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조 최혜식 조교사
꼼꼼한 손길이 느껴지는 마방 39조를 찾았다. 지난 그랑프리 고객 인기 투표에서 3위를 차지했던 ‘대견’이 1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전성기 못지 않게 뛰고 있다는 사실에서 만도 최혜식 조교사의 마필 관리 능력을 짐작할 수 있다.
올해는 조교사 협회(회장 박진호) 총무이사직을 맡아 더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최조교사.
타 연도에 비해 대표마 부재라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새천년에는 다시 예전의 명성을 찾을 수 있도록 기원해본다.
― ‘대견’, ‘청파’, ‘인모션’ 등 각 연도마다 39조를 대표했던 명마들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이에 해당되는 마필이 없었다. 무척 아쉬운데
▲ 두가지 이유에서 기인한다. 첫 번째 신마수급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현재 소속조 마필들을 보면 알겠지만 지난해 도입된 신예마는 거의 없을정도다. 올해 하반기에 비로소 몇 두 들어왔는데 이중에서 나타나길 바란다.
두 번째 과도한 부담중량이다. 공을 들여 마필을 만들어 놓으면 부담중량으로 인해 이들이 망가진다. 올해 큰 활약을 기대했던 ‘인모션’이라던가 ‘굿보이’는 모두 이로 인해 기량이 피어나기도 전에 꺾여 버린 마필들이다. 과도한 부담중량은 조교사의 사기를 저하시킨다.

― 신예마중 국산마 ‘집대성’과 외국산마 ‘고섀토우’가 눈에 띈다. 이들에 대한 기대치는
▲ 현재로서는 무척 높은 상태다. ‘집대성’은 경매마로서 체격을 포함 모든 것을 고려할 때 힘만 찬다면 대성할 수 있는 재목으로 보인다.
‘고섀토우’는 힘은 찼지만 기대치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1군까지는 승군하지 않겠느냐라는 최소한의 기대를 가지고 있다.

― 위 신예마들을 포함 예전 ‘청파’, ‘인모션’등도 데뷔전에서는 입상에 실패했다. 그래서 타 마방에 비해 데뷔전 성적은 낮은 점수를 받고 있는데
▲ 데뷔전부터 꼭 우승하겠다는 것은 조교사의 욕심이다. 빨리 되는 말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5∼6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마필 능력이 나온다고 본다.
한가지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말과 경주마는 다르다라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마방에 도입되는 것은 이미 트레이닝을 충분히 받은 경주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경주마가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말이들어온다. 이와 같은 말에게 경주마 수준을 데뷔전부터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 안병기 기수와 김동균 기수에 대한 바램은
▲ 영예기수로 등극한 안병기 기수에게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타 기수들에게 모범되고 개인관리도 잘하고 새벽훈련에 빠짐없이 참여해 조교사로서 만족스럽다.
김동균 기수는 분명 대기만성형 기수일 것이다. 승부세계에서 조금은 여리다는 주위의 우려가 있지만 오히려 장점으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지도하는 조교사로서 이들이 우리나라 최고의 기수가 되길 바란다.

― 조교사가 바라보는 경주마의 가치는
▲ 삶의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들이다. 동물들이 다 그렇겠지만 사람에게 순종하고 프로 세계인만큼 그 순종한 말이 돈을 벌어다 주는 과정에서 그들에게 고마움과 동시에 무욕을 느낀다. 한 가족처럼 생각하고 있다.

― 최근 연이어 고배당을 터뜨린 ‘총수’와 ‘브레이브헌터’가 모두 2주만에 출전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많은 경마팬들이 궁금해하고 있는데
▲ 동절기 휴장이라는 상황이 만들어 낸 우연의 일치다. 계획상 지난주 아니면 이번주에 출전할 마필들이었다. 이런 계획 하에 출전을 앞당겼는데 이것이 우연찮게 2주라는 시간과 맞아 떨어졌고 모두 입상에 성공했다.
이중 ‘총수’는 예전에도 2주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둔 적이 있어 출전에 큰 무리가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조교사 협회 총무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까지 소감은
▲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드러난 성과가 없다. 그래서 마방 위력도 잃고 전체적으로 무기력한 한해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것을 경험 삼아 내년에는 좋은 성과가 있으리라 기대한다.

― 끝으로 다사다난했던 올해 경마에서 잊지 못할 사건이 있다면
▲ 개인적으로 희비가 엇갈리는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으며 지금 생각해도 신경이 곤두서는 것이 있다. 바로 박태종 기수의 낙마 사건.
우리나라 최고 기수가 기승술이 서툰 신인기수로 인해 큰 부상을 당했다는 것이 무척 아쉽다. 한참 말을 탈 시기에 병원에서 걸음걸이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는 소식이 너무나 안타깝다. 기수들끼리 조금만 조심해도 방지할 수 있었는데 더욱 아쉬움이 크다.
박태종 기수의 빠른 회복을 기원해 본다.
【김대유 기자 dykim@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