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 , 스포츠도 ‘테러’
-메이저리그 등 대부분 스포츠 이벤트 일정 차질
-경마계도 비상... 이번주 거의 모든 대회 취소
지난 11일(화) 뉴욕 무역센터, 워싱턴 펜타곤 등 미국 심장부를 강타한 사상초유의 자살 테러가 스포츠계에까지 그 충격파를 미치고 있다.
테러 충격의 여파로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정규리그를 중단했다. 외부적 요인으로 메이저리그가 중단된 것은 지난 44년 6월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중단된 이후 57년만의 일로 이번이 네 번째. 야구의 나라 미국에서 메이저리그가 중단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인들에게 야구는 생활이자, 어려운 일을 잊게 해주는 위안거리이기 때문이다. 2차대전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이 “야구를 계속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도움이 된다”며 노르망디 상륙작전일을 제외한 나머지 경기 속개를 지지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 하지만 이번은 경우가 다르다. 홈런왕 마크 맥과이어(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경기취소 결정을 좀 더 일찍 내렸어야 한다”며 사무국을 맹비난했고, 대부분의 선수들, 심지어 구단주까지도 “경기할 기분이 아니다”라며 취소결정을 지지하고 있다.
경마도 예외는 아니다. 사고 직후 전미경마위원회(NTRA) 팀 스미스 커미셔너는 “지금은 모든 사람들과 함께 희생자와 그의 가족들을 위해 기도해야 할 때”라며, 회원들에게 대회 취소를 당부했다. 13일(목)부터 서서히 재개하기 시작했지만, 상당수가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한편 테러 구호기금으로 13만2천달러를 즉석에서 조성한 킨랜드 경매도 일정을 하루 늦췄다.
이번 테러로 인해 미국 프로미식축구(NFL), 프로하키(NHL) 등이 일정 조정에 들어갔으며, 골프(PGA)와 프로농구(NBA)의 아시아 순회 일정 등은 취소됐다. 또한 미국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각종 국제대회도 취소됐으며, 유럽축구연맹이 UEFA 리그 일정을 연기하는 등 테러 여파는 미국을 넘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18일(화)부터 메이저리그가 재개되는 등, 다음주부터는 사고 복구와 함께 스포츠계도 점차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권현 기자 knhn@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