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이어서 포입마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겠다.
지난 2000년 7월 ‘포입마에 대한 규정’- 포입마는 국산마 경주에 출전할 수 있으나 경마대회에는 출전할 수 없다. 이 규정은 2000년 7월 이후에 수입된 씨암말에 한한다 -이 생겼다. 이 규정대로라면 2000년 7월 이전에 이미 수입한 씨암말(배속에 경주마를 임신한 채)은 해당 규정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경마대회도 출전이 가능하고, 이후 수입한 씨암말은 해당 규정상 국산마 경마대회는 출전할 수가 없다. 이 규정에 따라 모마 수입일이 2000년 4월이었던 포입마 ‘씨즈메리’는 스포츠조선배에 출전해 3위를 거둘 수 있었고, 2000년 6월에 모마가 수입돼 막차를 탄 포입마 ‘경성’은 코리안더비(출전하지는 않았지만)를 비롯해 여타 경마대회에 모두 출전 자격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표〉 2000년 이후 경매 포입마(가격 상위 10두)
| 마명 | 연 | 성 | 부마 | 모마 | 낙찰가 | 마주 | 경매 |
| 노던빅터 | 2세 | 수 | Sword Dance | 스니킹아웃 | 83,000,000 | 진교원 | 2004 금악경매 |
| 사이렌 | 2세 | 수 | Wild Zone | 펄얼람 | 55,000,000 | 강남환 | 2004 금악경매 |
| 골든킹 | 4세 | 수 | Genuine Reward | 프레시룩 | 40,000,000 | 유길상 | 2002 2차경매 |
| 묘법 | 3세 | 거 | Lycius | 러브아니타 | 42,000,000 | 금창대 | 2003 금악경매 |
| 차기주자 | 2세 | 암 | Western Borders | 쇼우미더머니 | 35,000,000 | 유길상 | 2004 금악경매 |
| 특전 | 3세 | 수 | Family Calling | 그랜드유니언 | 31,000,000 | 강남환 | 2003 금악경매 |
| 천경지존 | 2세 | 암 | Adcat | 올더라이트무브즈 | 30,000,000 | 윤일균 | 2004 금악경매 |
| 펜클래스 | 2세 | 암 | Pentelicus | 레이디어브클래스 | 28,000,000 | 김방철 | 2004 금악경매 |
| 협동 | 2세 | 암 | Lucky Lionel | 인트리가 | 28,000,000 | 제주축협 | 2004 1차경매 |
| 달가네 | 3세 | 암 | Western Borders | 러브댓다이아몬드 | 27,000,000 | 박양호 | 2003 금악경매 |
포입마란 외국 씨수말과 교배해 임신한 채 국내에 수입된 씨암말이 낳은 경주마를 뜻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국산마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경마는 철저하게 속지주의 원칙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태어난 이상 무조건 한국산마가 된다. 따라서 엄청나게 우수한 씨수말과 교배한 씨암말의 새끼라면 당연히 국내 경마 시장을 휩쓸 수 있을 정도로 능력마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을 우려해서 생긴 것이 바로 ‘포입마에 관한 규정’이다.
“외국 말 씨를 받은 경주마니 국산마로 인정하기 어렵다”라는 주장이 나올 듯 하다. 바꿔 말해보자. 그럼 국내에서 뛰는 말 중 외국 말 씨를 받지 않은 경주마가 단 한 두라도 있는가? 없다. 어차피 전부 외국산마다. 국내 씨수말도 전부 수입이고, 경주 퇴역 씨수말이건 씨암말이건 어차피 전부 외국에서 들여온 말들이다.
중요한 건 씨가 아니라, 태어난 이후의 육성이다. 국내에서 태어나서 국내에서 자란 말들은 전부 국산마로 인정되는 것이, 바로 경마의 속지주의 원칙인 것이다. 지난 호에서도 말했듯이, 포입마로 성공 사례는 극히 찾기가 어렵다. 육성 환경이 열악한 국내 경마는 씨가 아무리 좋아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입마에 대한 인기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듯 하다. 〈표〉는 포입마에 대한 규정이 생긴 이후 포입마로 경매 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낙찰된 10두의 경주마들이다. 10두에는 아직 검증이 안된 말도 있고, 성공한 경주마도 있고, 실패한 경주마도 있다.
보통 포입마가 국산1군까지 승군하면 대략 8,000만원 정도의 상금을 벌어들일 수 있다. 관리비나 치료비 등을 생각한다면, 포입마로 4,000만원이 넘는 경주마는 무조건 국산1군까지 승군해야만 시체말로 본전을 찾을 수 있단 이야기다. 세상 어떤 마주도 손해볼 생각으로 경주마를 구입하는 마주는 없을테니까 말이다.
현재 국산1군에서 뛰고 있는 포입마는 단 1두다. 바로 ‘천지인’이 그런데, 이 말의 부마인 ‘글라이드’가 국내에 수입이 됐으니 ‘천지인’도 포입마라고 하기엔 좀 뭐한 것 같다. 어쨌거나 포입마가 국산1군으로 승군하기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포입마에 대한 인기가 여전한 것은 무슨 이유일까? 혹시 외제라면 눈이 동그래져서?? 설마 그건 아닐테고.
얼마전 금악경매에서는 무려 8,300만원이라는 고가 경주마가 탄생해서 화제다. 바로 ‘Sword Dance’의 자마인데… ‘Sword Dance’의 현지 교배료가 5,000$(약 6백만원)이고, 자마들의 2세마 평균가가 지난해 약 40,000$(약 4,800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또 포입마에 대한 제한 때문에 국산1군까지 승군해도 상금으로 5,000만원을 챙기기가 힘든 현 제도를 감안한다면… 어쨌거나 자기 몸값을 채우기가 쉽지는 않을 듯 하다.
포입마에 대한 환상은 이미 깨졌다. 제한 규정이 있어도 높은 가격에 팔리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런 포입마에 대한 규정도 이제는 풀려야 한다. 사실, 국내 경마 여건상 각종 경마대회를 휩쓸 정도의 포입마의 탄생은 앞으로도 어렵다.
※정정합니다
지난주(김중회의 혈통경마 101) 내용중 포입마중 경마대회 입상마는 2003년 코리안오크스 준우승마 ‘대흥사’가 본문 내용중 제외됐습니다. 이에 정정합니다.
작 성 자 : 김중회 rin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