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 탓에 경주로도 비상이 걸렸다. 살수차가 수시로 물을 뿌리고 있지만 장작불같이 이글거리는 태양열에 즉시 메말라버린다. 한국마사회는 경마시행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경주로에 물을 뿌리고 있지만 금새 수분이 증발해버리기 때문에 양호한 상태의 경주로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국이 물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때에 경주로에 물을 무한정 뿌리는 것도 여의치않은 상황이어서 한국마사회는 이래저래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비가 흠뻑 내려 메마른 경주로를 적져주는 것이 생기 넘치는 경주로를 유지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이처럼 경주로가 너무 메마르다보니 평상시때의 건조주로와는 완전히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인 건조주로에서는 선행마보다는 추입마가 유리하고 주파기록도 느려지는 것이 보통인데 최근에는 이와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의 경주에서는 선행마가 선전하고 추입마가 고전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주파기록도 매우 빨라지고 있어 경주마의 능력이 급격히 향상되었나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본지는 평상시와 전혀 다른 경주결과가 나타나는 것에 대해 심층취재를 했다. 우선 한국마사회가 발표한 경주로의 모래 두께가 과연 맞는 것인지 확인했다. 경주로 관리부서에 확인한 바에 의하면 경주로는 지속적으로 모래 보충을 하여 정상적인 모래두께 7cm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 때문에 평상시와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을까. 이 현상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경주에 나서는 기수일 수밖에 없다. 경주를 치른 기수들을 대상을 한 취재에 의하면 이러한 현상은 극심한 가뭄에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평상시의 건조주로의 경우 경주마가 질주할 때 말굽이 모래에 깊이 빠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건조주로에서는 추입마가 유리하고 주파기록이 느려지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로가 너무 메말라 있다보니 경주마가 질주할 때 말굽이 주로에 닿는 순간 모래가 사방으로 파쇄되어 퍼지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그래서 경주마들은 마치 맨땅을 질주하듯이 달린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선행마가 유리해지고 주파기록이 빨라진다는 설명이다. 극심한 가뭄의 여파가 경주로에까지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경주로가 비정상적으로 활용되다보니 경주마에 대한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경주나 훈련도중 골절상을 입고 폐마되는 경주마가 늘어나고 있어 마주와 조교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마팬들도 갑작스런 주로변화에 따른 이변 발생으로 예기치 못한 피해를 보고 있다. 정상적인 추리와 분석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예상전문가들의 고통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렇듯 가뭄의 피해는 경마에도 직접 나타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러나 경마에 나타나고 있는 가뭄의 피해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목소리를 높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가뭄의 피해를 직접으로 보는 계층은 아마도 농민들일 것이다. 농작물이 타들어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가슴까지 모두 시커멓게 타고 있는 것이 우리의 농민들이다.
본지는 가뭄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사랑의 물을 보냅시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성금을 모금하고 있다. 본지의 독자들이 주로 경마팬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이번 성금모금 운동은 경마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좋은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독자 한분의 정성은 비록 작을지라도 작은 정성이 모이면 큰 힘이 될 것이다. 가뭄을 극복하는 일에 모두 함께 나서자.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