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일에 기수의 얼굴은 말에 기승하는 횟수의 성적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
레이스에서 말을 잘 타고 일등을 하면 기분이 날아 갈 듯이 기쁘다가도 잘못
기승해서 지는 경우에는 얼굴이 울구락 불구락 하며 짜증이 난다. 그러니 말을
많이 기승하는 기수는 하루에도 마음의 변화가 여러 차례 일어난다.

아무리 마음을 통제하고 표정 관리를 잘 하려고 해도 레이스 결과에 따라 많은
변화가 생기는 것이 경마일 기수의 일상이기에, 기수들 세계에서는 "하루에도 천당과 지옥을 여러 번 갔다 온다"는 말을 자주 한다. 하루에 여러 번 기승하다 보면
비인기마에 기승해서 일등을 하면 거져 일등을 한 것 같아 너무나 기분이 좋다.
그래서 비인기마에 기승하고 일등을 하면, "오늘 하루의 경주는 잘 풀리겠군.." 하면서
신이 나는데, 막상 이렇게 기분 좋은 마음도 다음 경주에 나가서 인기마에
기승해서 복승식을 맞출 수 있는 2등 안에 못 들어오면 비참함에 빠진다(?).
인기마를 타고 그것도 모두가 일등을 할 것이라는 말을 타고 나갔다가 순위권 밖으로
떨어지면 그 기수 옆에 앉아 있는 것 정도가 민망할 정도로 열 받아 있다. 그래도
다행히 레이스를 펼치면서 누가 보아도 레이스 운영에 있어서는 나무랄 곳 없이
기승을 하였다면 조금은 나은데, 진로 방해를 당하던지 또는 레이스 자체를
자신에게 불리하게 펼치고 졌다면, 자신의 분에 못 이겨 더욱 더 한숨만 나올 뿐이다.
자신이 보아도 오해를 받게 기승을 하였다면, 조교사로부터 재결로부터 무슨 말을
들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기수가 레이스를 펼치다 보면 경주 전에 생각한 작전과 딱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드물고, 경주전의 작전과 다르게 엉뚱한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기에 말을
잘 타는 기수는 어떠한 상황에도 즉시 대처할 수 있는 임기응변에도 능해야한다.

지난번에 새강자와 자당의 레이스 결과, 새강자가 꼴찌를 와서 경마팬들은
사기라고 하는데, 기수입장에서는 무엇이라고 말도 못하고 환장하고 미칠 지경이다.
기수입장에서 원인을 분석해봐도 그렇게 못 뛰었다는 것이 기수 자신도
믿어지지가 않는데 어떻게 설명을 하란 말인가(?). 그 날 새강자의 레이스를
본 기수들도 기수에게 문제가 전혀 없다고 하고,  말을 관리한 조의 조교사,
관리사에게 물어봐도 모두가 이런 성적이 이해가 안 된다고 하니,,,,,

지난주에는 자당이 뛰는 경주를 보았는데 레이스 자체가 워낙 약한 말들하고
뛰는 경주였기에 자당이 질 것이라는 생각을 한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나, 경주 결과
자당이 깨지고 말았다. 신형철 기수는 그 날의 패인에 대하여 말하기를 " 자당은
게이트 번호를 중간 번호를 달면 늦발주 하는 경향이 있기에, 출마 투표할 때, 미리
끝 번호를 신청해서 그동안 매번 끝 번호를 달고 경주를 했었는데, 이번에는 다른
말도 끝번을 신청한 말이 있다 보니 게이트 번호가 아홉 마리 중 맨 끝번인 9번이 아닌
8번을 달게 뒤게 됐다. 역시 끝번이 아닌 8번을 달고서 늦발주를 하게 됐고, 늦발주를 하니 기수도 당황하여 다소 무리하게 선행을 가게 되었다 한다. 그리고 선행을
나가면서 이전에 새강자와의 경주에서 초반 무리한 도주로 마필에 상당한 무리를
가져왔기에 이번에는 선행을 가면서 무리한 도주보다는 뒷말들과 약간의 차이를
두어 마필에 부담이 덜 가도록 경주를 펼쳤는데 결론은 꼴찌를 들어오니, 기수인
본인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한다. 이날 따라 신형철 기수도 웬만하면 이길 수 있다고
믿었기에 가족 모두가 관람대에서 구경을 했었는데, 이런 성적에 본인도 엄청난
실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아직도 경주 결과가 믿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경주에 기승한 기수본인도 경주결과가 믿어지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 경주에
베팅한 팬들의 심정은 오죽 하겠으며, 이걸 어떻게 믿으라는 것인지 말을 타는
기수들도 답답할 뿐이다. 기수사무실에서 자당의 경주를 지켜보던 기수들도
이번 자당의 성적에 대해 어이없어 하면서, 지난번 경주와 오늘의 자당의 경주를
기수인 우리도 이렇게 어이없어 하는데 경마팬들이 이걸 어떻게 이해를 하겠냐고
한마디 씩 한다. 그러면서 기수들은 역시 " 말은 뛰어봐야 안다" "말은 믿을 수가
없다" "선행마는 언젠가는 부러진다"(즉 선행마는 항상 불안하다고 기수들은 생각한다)는 말만을 되풀이한다. 그러면서 기수들은 덧붙여 한마디씩 하는데, 자당
경주 이후에 신형철 기수가 기승하는 말이 있었으면 예시장에서 난리가 날텐데.. 다행히
그 날 마지막 경주에 신형철 기수가 기승하는 말이 없어서 천만 다행이라고,,,,,,,
(신형철 기수는 이번 자당의 경주에 대해, 어떠한 부정의 의도도
없었지만, 경주에 졌기에 자당을 사랑하고 자당에 베팅을 한 팬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 나는 기수로서 신형철 기수에게 너무 실망을 하지 말라고 위로해 주었다. 기수란 직업은 항상 이기고 지는 것이기에..

경주 결과에 따라 기수의 기분이 천당과 지옥을 여러 번 오고 가듯이 조교사
또한 마찬가지이다. 기수는 말 위에서 탔지만 레이스를 지켜보고 있는 조교사도
똑 같은 마음이다. 아래의 내용은 3월 25일 토요일에 있었던 일이다.
그 날 사무실에 있는데, 11기 동기생 기수에게서 연락이 왔다.
유재길 조교사의 말이 오늘 2승을 하였기에 동기생에게 한턱 쏜다는 것이다.
( 11기 기수 출신 중 조교사는 유재길, 서범석, 곽영효가 있고 기수로는 김창옥,
이상두, 이정표, 윤기정, 그리고 필자가 있다) 유재길 조교사가 작년 4월에 조교사로
대뷔해서 총 8승을 하였는데, 오늘 2승을 하여 기분이 좋아 한잔하고 싶다는 것이다. 유조교사는 조교사로서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마필 두수가 많은 편이며, 그리고
성적도 좋은 편인데, 오늘은 너무나 기분이 좋아서 한턱 쏜다고 하니, 나는 경마가
끝나고 경마장안에 있는 구내 식당으로 갔다. 식당에 들어서자, 유재길 조교사,
서범석 조교사, 그리고 기수로는 이정표, 윤기정, 천창기, 김귀배, 신대전 기수가
앉아 있었고, 그리고 조금 후에 임금만 기수가 왔다. 내일이 경마일이니
간단하게 한잔씩만 하자고 하는데 공교롭게도 자리에 앉은 멤버들이 축하를
받아야할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우선 유재길 조교사의 "지아이제인" "황색바람" 의 2승을 축하하는 건배를 들었다. 오늘 이 자리를 주최한
주인공이기에 그리고 왕고참 김귀배 기수의 오랜만의 일등을 축하하는 건배를
했는데, 기수에게 있어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당연히 김귀배 기수가 일등을
한 일이다. 김귀배 기수가 일등으로 결승선을 통과 할 때는 기수대기실이나
기수협회 사무실에서 경주를 지켜보던 기수들 모두가 축하의 기립 박수를
보내주었다는 얘기를 하면서 후배들이 김귀배 기수에게 분발하자고 한다.
임금만 기수의 지난번 "밀레니멈킹" 우승에 이어 오늘도
"밀레니멈킹"에 기승하여 우승을 한 것에 대해 짠~~(건배)  천창기 기수의 "당대제일"
우승을 짠~~(건배)  그리고 윤기정 기수의 "지아이제인" 우승 건배를 하면서
윤기수 왈 유조교사가 "지아이제인`에 기승시키면서, 이 레이스에서는
약하지만 실수없이 잘 타서 3착 정도라도 와서 마주가 기분이 좋았으면 하니
잘타라고 하기에, 윤기정 기수는 유조교사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내가 잘타서
3등이 아니라 일등을 올 테니 하면서 유조교사를 위로하고는 경주를 펼쳤다고 한다.
경주 초반에는 맨 후미에 있다가 결승주로에 들어오면서 몰고 치고 나갔는데
우승을 하였다며, 유조교사에게 "지아이제인" 우승했으니, 나중에
밥 한끼 사라고 한다. 유조교사가 한턱 쏜다는 자리가, 자리에 앉아 있는
여러 명이 오늘의 경주에 좋은 성적을 하였다고 즐거워하며 한잔씩 권하기에,
요즘 말을 기승하지 않는 나는 혼자 잔치상을 받은 듯, 상당히 즐거운
분위기의 술자리였다. 모두들 헤어지면서 다 기분이 좋았으니, 서로가 계산을
한다고 하던데 과연 돈을 누가 냈는지는 나는 모른다. 내가 내고 싶어도 내가
돈을 낼 명분이 없고 ,오히려 이때는 얻어먹어야 모두가 기분이 좋다고 하니.. 아무튼 기분 좋은 날이다. ( 참고로 윤기정, 천창기 기수는 일체 술을 못한다.
그리고 경마일에 기수들은 피곤하고 내일의 경주를 위하여 술을 잘 마시지 않는다. 그러나 조교사는 조금? 다르다 )



작 성 자 : 홍대유 ssh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