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잃어버리셨습니까?”

과장이 뒤따라 나오며 다시 물었다. 마동식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돈 가방이요.”

했다.

“돈 가방요?”

과장은 난감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얼마나 큰 가방인데요?”

하고 다시 물었다. 마동식은 그런 과장을 쏘아보듯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리며

“됐소.”

하고는 

“증거로 보관하고 있던 돈인데...”

하며 말끝을 흐리고는, 이 사실이 결코 비밀스레 함구되어질 게 아닐 줄 뻔히 알면서도

“그냥.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요. 내가 달리 조사해 볼 테니.”

하고는 다시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갔다. 과장은 뻥한 표정으로 마동식의 뒤를 바라보고만 서있었다. 나이 든 경비가 열린 문으로 몸을 내밀고

“돈을 잃어버렸답니까?”

했다. 과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돈이 얼마나 들어 있었기에 돈 가방이라고 하는지...”

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마동식은 곧바로 8층의 오상구의 하우스로 되돌아가 봉주들이 대기하고 있는 첫째 방으로 불쑥 들어섰다. 종원을 모텔로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사들고 온 간식거리들을 펼쳐놓고 청년들과 함께 막 먹기 시작하려던 봉주는, 방안으로 불쑥 들어서는 마동식을 보고 그가 돈 가방이 없어진 사실을 알아냈다는 것을 느끼고 내심으로는 긴장을 하면서도 애써 태연하게

“주무시로 안가셨소? 나는 고쪽 테이블은 게임이 끝난 줄 알었는디...”

하고는 

“오늘은 초장부터 재미 좀 보셨다먼서라우?”

하며 일부러 억지미소를 지어보였다. 마동식은 방안과 복층의 위층을 흘낏 둘러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그 친구 어디 갔어?”

했다. 봉주는  여전히 태연한 얼굴로

“누구라우?”

하고 되물었다. 마동식의 미간이 찌푸려지는가 싶더니

“엊그제부터 나타났던 친구 있잖아?”

하고는 좀 더 높은 소리로

“자네 친구라고 했었나?”

하고 다시 물었다. 봉주가 다시

“종원형이라?”

하자 마동식은

“그래. 박종원이라고 했었지?”

했다. 봉주가 다시

“종원형이 왜라?”

하자 마동식은 일부러 힘을 준 낮은 목소리로

“그 친구 지금 어딨어?”

했다. 봉주는 여전히 태연히

“지금 자러 갔을 텐디요.”

했다. 

“어디? 서울?”

마동식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지고 있었다. 봉주는 그럴수록 더욱 태연하게

“아니라우. 며칠 쉬러 왔다고 허길레 모텔방 하나 잡아줬는디라. 아마 지금쯤 잘들었겄구만이라. 게임에 정신 쏫는 거이 여간 피곤헌 일 아니요?”

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마동식의 가뜩이나 작은 두 눈이 더욱 오므라드는 듯 하더니

“나랑 가봐!”

했다. 봉주가

“시방이라우? 뭔 일인디 그란디요?”

하고 뻣대자 마동식은 기어이

“가보자면 가보지 뭔 말이 그리 많아?”

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봉주도 지지 않고

“워따! 모처럼 하우스에 있는 선후배만나서 메칠 푹 쉬었다 올라가겄다고 내려와서 게임으로 스트레스 좀 풀고 인자 한창 잠들어 있을 선배를 으찌케 깨운다요?”

하고는 

“종원형은 그냥 게임허는 거 자체를 좋아만 헐 뿐 돈 따는 거에 벨 욕심도 없는 사람이요. 도대체 을메나 잃었기에 마반장님답지않게 이 난리를 치신다요? 을메나 잃었소? 종원형이 딴 돈 내 손님잉께 내가 물어주먼 쓰겄소?”

하고 맞소리를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