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시효의 중단

문) 국가가 甲에게 중대한 하자가 있는 무효의 과세처분을 하고, 甲이 1984년 6월 15일 법인세 및 법인영업세를 납부하였다. 그 후 甲은 전심절차를 거쳐 서울고등법원에 위 과세처분의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1985년 11월 11일 승소하였고, 1990년 7월 27일 대법원의 승소판결로 확정되었다. 그런데 위 소송에서 甲은 과세처분의 ‘취소’를 구하였으나 재판과정에서 그 과세처분이 ‘무효’임이 밝혀졌다.
1990년 9월 1일 甲은 국가를 상대로 잘못 납부한 57억여원의 국세에 대해 그 환급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국가는 납세자의 국세환급금에 대한 권리는 국세기본법 제54조에 의해 5년의 소멸시효에 걸리는데, 그 기산점은 甲이 국세를 납부했던 1984년 6월 15일부터 진행하여 이 건 소송전에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항변하였다.
甲의 청구는 인용될 수 있는가?

답) 소멸시효의 중단이란 소멸시효가 진행하는 도중에 권리의 불행사라는 소멸시효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깨트리는 사정이 발생한 경우에, 이미 진행한 시효기간의 효력을 상실케 하는 제도이다. 소멸시효가 중단되면, 그 때까지 경과한 시효기간은 이를 산입하지 아니하고, 중단사유가 종료한 때로부터 새로이 진행된다.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 민법이 드는 것은 1)청구, 2)압류·가압류·가처분, 3)승인의 3가지이다. 전 2자는 권리자가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고, 후자는 의무자가 상대방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다.
재판상 청구가 시효중단사유가 되는 것은 권리자가 권리를 주장함으로써 시효의 기초 사실상태(권리불행사의 상태)를 깨트리는 데 그 이유가 있는 것이므로, 그 권리행사가 재판에서 어떠한 형태로 또는 어떠한 방식으로 행하여지는가에 구애될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위법한 행정처분의 취소·변경을 구하는 행정소송은 사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므로 원칙적으로 사권에 대한 시효중단사유가 되지 못할 것이지만, 그러나 그것이 본 사안처럼 사권으로서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과 표리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그 권리의 행사도 포함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과세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지만, 여기에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으로서의 국세환급청구권도 재판상 행사한 것으로 포함될 수 있고, 따라서 국세환급청구권은 그 소멸시효 완성일인 1989년 6월 15일 이전에 위 소송의 제기로 중단되고(고등법원의 승소판결이 1985년 11월 11일이었으므로 그 전에 소송을 제기한 것임), 이것은 대법원의 판결확정시점(1990년 7월 27일)부터 새로이 진행하므로, 결국 국가의 국세환급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은 이유없는 것이 되므로 甲의 청구는 인용될 수 있다.


작 성 자 : 양건식 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