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인구의 증가와 변천상
2001년 현재 1일 평균입장인원 14만명에 육박하는 거대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한국경마가 걸어온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뚝섬경마장이 개장한 1954년부터 지금까지 경마인구의 증가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54∼1959년까지는 전후의 어려웠던 경제사정으로, 고작 430∼700명 수준의 하루입장인원으로 극심한 침체기를 보냈다. 60년대도 별로 나아진 것이 없어서 하루 1000명 미만의 관중으로, 조교사, 기수를 비롯한 마사회 관계자들은 하루마다 끼니를 걱정해야 할 만큼 열악한 상황이 반복됐다. 70년대 마사회는 시행체의 통합으로 경주마까지 소유하는 강력한 체제를 정비한 후, 158일의 연간최다 경마시행일수를 기록하며 입장인원을 하루 1957∼2800명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80년대 전반에는 최저 3770명에서 8814명의 최다관중을 동원할 만큼 성장세가 이어졌다. 뚝섬경마장이 막을 내리는 80년대 후반에는 최초로 하루입장인원 1만명 돌파가 이루어 졌으며, 과천시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기하급수적으로 경마인구가 증가한 결과, 현재의 14만 명 선까지 이른 것이다. 지금까지 경마인구가 늘어난 과정을 살펴볼 때, 시설의 현대화가 경마산업 육성에 끼친 공로도 무시할 수 없다 할 것이다. 현재의 과천 서울경마장이 갖춘 대규모 수용시설과 안락한 경마공원은 경마라는 사행성이 강한 오락이 레저산업으로 변모할 수 있는 촉매제 구실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만성 적자상태에서 허덕이던 1960년대 한국경마가 70년대의 흑자산업으로 전환된 배경에도 뚝섬경마장 관람대의 현대화 과정이 자리잡고 있었다.

시설의 현대화와 경마인구 확산
삐걱거리는 판자소리 요란한 목조 관람대와 자욱한 담배연기, 경주마들의 배설물 냄새로 코를 찌르는 열악한 환경. 바로 70년대 초반까지 한국경마의 모습이다. 금전적인 목적으로 경마장을 찾는 도박꾼들에겐 위와 같은 경마장 시설들이 큰 장애가 되진 않았겠지만, 일반 국민들이 경마라는 스포츠를 즐기고 레저문화로 인식하기엔 그 당시 경마장은 너무나 열악한 시설이었다. 1974년 흑자경영이 실현되면서 재정의 여유를 갖게되자 마사회에서는 시급한 과제의 하나로, 경마장 시설의 현대화를 추진하게 된다. 흑자경영에 눈을 뜬 마사회로선 경마를 즐기는 고객의 확보가 절실했고, 보다 많은 경마팬들을 유치하기 위한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종래의 관람대는 개장초기의 관람대를 64년에 개축한 것과 (주)덕마흥업이 건설했던 신축관람대 등, 잡다한 목조관람대였던 것을 일부 철거하고 73년 10월 25일에 착공하여 74년 9월 10일 완공한 것이 바로 80여 년 한국경마 사상 최초의 콘크리트 관람대다. 70년대 전반에 뚝섬경마장의 기본시설과 시행기기의 현대화가 단계적으로 실현되었는데, 1일 평균 입장인원의 증가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도 그때쯤이다.  

3주간 경마 중단시킨 72년 대홍수
빚더미에 허덕이던 마사회가 경주마까지 소유하는 강력한 단일체제의 정비로 연중무휴, 전천후 경마의 강행군에 매진할 무렵, 뚝섬경마장 전체를 물바다로 만든 엄청난 수해로 경마를 거의 한달여 가까이 개최 못하게 만든 천재지변이 있었다. 1972년 8월 18일부터 19일 양일 간 중부지역을 강타한 집중호우는 뚝섬지역을 고립된 오지로 만들었다. 뚝섬은 원래 삼각주로 형성된 섬으로서 홍수시에는 수방대책이 취약할 뿐만 아니라, 비가 오는 날이면 물이 고여서 가마니와 널빤지 등을 깔아 징검다리식 통로를 만들어 놓을 정도로 배수가 힘든 지역이었다. 게다가 경마장의 지형자체가 동고서저형으로 모든 하수시설이 서쪽에 위치한 마사지역으로 집중되어, 인접농경지의 뚝을 넘어 청계천으로 배수되기만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비가 오면 상습적인 침수지역으로 변했다고 한다. 그 당시 이틀간 내린 집중호우로 서울지역의 강우량은 273.2mm를 기록했고, 뚝섬경마장은 마사지역 전체가 무릎까지 차오르는 물바다가 되고 말았다. 마방이 침수되자 각 관리조는 지정된 장소로 경주마를 대피시켰으나, 좁은 공간에 100여두의 마필을 묶어놓은 결과, 서로간에  뒷발질로 걷어차는 축벽사고가 발생, 약 60여두의 마필이 부상을 입게되었다. 8월 20일 정오쯤에 이윽고 빗줄기는 멈추고 햇살이 따갑게 비치기 시작했는데, 침수로 인한 부패와 소독작업 등으로 3주간의 휴장으로 이어졌다. 9월 9일에 수해 후 첫 개장을 맞게되었으나, 중단된 경마를 보충하기 위해 토,일,월,화요일의 주 4일제 경마가 강행되었고, 경주마들은 물난리로 인한 고통과 함께, 수해 후의 엄청난 강행군으로 파김치가 되었다고 한다. 수재민 돕기 의연 레이스까지 열렸다고 하니, 적은 두수의 경주마들이 감당했을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경주마 혹사와 수난시대
지금의 경주마들은 한달 주기로 출전하는 관행이 뿌리내려있지만, 70년대 흑자경영을 위해 주4일 경마의 강행군이 거듭될 무렵의 경주마들은 매주 2회, 연간 50회 이상 출전, 또 15세가 넘어서 출전하는 경주마가 허다했고, 2세 신마가 매주 연속 출전하는 상황도 허다했다. 그 당시 채무상환, 관람대 신축(최초의 콘크리트 건물), 유가파동과 마권세 인상 등의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던 마사회로서는 입장인원과 매출액 감소를 막기 위해 그러한 강행군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73년 5월 9일에는 420두의 전체 경주마와 인근 승마장의 94두를 합한 총 514두에 우리나라 마필 전염병 역사상 최초의 유행성 인플루엔자가 발생함으로서 출전취소와 경주취소가 속출하게 됐다. 다행히 폐사한 마필은 한 두도 없었고, 그때의 경험은 귀중한 자료가 되어 현재와 같은 매년 예방접종의 관례로 뿌리를 내리게 됐다.

국제적 위상강화 ARC(아시아경마회의)개최
1980년 9월 서울에서 개최된 제15회 아시아경마회의는 72년 흑자경영으로의 전환과 76년 부채청산으로 경마발전의 가능성을 보인 시점에서, 김동하 마사회장을 위시한 한국마사회의 자신감의 표현으로 추진되었다. 우리나라는 1970년 제9회 말레이지아, 싱가폴 경마회의에서 정식회원국 가입이 허락되었으나, 정회원 가입의 전제조건인 ‘ARC회의 개최’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10년이 가깝도록 정식회원국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72년 (주)덕마흥업의 재산을 인수함으로서 마사회 단일의 독점마주제가 된 점 또한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어서, 아시아 경마회의 한국개최 권리를 매번 포기, 또는 연기시키는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고 있었다. 이윽고 80년 9월, 롯데호텔과 워커힐호텔 등을 오가며 제15회 ARC 회의가 열렸고, 외국의 대표들에게 한국의 참모습과 한국경마의 발전상을 소개했다는 점에서 큰 역사적 의미를 갖고 성대하게 치러졌다. 제15회 ARC의 하이라이트는 부대행사로 치러진 9월 14일의 국제기수초청경마였다. 우리나라 포함, 8개국의 기수들이 열띤 경쟁을 펼친 이 날은 3만여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성공적인 회의의 피날레로 장식되었다.


작 성 자 : 손성호 ssh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