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견’ 은퇴...노병은 죽지 않는다.

◆…‘대견’이 외주로를 선회하는 동안 모니터에는 심재식 마주의 모습이 클로즈업 됐다. 눈물을 참고 있던 심마주는 모니터에 자신의 얼굴이 나오는 것을 보고,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감사의 뜻을 전했는데, ‘대견’의 질주 모습을 보고 말 그대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어 맥아더 장군의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는 말이 떠올랐다고... 한편 심마주는 은퇴식이 있던 이날도 아침 일찍 집에서 미리 준비해 온 당근을 들고 ‘대견’을 찾았다. 은퇴식이 끝난 후인 밤 10시경에 다시 한 번 들러 ‘대견’에게 당근을 먹이고 ‘할아버지 간다...’라고 작별인사를 했다.

◆…‘대견’의 은퇴에 누구보다 심경이 복잡했던 사람은 바로 지난 8년 동안 ‘대견’을 발굴하고 키운 최혜식 조교사다. 최조교사는 은퇴식 내내 의외로(?) 담담한 모습을 보였는데, 사실 은퇴식 전에 지하마도에서 안장을 올리면서 마방식구들과 얘기를 나누며 눈물을 훔치고 나왔다고 한다.

◆…‘대견’은 화려한 경력만큼 많은 기수들과 호흡을 맞춰왔다. 그래서 이번 은퇴식에서 과연 어떤 기수가 기승할 지 관심거리였는데, 결국 그 영광은 강태현 기수에게 돌아갔다. 기승을 마친 강기수는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영광된 자리로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고 기립박수를 보내는 팬들의 모습에 놀랐다고 소감을 밝힌 뒤 “평소 ‘대견’은 결승선을 통과하면 재갈을 놓고 스스로 서는 말인데 오늘은 말이 계속 끌고 가더라”며 “마치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장마의 영향으로 폭우가 내린 이날, 많은 팬들이 굵은 빗줄기를 원망했다. ‘대견’의 마지막 질주에 혹시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 ‘대견’을 보기 위해 본장을 찾았다는 한 경마팬은 “날씨가 좋았다면 더 많은 팬들이 찾았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한편 이날 경마공원 곳곳에는 ‘경축 ‘대견’ 은퇴’라는 현수막이 내걸려 팬들을 당혹케 했다. 한 경마팬은 기자에게 “물론 명예롭게 은퇴하는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섭섭함과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견’의 은퇴에‘경축’이라는 말이 적합한 표현이냐”고 반문하기도...

【권현 기자 knhn@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