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경마의 보편적 형태인 마주제 경마가 시행된 지 어언 만 6년이 지났다. 이제는 한국경마도 선진화로 가기 위한 힘찬 도약을 해야할 때다.
그러나 한국경마가 도약을 하기에는 많은 장애물들이 도사리고 있다. 외형은 선진화의 틀을 갖추었지만 내용에 있어서는 시행체 마주제의 구습들이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 우리 경마에서 선진화해야할 제도중 가장 중요한 부문으로 심판제도의 선진화를 꼽는데 주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공정경마의 최종 보루는 심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마사회 심판부는 능력발휘부적절, 기승법부적절, 진로방해 등의 심의 상황이 발생하면 어떤 이유로 문제가 발생하여 심의를 한다는 안내도 없이 특정 지점에서 발생한 상황에 대한 심의경주인 것만 경마팬들에게 알리고 있다. 그리고는 마냥 경마팬들을 기다리게 해놓고 심판부 소속의 재결위원(이하 심판위원)들만이 아는 심의를 한다. 경마팬들에게는 심의후 결과만을 알려줄 뿐이다.
이로인해 경마팬들은 한국마사회 심판부에 대해 쓸데없는 오해를 할 때가 많이 있다. 또 심판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마팬도 상당수 있다.
특정 경마팬이 경주의 판정에 불복해 법원에 소를 제기한 사례는 심판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심판에 대한 불신은 컴퓨터 통신 등에도 잘 나타난다. 컴퓨터 통신 동호회원들은 한국마사회가 심판한 동시골인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고 특정 인기마가 순위에 들지 못했을 때 제재를 가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경주마를 생산하고 있는 미국은 심의경주가 발생할 경우 즉시 심의지정 화면을 경마팬들에게 보여준다. 심의가 까다로울 경우는 반복해서 문제의 레이스장면을 보여주면서 기다리도록 한다. 경마팬들은 반복 방영되는 장면을 관찰하면서 누가 어떻게 잘못했는지를 나름대로 판단하게 된다. 어느 경마장이나 3명으로 구성된 심판위원들은 정확한 결정을 내려 공표한다. 모든 경마팬들은 심판위원들의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왜 심판에 대한 불만이 높은 것일까.
첫째는 투명한 심의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투명한 심의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기수·조교사·마주등 경마창출의 직접 당사자들이 편파판정 등의 문제를 제기하는 등 불만도 높다. 또 심판위원이 제대로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해 심판 결과를 경마팬들이 수긍하지 않는 측면도 있다.
한국마사회 심판부는 잦은 인사이동으로 인해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이 심판위원으로 발령나기도 한다. 또 심판위원이 된 사람도 언제 타부서로 발령이 날지 모른다. 심판위원들이 전문성을 확보할 여유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경마계에서는 심판위원의 전문성 결여와 관련하여 외국의 유명한 심판위원을 초빙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즉 선진 외국에서 오랜동안 경마심판을 담당한 사람을 초빙하여 심판을 보도록 하면 레이스에 대한 신뢰도가 훨씬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하루빨리 전문교육기관을 설립하여 심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매출액은 세계 7위의 수준에 올라 있으면서도 경마관련 교육기관은 한국마사회내 승마훈련원에 설치돼있는 ‘기수양성과’가 고작이다. 이러한 교육시스템으로는 하루가 멀다하고 변화하는 경마환경에 대처해 나갈 수 없다.
공정한 심의는 경마발전의 가장 밑바탕이 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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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성 자 : 김문영 violet@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