, ‘위니월드’ 문제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지목됐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월 6일과 13일 열린 한국마사회 단독 그리고 종합 국정감사에서 위니월드 사업의 특혜 의혹을 제기했었다. 당시 현 회장은 “한국마사회 이미지 개선을 위한 사업에 대해 특혜 의혹을 받는 자체가 참담하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위니월드 사업 특혜 의혹이 내부 제보로 이뤄진 점은 현명관 회장에게 한국마사회 조직 문화에 실망감을 증폭시켰고,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된 직접적 배경으로 알려졌다.
한 달여 앞으로 임기 만료가 다가온 현명관 회장의 거취 여부를 두고 항간에서는 다양한 추측이 공존했다. 한국경마계 그리고 한국마사회에 혁신의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주인공으로 역대 최고의 성과를 이뤄낸 현명관 회장이 연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경마 선진화 등 각종 사업을 추진하면서 생산자와 유관 단체 등 내부 반발이 있었던 것도 사실. 이들은 ‘방향’에는 동의하나 기반을 닦고 천천히 추진해야 할 부분들이 성급하고 무리했다며 현 회장의 연임을 달가워하지 않았었다.
최근 주요 행사에서 ‘이별’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던 점도 주목된다. 10월 6일 열린 한국마사회 국정 감사에서 렛츠런CCC 용산 문제와 관련, 반대 측과 합의를 이끌어낸 뒤 “저도 그렇게 해서 임기를 끝냈으면 좋겠다”는 발언 그리고 재임 기간 동안 조직 경쟁화와 고객 중심 마인드 실천을 위해 노력했지만, “공기업은 참 문제가 많다”며 아쉬워하는 발언도 있었다. 3년 임기의 결정체로 볼 수 있는 2016말산업박람회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개회식에서는 인사말을 하면서 잠시 생각에 잠겨 침묵하고 연신 “감사하다”고 말하는 등 묘한 분위기가 연출돼 이때부터 준비를 하지 않았나 하는 추정도 있었다. 또한 박람회 이후 참여 업체와 관계자들에게 보낸 감사 편지에서도 “말산업을 국민에게 알리고 다가서는 방법에 있어서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계기가 됐다”고 밝혀 말산업계 종사자들에게 재임 기간 동안 감사의 마음을 전한 마지막 편지가 아니었냐는 추측도 낳았다.
현명관 회장은 퇴임 이후 당분간 휴식을 취할 것으로도 알려졌다. 현 회장의 고향은 1호 특구이자 말의 고장인 제주도다. 2010년 제주도지사 후보 출마 당시 ‘알부남’, 알고 보면 부지런한 남자로 알려질 만큼 고향 제주도에 대해 각별한 사랑을 갖고 있다.
2013년 12월 5일, 제34대 한국마사회장으로 취임한 현명관 회장은 높은 청렴 및 윤리 문화가 절실했던 한국마사회 그리고 한국경마계에 경종을 울린 첫 최고경영자로 평가받는다. 또한 본지 <말산업저널>과 관련 뉴스를 챙겨보며 이슈에 주목하는 등 형식적인 최고경영자가 아닌 말산업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한 대표적 인물로 손꼽힌다. 한국마사회장이 정부의 ‘낙하산’ 인사이지만, 정관계가 아닌 경제계 첫 인사로 특별한 경영 스타일을 보인 점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아이러니한 건 ‘혁신’으로 대변되는 그의 경영 스타일이 시대를 앞서 저항이 있었다는 점. 연임이 유력할 거라는 기대와 반대로 ‘경마 혁신안’과 ‘성과 연봉제 도입’, ‘능력 중심 인사 발탁’ 등 그의 혁신 드라이브에 대해 내외부에서 불만이 있었던 점도 지적된다. 전임 회장들이 사적인 비리나 정치권과 연계된 문제로 사임했다면, 이번에는 내외부 저항에 따른 조직 장악 실패가 배경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이미지 개선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위니월드 사업도 의혹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차기 회장이 태생적 부담을 떠안고 임기를 시작해야 하는 문제도 지적된다.
한국마사회와 경마산업 이해가 부족한 일반 언론의 여전한 ‘마사회 죽이기’식 보도가 계속되고 있는 지금에도 말산업 이미지 개선은 여전히 요원하며 게다가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 요구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전 일부 전임 회장들과 달리 맡은 바 역할을 끝까지 마치고 ‘박수칠 때 떠나는’ 행보를 보여 또 다른 발자취를 남길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차기 한국마사회장으로 각종 하마평이 무성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양호 전 농진청장 등이 지원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2013년 12월 5일, 제34대 한국마사회장으로 취임한 현명관 회장이 연임하지 않는다. 12월 4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현 회장은 그간 높은 청렴 및 윤리 문화가 절실했던 한국마사회 그리고 한국경마계에 경종을 울린 첫 CEO로 평가받는다(그래픽= 박수진 디자이너).
작 성 자 : 이용준 cromlee21@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