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반 ‘청파’와 함께 대표적인 추입형 암말로 군림했던 ‘훌라밍고’. 양쪽 뒷발목에 흰색 줄무늬가 선명한 암말로, 수려한 외모뿐만 아니라 경주 막판 질풍 같은 추입력으로 수많은 경마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사극 태조왕건의 궁예 역으로 친숙한 김영철 氏가 마주로 그랑프리 시상식에 모습을 보여 경마팬들로부터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던 일화는 유명하다. 96년 초 데뷔와 함께 승승장구하며 그 해 그랑프리까지 석권했던 ‘훌라밍고’. 5년여의 세월이 흐른 지금, 씨암말로 활동하며 건강한 망아지 2두를 출산한 상태다. ‘훌라밍고’의 역동적인 추입 장면이 전국에 생중계 되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제4회 SBS배 경마대회를 소개한다.

스타급 경주마의 총출동
1996년 11월 10일 제6경주로 치러진 제4회 SBS배 경마대회는 한해를 결산하는 그랑프리 직전의 경마대회로, 사실상 한 해를 대표하는 스타급 마필들이 총출동한 경주였다. 그해 6월의 스포츠서울배 우승마로서 차세대 대표주자로 낙점 받은 4번 ‘아담’과 일간스포츠배에서 인상적인 추입력을 보이며 우승한 3번 ‘미금호’, 그리고 당시 한껏 물오른 도주력을 뽐내기 시작한 ‘회이어어웨이’, ‘프리웨이’ 등의 혜성 같은 신예들이 도전장을 내민 대회였다. 출발신호가 떨어지자 선두를 점한 것은 3번‘미금호’, 그리고 뒤를 이어 4번 ‘아담’과 7번 ‘프리웨이’, 그리고 1번 ‘나이아나’가 따랐다. 외곽게이트의 불리함을 안고 출발한 13번 ‘훌라밍고’는 경주중반까지 최후미에 머물며 호시탐탐 선두권 진입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3코너 진입지점부터 중위권에 진입한 다음, 결승선 전방 300여 미터를 남겨두고 무서운 막판 추입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결국 앞서가던 3번 ‘미금호’를 추월하며 3마신 차의 낙승을 거두며 레이스를 마무리했다.

박덕준 조교사
1975년 5월 조교사로 데뷔한 5조 박덕준 조교사는 1994년 ‘한계돌파’의 마사회장배 우승을 시작으로 95년 ‘법왕’(AJC트로피 우승), 그리고 96년 ‘훌라밍고’로 SBS배에 이어 그랑프리까지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김택수 기수
‘훌라밍고’에 기승해서 이룬 경마대회 첫 우승의 영광. 기수 데뷔 후 11년만에 찾아온 우승의 순간이 조금은 낯설었기 때문일까? 결승선을 통과한 김택수 기수가 제일 먼저 확인한 것은 전광판이었다고 한다. 이날 대회 우승으로 얻은 가장 큰 성과는 자신감이라고 소감을 밝힌 김 기수는 비록 그랑프리에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정성어린 훈련으로 ‘훌라밍고’를 그랑프리 우승마로 만드는 숨은 산파역을 다했다.                            

【손성호 기자 ssh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