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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세대를 이끌 젊은 기수로 주목받고 있는 박수홍 기수가 지난 28일(토) 제11경주에서 ‘퍼스트패밀리’에 기승, 우승을 차지하며 1백승 고지를 점령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2, 3위에 그치며 우승 문턱에서 좌절을 맛 본 끝에 드디어 기나 긴 아홉수의 터널을 빠져나와 확실한 차세대 선두주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한 박수홍 기수를 만났다.
-고등학교 졸업 후, 신문에 난 기수 모집광고를 볼 때까지도 그는 기수가 말 타는 사람이라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 단지 월급을 많이 준다는 사실이 기수가 되기로 결심한 원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시작한 기수생활에서 숨어있던 기수로서의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시골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했고 또 잘했다. 거기에 체중 조절이 필요 없는 기수로서는 완벽한 자질과 신체조건을 타고났다. 이를 바탕으로 후보생 시절에도 기승교육이나 체중조절에서 별 어려움 없이 우수한 성적을 보였고 결국 당시 담당교관의 추천으로 최고의 성적을 자랑하는 16조 마방에 입사하게 된다. 그리고 데뷔 후 3개월만에 첫 승을 올리며 화려하게 경주로에 등장한다. 99년 경마부정에 연루, 억울하게 6개월간 말을 타지 못한 것을 제외하고는 성실한 자세와 돋보이는 능력으로 차세대 과천벌을 이끌 젊은 기수로 주목 받아왔다.
그는 기수로서 몇 승을 올리고 싶다던가 경마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싶다던가 하는 특별한 목표는 없다. 그저 부상 없이 오랫동안 꾸준한 성적을 내고 싶은 게 그의 바램이다. 어쩌면 그것은 모든 기수들이 바라는 가장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일 것이다. 그는 그 어려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여가 시간에도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축구와 같은 운동을 통한 몸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또한 실전과 같이 임한다는 자세로 새벽훈련에 성심을 다한다. 그가 이렇게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이유는 노력한 만큼 대가가 온다는 평소 그의 소신 때문이다.
여타 프로스포츠가 일정 기간 정규시즌과 오프시즌이 나뉘어져 있는 것과 달리 경마는 일년 내내 치러지기 때문에 체중관리나 체력유지에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때로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기승을 해야하는 경우가 있다. 기승 리듬이 깨지는 것을 우려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보다 타기수가 기승해 입상할 경우 자칫 기승기회를 상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마칠인삼(馬七人三)이라는 말처럼 말의 능력이 중시되는 경마의 특성상 기수의 컨디션과 무관하게 입상할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입상하지 못할 경우 모든 비난은 고스란히 기수의 차지가 되고 마는 것도 기수들의 애로(隘路)다. 하지만 그는 기수라는 직업을 사랑한다. 조교사로서의 미래를 꿈꾸는 기수들이 많지만 그는 가능하면 영원한 기수로 남고 싶어한다. 안팎으로 고생하고 시달리는 조교사의 모습보다는 순수하게 말만을 사랑할 수 있는 기수의 모습을 더 사랑하기 때문이다.
〈박수홍 기수 인터뷰〉
-1백승을 달성한 소감은?
기쁘다. 99승 이후 2위만 계속 반복해 사실 부담되고 긴장도 됐었다. 1백승을 달성하고 나니 홀가분하다. 1백승 돌파를 계기로 앞으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
-17기 기수 중 최다승을 기록중인데,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글쎄 특별한 이유는 없다. 동기들 모두 능력 면에서는 좋은 기수들이다. 단지 나는 좋은 마방에 소속돼 조교사님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은 것이 이유라면 이유다. 한마디로 운이 좋았다.
-존경하는 선배가 있다면?
이성일 선배와 임대규 선배를 존경한다. 이성일 선배는 기승자세가 훌륭하고, 말을 여유 있게 타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임대규 선배는 레이스 전개나 운영 능력에서 배울 점이 많은 선배다.
-1백승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레이스는?
2000년 6월 3일(토) 2군 2000m 제10경주에 53조 ‘황금성’에 기승 우승을 차지한 레이스다. 선입작전으로 초반 3∼4위권을 유지하다 막판 추입으로 1위를 차지했다. 타고 싶은대로 탔고, 생각대로 전개된 레이스였다.
-특별히 선호하는 자신만의 기승스타일이 있다면?
아직까지 나만의 스타일은 없다. 예전에는 선행이나 선입이 편했는데, 요즘 들어서는 추입에 더 흥미가 있다. 나에게 맞는 스타일이 무엇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스타일은 누가 가르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터득하고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승 경력 이제 고작 5년째다. 지금은 일단 열심히 배우고 있는 단계다. 이를 바탕으로 나만의 스타일을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의 각오 한마디?
팬들의 성원에 늘 감사하는 마음이다. 노력한 만큼 대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기수라는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가능한 한 오랫동안 기수 생활을 하고 싶고, 튀지 않는 꾸준한 기수로 기억됐으면 한다. 열심히 노력하겠다. 지켜봐 달라.
【권현 기자 knhn@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