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로에서 기수들의 말 타는 모습을 보고는 재미있겠다고 하면서도, 그렇게 웅크리고 앉아서 말을 타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도 자주 받는다. 바른 자세가 아니고 웅크리고 있는 자세가 왜 힘들지 않겠는가(?). 새벽에 조교(훈련)할 때 말 타는 것도 힘든데, 경주 때 등자를 짧게 밟고 웅크리고 말을 탄다는 건, 솔직히 너무 힘든 일이다. 어떤 경마팬은 “말이 뛰었지.. 기수가 뛰었냐?”고 반문하는데, 기수도 말 위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서 몰았기 때문에, 같이 뛴 것이나 진배없다. 기수가 한 경주를 마칠 때마다 어느 정도의 힘이 소모되는가 비유하자면, 경마팬들이 100m 달리기를 있는 힘을 다하여 뛰고 난 다음의 헉헉거리는 순간을 기억하면 된다.

그래서 기수들이 말을 몰고 결승선을 통과하면 숨이 콱콱 막히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 나머지,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엉덩이를 바짝 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은 기수들이 경주중의 기승자세로 인해 다리가 너무 아파서 쭈우욱 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체중을 많이 빼고 기승하는 기수의 경우에는 경주가 끝난 다음, 다리에 쥐가 나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결승선을 골인하고 후검량을 받기 위해 말에서 내릴 때,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며 힘이 없어 푹석 주저앉는 경우도 있으며, “어휴 힘들어!”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그러면 왜 기수들은 이렇게 힘들게 웅크린 자세로 경주를 펼칠까? 그것은 바로 경마는 스피드 경기이기 때문이다. 말을 타고 제일 빠르게 결승선을 통과해야만 이기는 것이기 때문에, 기수가 말에 기승해서 빠르게 달릴 수 있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웅크린 자세의 기승스타일이 나온 것이다.  

기수들의 말 타는 자세를 살펴보면, 작은 원숭이가 말을 타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서, 말 타는 기수들의 자세를 일명 “몽키자세”라고 부른다. 이러한 몽키스타일이 어떻게 유래되었는지 한번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1984년 어느 날,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베이네스 트릭트 경마장에서 토트스론과 하기페니라는 2명의 기수가 서로 나란히 경주를 펼치는 도중에, 토트스론이 능력안배를 하기 위해 말의 고삐를 당겼으나 그만 말은 제대로 제어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 순간 토트스론이 말의 목 위쪽으로 올라가게 되는, 그 당시로서는 묘한 상황이 벌어졌다. 말의 목 위로 올라가 있는 모습을 보고는 사람들은 마치 작은 원숭이가 말을 타고 있는 것 같다고 하며 폭소가 터졌고, 토트스론은 말의 목 위쪽으로 그의 체중이 이동함으로서, 말이 더 자유롭게 커다란 보폭으로 편안하게 잘 달릴수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때부터 기수들 사이에서는 몽키자세로 기승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다소 엉성한 몽키자세였지만, 그 당시에 일류 기수며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던 헨리그린핀이라는 기수가 등자를 짧게 밟고 앞으로 기운 기승자세로 활약하고 있던 것에 착안, 짧은 고삐와 짧은 등자로 여러 가지 실험을 반복한 끝에 현재 기승자세의 원형인 몽키자세를 완성시켰다. 세상은 이렇게 우연 속에서 힌트를 얻어 발전되고, 또 그것을 더욱 더 발전시키려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끊임없는 진보가 이뤄지나 보다.

그렇다면 몽키자세가 어떻게 말을 더 빨리 달릴 수 있게 하는지 궁금해할텐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자동차를 비롯한 빨리 달리는 물체일수록 앞이 유선형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말을 타는 몽키자세 또한 기수가 앞으로 상체를 바짝 숙임으로서 바람의 저항을 덜 받는 유선형을 만들기 위해, 웅크린 모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경주 중 4코너를 돌아 라스트에서 말을 몰고 나갈 때, 맞바람이 부는 순간에 상체를 들면 바람에 의해 앞으로 나가기가 어렵고 달리는 스피드가 많이 떨어짐을 느낄 수가 있다. 바람이 많이 부는 경우에는 의도적으로 상체를 더 숙이는데, 그래서 경주 중에는 바람의 속도라든지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도 알고 기승하는 것이 경주를 펼치는데 유리하다. 바람이 세게 부는 순간, 라스트에서 채찍을 사용하면 채찍이 바람 때문에 휘어져서 채찍질이 잘 듣지 않는다. 또 말의 머리가 휘어져서 말이 앞으로 나가는데 방해받고 헤매며 달리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몽키자세는 말 위에서 기수의 몸을 약간 앞으로 숙여 유선형을 만들고, 등자를 짧은 길이로 딛은 다음, 엉덩이와 기좌를 가볍게 안장에서 떼며 말을 모는 것이다. 몽키자세의 장점을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상체를 앞으로 숙이기 때문에, 바람의 저항을 덜 받게 된다.
둘째) 일반인들이 말을 타는 것을 보면 상체를 바른 자세로 하고 말을 타는데(이것을 승마 자세라고 한다) 기수들은 상체를 웅크리고 기승하기 때문에 기수의 중심이 낮아져서 말의 중심에 가깝게 된다. 그래서 말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게 되고, 말과 기수의 중심이 쉽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셋째) 기수의 엉덩이를 안장에서 가볍게 떼는 자세이기 때문에, 말의 후구 즉 뒷다리를 전방으로 뒤틀 때, 움직이는 말 등의 운동을 방해하지 않고 말의 능력을 충분히 뽑아 낼 수 있다.

그러나 몽키자세가 장점만 가진 것이 아니라 단점도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낙마하기 쉬운 자세라는 점이다. 경주도중 기수가 낙마하는 사고에 화가 나있는 경마팬들이 많으신데(베팅한 말의 마권이 기수의 낙마로 뛰어 보지도 못하고 휴지가 되었으니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가!  필자라도 열 받겠다!) 그러나 낙마는 등자끈을 짧게 밟고 말을 기승하는 자세가 대세를 이루는 상황에서,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과제인 것 같다.(특히 경주마는 일반인들이 기승하는 말과는 달리 성질이 개똥같은 놈들이 많다. 그래서 윤승을 하거나 경주 도중에 낙마를 하지 않으려고 신경을 무척 많이 쓴다) 그동안 기수들의 경주 중 낙마사고로 열 받았던 경마팬들게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 기수의 낙마 때문에 아직도 열이 식지 않은 경마팬이 있다면,  필자에게 연락 주십시요. 필자가 낙마한 기수들을 대신해서 사과의 의미로 소주한잔 대접하겠습니다.@@@



작 성 자 : 홍대유 ssh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