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선을 골인하고 기수들이 대기실로 들어온다. 경주를 막 마친 후 흥분을 해서인지 기수대기실에 들어올 때는 도깨비 시장 마냥 시끄럽고 왁자지껄 하다. 1등한 기수는 좋아서 웃지만 3등 이외로 빠진 기수들은 레이스가 마음대로 풀리지 않았거나 말이 생각보다 뛰지 않았다고 판단되기에 아쉬움 섞인 말을 한다.
전에는 성적이 복승식을 맞힐 수 있는 2등 안에 들어오면 기분 좋고 3등 밖으로 빠지면 불쾌지수가 높았는데 금년부터는 상금제도가 바뀌어 요즘 기수대기실에서는 전과는 다른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전에는 인기마를 타는 기수만이 긴장하며 말을 탔는데 요즘은 10마리 이상 출전하는 경주에서는 모든 출전 기수가 긴장한다. 왜냐하면 성적이 10등 안에 들어오지 못하고 11등이나 그 외의 등수면 돈을 10원 한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경주에 나가면 5등까지는 순위상금이 나오고 6등부터 10등까지는 출전장려금이 나오지만 11등부터는 나오는 돈이 하나도 없다.)
그러기에 경주에서 상위 등수에 들어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말을 탄 기수는 어떻게든 우승하려고 신경 쓰고, 자신이 봐도 상위 등수에 들어오지 못할 말이라고 생각돼도 나름대로는 10등 안에 들어오려고 애쓴다. 기수들이 경주에 출전하려고 지하마도에서 정렬할 때면 인기마를 타는 기수보다는 소위 똥말(?)을 타는 기수들의 목소리가 더 크다. 14마리가 뛰면 뒤에서 4마리를 이겨야 10등 안에 들어올 수 있다며 잘 타서 10등 안에 들어오겠다고 떠든다. (요즘 기수들은 10등 안에 들어오려고 똥말을(?) 타면서도 연구를 많이 하는 편이다.)
그래서 요즘의 경주를 보면 경주가 한층 더 치열해졌다. 선두그룹에서는 선두그룹대로 우승을 향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하위 그룹에서는 그 나름대로 10등 안에 들어오려고 경쟁이 치열하다. 꼴찌를 오면서 결승선을 골인하고는 내 앞에 몇 마리가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는지를 알려고 앞의 말을 세어본다. 그리고 내 뒤에 몇 마리가 있나를 세어보면서 10등 안에 들어왔으면 아무도 모를 회심의 미소를 짓고, 반대로 10등 밖으로 들어 왔으면 열 받고 마음이 착잡하다.
10등 밖으로 빠진 기수들은 “세탁비도 벌지 못했다”, “헛고생 했다”, “빈수레를 끌었다”는 말을 많이 한다. 어떠한 말이라도 경주에 출전시키기 위해서는 훈련을 10일에서 20일 정도는 하고서 출전시키는 것인데 경주에 나가서 뛰고는 돈을 한푼도 벌어오지 못하면 노력에 대한 대가가 하나도 없기에 너무나 허망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수도 별도의 기승료가 없기에 10등 밖으로 들어오면 헛고생만 한 것이다. 체중 빼고 위험하게 말을 타고는 10원 한푼 받지 못하는 심정이 오죽할까…
토요일 경주에서 3마리에 기승했다. 내가 기승한 말들은 능력이 별로이기에 어떻게든 10등 안에 들어와서 말의 사료비를 벌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탔다. 그런데 3마리 모두 빈수레였다. ‘클릭’ 11등, ‘미스로메오’ 13등, ‘아침나라’ 11등,,,,,, 경주를 끝내고 대기실에 앉아 있는 나의 머리는 쥐가 나고 있었다. 부담중량이 53kg인 ‘클릭’을 타기 위해 나의 알몸 체중을 51kg으로 맞추느라 입에 단내가 나도록 체중을 뺐는데(옷 입고 안장 무게를 합해 53kg을 맞춰야 하므로) 3마리를 타고 무일푼 신세가 된 나는 열 받아 구내식당에서 이정표하고 소주를 마셨다. 내일 말을 타려면 체중조절을 해야함에도 내일은 내일 빼자고 하면서,,,마치 타락한 인간 마냥,,, 일요일 아침, 이렇게 허망함을 뒤로하고 출마표를 보면서 어제의 경주 성적을 읽고 있는데 ‘클릭’의 성적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띠옹”,,, 11등이 아니고 10등이다. 아,,, 이렇게 좋을 수가 그래도 사료비는 벌었으니 다행이었다.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작 성 자 : 홍대유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