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Kg짜리 쾌속선
경주마 ‘삼각’을 떠올리면 먼저 웃음이 입가로 번진다. 400Kg도 채 못 미치는 빈약한 몸무게로 자신보다 한 뼘 이상 큰 체구의 건각들 사이를 헤치며 추입하던 명장면, 총 전적 56전 6승 2위 6회의 그렇게 뛰어난 성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6승 속에 무려 경마대회 우승이 3승이나 포함된 점, 그리고 무궁화배와 그랑프리 등 내노라하는 경마대회에 단골처럼 모습을 나타내던 독특한 개성을 소유한 경주마였다. 작은 꼬마 ‘삼각’은 평소에는 전력을 숨기고 있다가 가끔씩 경마대회 나가서는 강호들의 뒤통수를 후려쳐서 우승트로피를 빼앗던 짖궂은 개구쟁이로 경마팬들은 기억하고 있다. 그 ‘삼각’이 우승했던 세 번의 경마대회 가운데서 유일하게 400Kg 미만의 체중(398Kg)으로 우승했던 스포츠서울배 경마대회를 소개한다.

인코스 추입의 진수 ‘짜릿한 역전승’
1994년 6월 19일 1900m 레이스에서 3등급 마필 14두가 총상금 6천만원을 놓고 자웅을 겨뤘다.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날씨치고는 상당히 바람이 많이 부는 가운데, 게이트가 열리자마자 김명국 기수의 ‘탁월한’이 먼저 선두권으로 내달았다. 그 뒤는 장거리에 강한 인기마 ‘통소문’과 선행형 ‘랩소디’가 2,3위를 다투며 4코너까지 이어지는 형세. 중간그룹 혼전속에서 우창구 기수 기승한 ‘삼각’은 전혀 관심도 없는 듯 맨 후미에 쳐져서 달리고 있었다. 4코너 돌 즈음 중위권이 대거 선두권으로 합류하는 사이, 앞이 뻥 뚫린 ‘삼각’은 재빨리 그 틈을 파고들어 인코스로 자리잡았다. 경주 내내 최하위권에서 딴전을 피우던 ‘삼각’이 스퍼트를 시작하자, 일정한 양상으로 전개되던 경주흐름에서 400Kg도 안되는 꼬마말의 스피드는 단연 돋보였다. 같이 추입을 시작한 ‘머피브라운’이 ‘삼각’과 함께 치고 나갔으나 결국 ‘삼각’의 1마신 차 승리로 레이스는 마무리되고 말았다. 복승률 100%의 절대 축마였던 ‘굿타임’은 3위로 최선을 다했으나 역부족이었고, 그 당시 3세마로 페케남컵 우승마인 ‘통소문’은 그 날 선행마 6두의 치열한 경합과 강한 바람이 부는 날씨 속에서 공기저항을 많이 받은 나머지, 선행마로서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만 순위권 밖의 참패를 기록하고 말았다.

우창구 기수와 지용철 조교사
제8회 스포츠서울배 경마대회에서 ‘사현정’에 기승, 우승을 차지한 우창구 기수는 그 날 ‘삼각’으로 다시 한번 우승해 스포츠서울배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84년 기수로 데뷔해 기수생활 10년째를 맞았던 우창구 기수는 300승을 목전에 두고 그 날 경주에 출전했으나 오전경주에서 아깝게 2위를 차지, 자신의 통산 300승이 될 뻔한 스포츠서울배가 아쉽게 그만 299번째의 승리로 남게 됐다. 뉴질랜드산 암말인 ‘삼각’은 원래 김형수 기수가 주로 기승했으나, 스포츠서울배를 앞두고 지용철 조교사는 선행마들의 대거 혼전을 우려, 추입마에 탁월한 기승술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던 우창구 기수로 전격 교체를 단행하여 값진 경마대회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손성호 기자 ssh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