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는 경주는 따로 있다.
상상도 못 할 1천배 이상의 고배당을 꿈꾸는 경마팬이 있다면, 항상 마지막 경주를 주시해야 할 듯하다. 고배당 랭킹 10걸 중에 절반 가량이 마지막 경주에 몰려있다. 주로 3∼4군 마필들의 1400m 거리로 편성되는 마지막 경주에서 왜 유독 고배당이 많이 터진 것일까? 1000∼1200m거리 5군에서 순발력을 보인 기대주들이 4군의 1400m 중거리 경주에 적응하지 못하고 깊은 부진에 빠져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컨디션 호조로 이변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고, 승승장구하며 승군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됐던 최고 인기마가 1400m라는 어정쩡한 거리와 경주전개 과정중의 이변으로 입상 탈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만약 깊은 부진에 빠져있던 왕년의 능력마 선전과 최고인기마의 예상외의 부진이 교차한다면, 바로 상상도 못 할 초고배당으로 연결된다. 하루의 마지막 경주에 한국경마의 기록적인 고배당이 몰려있는 이유는 바로 1400m거리로 4군 부진마와 능력마가 한데 어우러져 편성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인 듯하다.  

-예기치 못한 순위변경, 고배당 부른다.-
1998년 12월 5일 제4경주에서 7328.8배라는 사상초유의 고배당이 기록됐다. 현재 국산마 최강자로 평가받는 ‘무비동자’의 데뷔전에서 발생한 이변이다. ‘무비동자’는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으나, 발주직후 내측 사행으로 13위마 ‘정각산’의 주행을 방해한 나머지 그만 14위로 순위 강등되고 말았다. 각각 인기 12위, 13위를 기록했던 ‘흑광’과 ‘금배’로 1, 2위가 확정되며 7천배가 넘는 최고 배당률이 발생한 것이다.
  
-능력마의 깊은 침묵, 언제 터질지 모를 화약고다.-
경주 데뷔 후 연승행진 벌이며 승급한 능력마 중에는 거리적응과 컨디션 난조로 깊은 부진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후 10전 이상 기나긴 부진이 계속되면 인기가 바닥으로 전락하게 되는데, 간혹 적정거리로 떨어지는 경주와 컨디션이 맞아떨어지면 엄청난 고배당으로 연결된다. 고배당 랭킹 2위로 기록됐던 98년 11월 29일의 5150.9배를 터트린 인기순위 14위마 ‘준일보’의 사례가 그 대표적이다. 단거리에 강점을 보이며 순탄하게 승군, 특별경주에도 두 차례씩이나 출전했던 ‘준일보’는 1400m 이상 거리에 난조를 보이며 1년 이상 입상 없이 바닥을 쳤다. 그렇게 철저하게 비인기마로 전락했던 와중에 갑자기 1200m로 거리 내려 도전했고, ‘준일보’의 데뷔 초기 1200m거리의 우수한 주파기록을 잊고 있었던 경마팬들은 그 날 경주에서 그만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작 성 자 : 손성호 ssh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