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매마 수준은 낮아지고, 경매가는 올라가고…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뜻으로 이번 국산마 1차경매에 어울릴만한 고사성어다.
사실 이번 국산마 경매는 전반적으로 예년 경매에서 비해서 건질 것이 없다는 초반 분석이 있었다. 혈통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민간목장에서는 인기 씨수말들의 자마가 거의 대부분 자체 육성되고 있고, 그나마 민간목장에 있는 가능성 있는 2세마들은 이미 개별거래로 대부분 팔려나가 이번 경매에서는 모습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미 지난해부터 예고된 것이다. 지난해 12월 2세마 특별경주에서는 당시 2세마들중 ‘최고’라고 볼 수 있는 능력마가 빠진 맥빠진 편성이었던 것을 경마팬들은 기억하고 있다. 또한 올해 소위 잘나간다고 할 수 있는 3세마들도 대부분 지난해 국산마 경매가 아닌 개별거래로 구매된 경주마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인기 있는 씨수말들의 자마 가격이 상상외로 높은 가격으로 낙찰된 것은 국산마 경매가 호가경매로 방식으로 시행되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마주들이 지나친 경쟁의식과 승부근성으로 인해 인기 있는 씨수말들의 자마 가격을 턱없이 높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미 경매가 열리기 전부터 최고가 예상마로 관심을 모았던 ‘큐트익제큐티브’(부:‘디디미’)의 자마와 ‘젬퀘스트’(부:‘사이코배블’)의 자마의 가격은 각각 5천9백만원과 5천8백만원으로 역대 최고가인 ‘블랙페가수스’(4860만원)의 가격을 훌쩍 뛰어넘었다. 또한 그 외에도 3천만원이 넘는 경주마가 무려 21두나 탄생했으며, 평균가도 역대 최초로 2천만원을 넘겼다. 해마다 국산마 경매에 나오는 경주마의 수준은 낮아지고 있는데, 경매가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컬하다. 만약 이와 같은 현상이 반복된다면, 내년부터는 생산자들이 개별거래보다 국산마 경매로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까지 이야기되고 있다.
최초 호가 4천만원부터 시작해 결국 5천9백만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큐트익제큐티브’의 혈통을 살펴보자. 부마 ‘디디미’는 ‘자당’과 ‘무비동자’, ‘쾌도난마’ 등을 배출하며 2년 연속 국산마 리딩사이어를 지킨 국내 최고의 씨수말로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듯 하다. 모마 ‘큐트익제큐티브’는 ‘아서’(14전1승, 부마 ‘프로포슈어’)와 ‘적시’(데뷔 준비중, 부마 ‘컨셉트윈’)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 자마를 배출했다.
모마 ‘큐트익제큐티브’는 현지에서 25전3승의 평범한 성적을 거둔 암말로 그의 부마 ‘Snake Oil Man’은 현지성적 없이 씨수말로 데뷔한 마필이다. 물론 ‘Snake Oil Man’은 ‘Raise a Native’란 명 씨수말의 피를 이어받긴 했지만, 이렇다할 자마를 배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혈통적으로는 주목하기 어려운 경주마로 보여진다. 그 외에도 ‘큐트익제큐티브’는 어디를 봐도 혈통적으로는 주목하기 어려운 씨암말로 분석된다.
물론 혈통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참고자료지, 절대적일 수는 없다. 그리고 또한 한국경마는 혈통과는 무관하게 우수한 성적을 올리는 경주마가 수두룩하다. 그러나 과연 이번 국산마 경매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큐트익제큐티브’자마가 5천9백만원이 될 정도였는지 궁금하다. 그것보다는 “먹을 것 없는 잔치”에 유일하게 상장된 ‘디디미’란 당대 최고 씨수말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 그리고 마주들의 지나친 경쟁과 도를 지나친 승부의식로 인한 가격상승… 그 결과가 아니었을까?


작 성 자 : 김중회 rin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