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복도 패션…각양각색 디자인과 색깔, 톡톡 튀는 기수복으로 “눈이 즐겁다”>
기수복 덕택에 인기도 “쑥쑥”

500kg의 거구에 몸을 싣고 사막과도 같은 경주로를 달리는 작은 체구의 승부사, 기수.
그들은 하나같이 독특하고 제각각인 고유한 패션을 입고 말과 함께 달린다. 형형색색의 디자인과 컬러 패션으로 무장하고 멋지게 질주하며 우승을 일궈내, 자신만의 강한 이미지를 만들어 가고 있다.
파란색 바탕에 가슴과 팔에는 노란·빨강 파형 줄무늬, 바로 국내 최고의 리딩자키 박태종의 기수복이다. 그 현란한 색깔들이 4코너를 돌면 승리를 예감하는 관중들은 깊은 탄성을 자아내기도 하고, 실망의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
미국 성조기(Stras & Stripes)를 몸에 걸치는 안병기 기수는 맑은 날에는 1000m 지점에서도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할 정도로 톡톡 튄다.
서울과 제주경마공원의 기수는 모두 115명, 이들은 경주에 나갈 때는 하나같이 등록된 기수 개인의 고유한 패션복(?)을 입고 나가야 한다. 우리와는 달리 외국 여러 나라의 경마장에서는 기수가 마주 복색을 입고 경주에 나간다. 이들 나라의 기수는 우리처럼 개인의 기수복이 없다. 즉 말주인이 고유한 색상과 디자인으로 제작한 마주복을 자기 말에 기승하는 기수에게 입혀서 경주에 출전시키는 것이다. 가끔 외국의 경마를 보면 특정 기수의 유니폼이 자주 바뀌는 것도 외국의 기수복제도 때문이다.
마사회법 경마규정에는 기수 1명에 1종의 유니폼을 등록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기수복을 디자인할 때 사용되는 색은 3도 이내로 해야 하며, 빨강ㆍ파랑ㆍ노랑ㆍ자색ㆍ녹색ㆍ흰색ㆍ검정색 등 10종으로 제한하고 있다. 아울러 다른 기수가 입고있는 옷과 똑같거나 비슷한 디자인을 사용할 수 없으며, 면허취소로 사용되었던 기수복은 3년이 경과해야만 다시 사용할 수 있게 정해 놓았다. 이렇게 까다롭게 만든 이유는 경마팬이 멀리서도 기수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하는 관람 편의와 심판(재결)의 용이한 식별 및 판단 등을 하기 위해서다.
기수복에 대한 까다로운 제한 규정 때문에 자기만의 독특한 기수복을 디자인한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기수 후보생들이 기수학교를 졸업할 때 쯤이면 부푼 마음으로 개인의 기수복 디자인에 몇날 몇일을 고민한다. 패션에 문외한이라도 한번 디자인한 기수복을 평생 몸에 걸치고 먹고 살아야하기 때문에 톡톡 튀는 패션복 창출을 위해 고민하게 마련. 이렇게 각기 다른 기수복은 보통 자신이 디자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일 선호하는 디자인은 별문양으로 기수세계에서 스타가 되겠다는 의지를 기수복에 표현한다.
지난 95년 5월 한국마사회 주최로 열린 “한국 기수복 컨테스트”에서 준비와 심사를 맡았던 권미세 마주(대구미래대 패션디자인교수, 한국의상디자인학회장)는 “외국의 마주복색제도도 검토할 수 있지만 우리의 기수복 제도는 기수 개개인을 스타화 시킬 수 있는 『기수복 실명제』로써 승리에 대한 책임과 의지를 북돋을 수 있다”며, “우리의 경마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려면 국제규정에 따른 복색제도도 연구하고 이를 우리 현실에 응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0인 10색의 개성강한 패션으로 무장한 경마장의 기수들은 유명해지면 이름석자와 함께 자기의 고유한 기수복도 남는다고 한다. 주말 경마공원이 원색의 패션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작 성 자 : 이희경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