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경마장은 말(馬)도 많고 말(言)도 많은 곳
경마장은 말(馬)도 많고 말(言)도 많은 곳이다. 이러한 곳이 경마장이다 보니 기수 생활을 하는 동안 경마장 주위에서 들리는 루머나 소문에 의해 기수들은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기수인 나는 전혀 모르고 있는데, 관람대의 경마팬들 사이에서는 소문으로 기수인 내가 조직이나 브로커들에게 팔리고 있으며(?) 어느 기수는 누구와 어느 기수는 누구누구와 경마 부정을 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떠돌아다니는데 이러한 이야기를 기수라면 수없이 들어 왔다.
기수가 누구에게 정보를 주며 부정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 소문으로만 끝나야 되는데 소문의 당사자인 기수는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볼 때도 있다. 기수에 대한 나쁜 소문이 들리면 당장 마사회에서 사실을 파헤치려고 내사도 하며 해당 기수에 대해 좋지 않게 보는 것은 물론, 또 기수를 기승 시키는 조교사는 기수에게 주의를 주며 말을 기승 시키지 않기에 소문 때문에 기수가 말도 타지 못하고 쉬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기수에 대한 나쁜 소문이 날 때마다 아니라고 하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말이 있기에,,, 온갖 나쁜 루머나 소문에 대해 해명도 못하고 기수는 혼자 삭이며 참고 진실이 밝혀 질 때까지 시간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우리의 경마가 많이 오픈 된 듯 하지만 아직도 폐쇄적인 부분이 있다보니 기수란 직업은 수시로 말(言)에 치여서 곤욕을 치르고 살수밖에 없다(?). 기수들의 움직이는 하나 하나가 오해의 소지를 불러올 수도 있고 사람한번 잘못 만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기수인 내가 누군가에게 팔리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기에 기수를 하면서 일반인들을 만나는 것이 쉬운 것만은 아니기에 기수를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가장 두렵다. 한국마사회법을 자세히 보면 기수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 해석에 걸려들 수가 있다. 경마 정보의 한계가 어디인지, 특정인에게 정보를 제공하면 부정에 걸리는데 특정인이란 어디까지를 얘기하는지 애매모호하기에 후배 기수들은 어디까지가 경마부정인지 헷갈리고 있다. 필자가 기수로서 느끼는 것은 경마부정이란 기수들이 레이스에서 전 능력을 발휘하지 않았거나, 기수들이 경마팬에게 크게 향응이나 금품을 수수하며 결탁하거나, 기수들이 레이스를 짜고 하거나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애매모호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제부터라도 마사회법을 고칠 부분은 고쳐서 경마의 모든 것을 오픈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기수가 일반인을 만나면 주위에서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향이 있다보니 경마장에서 기수생활을 오래 하면 할수록 경마장과 관련된 사람 외에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다. 이러한 것이 기수생활이다 보니 기수들은 친구나 친척을 거의 잊고 사는 정 없고, 외롭고, 고독한 직업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두루두루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것이 세상살이건만 그러기에 오랫동안 잊혀져 있던 사람들로부터 연락이 온다면 누구나 반가운 것인데 경마장에서 말을 타는 기수가 되고부터는 오히려 과거에 알고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로부터 연락이 오면 온갖 고민에 빠지게 된다. 과거에 경마장에 오기 전에 알고 지냈던 사람들로부터의 연락을 받으면 고민에 빠지는 기수들이 많은데, 필자도 한때는 외부인을 만나기를 두려워하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이렇게 사는 인생이 잘 사는 것일까(?) ,,, 잘못 사는 것일까(?),,,, 고민도 해 본적이 있다. 아니 나뿐만 아니라 기수라면 누구나 품고 있는 고민일 것이다
친구나 친척 또는 옛날에 사귀었던 친한 지인들로부터 오랜만에 만나자는 전화가 온다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나를 잊지 않고 있다는 사실만이라도 좋아서 전화해 줘 고맙다고 하며 한번 만나자고 하는 것이 세상살이건만, 아주 오랜만에 연락이 오거나 머리 속에서 잊혀지는 사람들로부터 연락이 오면 혹시 경마나 가르쳐 달라고 하는 것은 아닐까(?) 지레 짐작을 하고는 만나고 싶으면서도 만나는 것 자체를 만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경마를 한다고 나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고 기수다 보니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어서 이러한 마음이 드는 것이니 오해는 하지 마세요,,,).
실제로 친구나 친척 또는 연락이 없던 지인들로부터 연락이 와서 반갑게 맞으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대부분이 우연찮게 경마를 하여 돈을 잃은 얘기를 하면서 경마를 한번만 가르쳐 달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면 기수인 내가 경마를 가르쳐 주어서 딸 수만 있다면 내가 왜 이리 힘들게 목숨 걸고 말 타며 고생하겠냐고 하면서, 기수의 마음대로 경마를 맞힐 수만 있다면 남몰래 우리 형제들 먼저 딸 수 있게 가르쳐 주어 모두가 부자가 되게 하고 나도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경마란 것이 기수가 말을 탄다고 맞힐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말 해주지만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 그 위풍당당하게 높은 위치에 있던 사람들도 기수에게 무릎을 굽히다시피 애원 한다. 제발 반 본전이라도 찾게 해 달라고, 반 본전이라도 찾으면 경마를 하지 않겠으니 도와 달라고 하는데 이럴 때 기수는 정말로 아무리 말해도 통하지 않으니 미칠 지경이다. 아무리 얘기를 해도 통하지 않으니 이걸 어떻게 하란 말이냐(?), 괜히 만났다는 생각만 들뿐이다.
가끔 기수 사무실에는 기수를 찾는 옛친구들의 전화가 온다. 기수들은 사무실에 잘 오지 않기에 전화를 한 상대에게 지금 00기수가 없어서 통화를 할 수가 없다고 하면 기수의 옛친구는 00기수의 전화 번호를 가르쳐 달라고 한다. 그런데 기수 사무실에서는 기수의 전화 번호를 가르쳐 줄 수가 없기에 전화를 건 상대방에 대해 메모하여 00기수에게 전달한다.
기수들은 옛친구들의 전화번호를 받고는 전화를 하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한다. 그리고 몇 일이 지나면 하지 않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다. 그러나 전화를 한 곳이 국내가 아니라 외국일 경우에는 즉시 반갑게 전화도 하게 된다. 쉽게 만날 수 있는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는 망설이고 외국에 있는 친구에게는 자연스럽게 통화를 하니 이런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 기수란 직업을 가졌기 때문에 오는 남모르는 애환이다.
사무실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임대규 기수가 들어온다. 들어오면서 하는 말, 고리타분하게 책상에 앉아 있지 말고 낚시나 가자고 하며, 낚시하는 즐거움에 대하여 잡담을 늘어놓는다. 임기수에게 원고나 마무리짓고 얘기하자고 하니 작가도 아니면서 뭘 그리 복잡하게 쓰냐고 하면서 이 정도면 됐으니 내가 들어와 글을 마무리 질 수가 없다고 쓰라고 하기에,,, 나 참 화를 낼 수도 없고.,,,
기수 중에는 낚시를 좋아하는 기수가 많은데 임기수 또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낚시 광이다. 임대규 기수와 숙소를 10년간 같이 사용했기에 낚시철이 되면 낚시 도구를 애지중지 관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필자가 보기에 어쩌면 저렇게 미칠 수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임기수의 별명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함부로(?) 얘기를 할 수가 없고 다른 하나는 “임조사”다. ,,,“임조사”가 올해는 붕어를 많이 잡아 나의 몸보신을 시켜 준다고 하니 굳게 믿고 기다려야겠다.



작 성 자 : 홍대유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