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시대에 시작된 경마는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 일본과 지속적인 교류를 맺어왔다. 다만 해방 후부터 1965년 한,일 관계 정상화까지는 경마를 포함한 모든 국가간 교류가 단절됐으나, 곧 일본을 경유해서 경주마를 수입함과 동시에 인적 교류도 활성화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일본중앙경마회와 꾸준한 접촉의 성과로 치러져온 ‘JRA트로피’와 일본의 지방경마조합과 개별적인 기수초청 형식으로 시행되는 대표적인 교류경주인 ‘니이가타자키컵’ 그리고 지금은 사라진 ‘후바나시컵’ 경마대회. 후바나시 경마장은 일본 지바현 경마조합에 소속된 5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대표적인 지방경마장이다. 91년 후바나시 경마장에 우리 기수들을 파견한 후, 이듬해 92년에 경마대회로 승격되며 5월 3일 제9경주 1700m 핸디캡 레이스로 과천 서울경마장에서 성대하게 치러졌다.

-‘청풍명월’바람에 실려가듯 여유선행
일본기수 6인을 초청, 한국기수 6인과 함께 12두의 경주마에 나뉘어 제1회 후바나시컵 경마대회는 시작됐다. 5월 초, 봄 날씨가 완연했음에도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었던 그 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수로는 김명국, 배휴준, 송석헌 기수를 필두로 출전했고, 일본에서는 기승경력 20년 가까운 노련한 기수들을 내보냈다. 그 날 경주의 출발신호가 떨어지자 송석헌 기수의 4번 ‘청풍명월’이 선두로 내달았다. 25조 김봉수 조교사 소속의 선행력 탁월한 ‘청풍명월’을 필두로 8A번 ‘봉우리’와 김명국 기수 기승한 8B번 ‘거목’이 선두권을 형성했다. 이렇듯 레이스가 흘러 중위권에서만 간혹 자리다툼이 일어났을 뿐 ‘청풍명월’을 선두로 무난하게 직선주로에 접어들었다. 결승선 전방 250m 정도를 남겨두고 인코스에서 김명국 기수가 ‘거목’을 다그치며 선두 ‘청풍명월’을 추입하려 했고, 외곽에서는 일본 기수의 7A번 ‘아리아’가 스퍼트를 내기 시작했다. 결국 1위부터 3위까지 목차이의 아슬아슬한 승부를 연출하며, 초반선행에 막판 끈기까지 보인 송석헌 기수의 ‘청풍명월’이 우승을 차지했다. 이 날 3만 1천여 명의 입장인원에 11억 2백여 만원의 경마대회 매출액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김봉수 조교사와 송석헌 기수
이 날 우리나라 기수들이 일본 기수들을 압도하며 1∼3위를 휩쓸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 김봉수 조교사는 선행형 ‘청풍명월’이 인코스 게이트를 배정 받는 순간 우승을 예감했다고 한다. 선행마 말몰이에 능하다는 평가로 ‘청풍명월’에 기승한 송석헌 기수. 그는 그 당시 자신이 우승한 세 차례의 경마대회, 즉 86년 페케남컵, 91년 스포츠서울배, 후바나시컵에서 모두 4번 게이트에서 출발하여 우승을 차지하는 이색적인 기록을 남겼다.        

【손성호 기자 ssh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