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 추위도 지나간 3월 2째주 경마, 화사한 봄 볕 아래 과천 경마공원은 경주마의 호흡 소리와 경마팬들의 환호 소리로 가득 메워 졌었다.
지난주 경마는 어느 부문보다도 기수 부문의 두각이 돋보였던 경마일이었다.
지난해 말 18기 기수들의 종횡무진에 기가 다소 꺾였던 타 기수들이 박태종 기수의 부상 회복과 17기 오명섭 기수의 컴백과 더불어 반격에 나섰던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정호익 기수, 3승으로 그동안의 마음 고생을 깨끗이 씻었다. 소속조의 ‘위태천’, ‘일등만세’, ‘엉가티라프린스’로 모두 선행승을 일궈냈고 ‘동해왕초’로는 아쉽게 순위변경(기승정지 2일)으로 2위로 밀려나는 옥의 티를 남겼다.
정호익 기수의 승수는 다른 기수들보다 더 값진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유는 1승이 추가될 때 마다 일정 금액을 ‘양지의 집’(뇌성 마비 아 수용시설)에 기금으로 내놓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호익 기수의 우승 추가는 ‘사랑의 승수 쌓기’라고 할 수 있다.
2승 2위 4회로 맹활약을 펼친 기수도 있다. 바로 박태종 기수.
특히 토요일 경마에서는 2승 2위 3회를 기록해 ‘들어왔다 하면 박태종’이란 말이 절로 나오게 했다. 부상 공백에도 불구하고 전성기 이상의 모습을 보여 줘 그만의 철저한 몸관리를 짐작케 했다. 인터뷰에서 밝힌 “올해도 80승 정도는 해야죠”가 대외성 멘트만은 아닌 듯.
배휴준 기수는 2승 추가로 5백승 고지에 등극했다. 아홉수가 아닌 여덟수에 걸려 2월 마지막째부터 승수 쌓기 주춤했던 배휴준 기수는 ‘대마루’ ‘다함께’로 5백승의 대기록을 세웠다.
여타 기수들의 활약상을 짚어 보면 우창구 기수가 1승 2위 2회로 좋은 활약을 펼쳤고 김효섭 기수도 우승엔 미치지 못했으나 2위 3회로 열심히 기승하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 줬다.
한편 19기 김명근 기수는 ‘페이스풀’로 꿈에 그리던 첫 승을 달성했다.
조교사 부문에서는 4승을 기록한 36조가 돋보였다.
선봉장 김양선 조교사는 기수들의 승수와 비례하게 4승을 모두 정호익, 박태종 기수로부터 획득한 것인데 1월 MVP 조교사로서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2승씩을 기록한 40조와 49조도 상위권 마방으로서의 꾸준함을 이어나갔다. 특히 40조는 이번엔 원정일 기수로 하여금 ‘신세대’에 기승시켜 우승함으로써 ‘신세대’의 기수 기용 폭을 넓혀 나갔다.
경주마 부문에서는 ‘자당’이 61kg의 부담중량을 극복하고 특별경주에서 우승해 가장 위력을 발휘한 한 주였다. 또하나의 관심사 ‘무비동자’와의 4번째 맞대결까지 따돌렸기에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국산 2인자로서의 입지를 굳혀 나갔다. 결국 앞으로 ‘새강자’와의 맞대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가 가장 큰 관심사로 남았다.
외국산 마필에서는 ‘그랜드슬래머’가 가장 큰 수확이었다. ‘대견’, ‘프리윌링’, ‘올웨이즈그레이’등 쟁쟁한 강호들을 상대로 1군 데뷔전을 치른 ‘그랜드슬래머’는 선입 작전 이후 막판 ‘대견’을 따라 잡는 위력을 발휘하며 1군에서도 능력이 통함을 증명했다.
중위권 마필에서는 3개월의 공백기를 극복한 ‘다함께’가 인상적이었다. 52조 박원덕 조교사가 차세대 기대주로 지목한 ‘다함께’는 3세마 답지 않은 체격과 주폭으로 이번 경주 우승을 통해 1군 강호들에게는 위협으로 다가섰다.
신예마 부문에서는 19조 곽영효 조교사의 ‘러브바운드’가 2전째를 맞아 더욱 안정감있는 모습을 보였고 13조 이희영 조교사의 ‘리걸디드’도 최근 주로에선 보기 힘든 1000m를 1분02초7로 주파하는 탁월함을 과시했다.
새천년 들어 3월 2째주까지 치러진 지난주 경마, 강호들은 그들만의 아성을, 신예는 이들에게 도전장을 내밀기 위한 기반 다짐 작업을 펼쳐 왔다.
3월 마지막 주부터 펼쳐지게 되는 경마대회, 이를 기점으로 과천벌은 새로운 양상으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유 기자 dykim@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