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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품 파는 것만큼 좋은 말 얻는다” 일주일에 한번씩 제주도 목장 방문
―다혈질에 뒤끝 없는 화통한 성격, 주위에 지인 많아
―홍대유 기수협회장 재기에 “희색”, 남다른 동기애 과시
이제 1년 1개월 된 새내기 조교사 유재길(40).
항상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는 호호맨이지만 요즘은 유난히 표정이 밝다.
경주 성적이나 마방 운영 등 조교사 업무에 익숙해져서일까?
“아휴∼ 마음껏 먹으면서 일할 수 있다면 뭐든 못하겠습니다. 요즘은 아주 살맛 나요”
기수 시절 60kg을 넘나드는 육중한(?) 몸무게로 마음고생 몸고생이 심했던 유조교사는 이제 먹는 걱정, 다이어트 걱정이 필요 없다며 어느새 불룩 나온 자신의 배를 툭툭 친다.
나온 배 만큼이나 여유도 함께 생긴 유재길 조교사, 뭐가 그리 즐거운지 함께 들어보자.
“휴∼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네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숨은 제대로 쉬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유재길 조교사가 행복 어린 비명을 지르고 있다.
기수 시절 체중 과다로 번번이 경주 출전이 무산돼 경마일, 동료들의 경주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그를 기억하는 기자로서는 바쁘다는 그의 말이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썰렁했던 그의 마방이 어느새 신마들로 꽉 채워졌고 매주 제주도로 내려가 이목장 저목장 다리품을 팔고 있단다.
‘어떤 말이 좀 더 나을까… 누가 더 잘 뛸까… 이 말은 혈통이 좋은 대신 생김새가 별로구나… 체구가 좀 작은데 경주를 뛸 수 있을까… 가격이 좀 비싸구나…’
이런 비교를, 생각들을 해가며 서너군데 목장을 한나절 동안이나 돌아다니고도 섣불리 고르지 못한다는 유조교사. 그냥 물건을 사는 거라면 이런저런 비교 없이 고를 수도 있을텐데, 마주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흡족한 물건(?)을 고르려면 다리품을 팔 수 밖에 없다며 사람 좋게 웃는다.
그래서인지, 처음 마방을 대부 받고 50조에서 온 ‘천기절정’이 데뷔할 때까지 한 달 이상 허송세월을 보냈던 그가 요즘은 뜻밖의 호성적으로 싱글벙글하고 있는데 다 이유가 있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처음 조교사가 되면 가장 걱정스러운 점이 바로 신마 수급이다. 특별히 친분 있는 마주도 없고 의무적으로 누군가 말을 수급해 주는 것이 아니어서 신규 조교사들은 이런 것들 때문에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간 마음 고생을 해야한다.
하지만 평소 화통하고 활달한 성격 덕인지 주위에 사람이 많은 편이어서 유조교사는 처음부터 비교적 출발이 좋았다.
물론 좋은 말은 아니었어도 텅빈 마방을 제법 채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있은 국산마 경매에서도 그는 3마리나 구입했는데, 비록 고가는 아니어도 소신껏 고를 수 있었다며 흡족한 마음을 드러낸다.
요즘 그가 행복한 것은 동분서주했던 마방 운영이 이제야 결실이 보여서 만은 아니다.
더 이상 다이어트 할 필요도 없고 먹고 싶은 음식, 마시고 싶은 술을 양껏 즐길 수 있다는 기쁨 때문이다.
“먹으면서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그의 말과 소박한 일상이 친근하기만 하다.
얼마전 그는 작은 곤욕을 치러야 했다. 바로 능력마 ‘뜰동이’ 때문이다.
21조에서 옮겨 온 ‘뜰동이’는 처음부터 상태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아끼고 세심히 관리하다 경주에 출전시켰는데, 뜻밖의 입상 실패와 종자골 골절로 겨우 3전만에 퇴사해야 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1년 남짓한 시간동안 유조교사 품을 떠난 경주마만 벌써 8마리다.
그중에는 ‘뜰동이’처럼 뜻밖의 사고가 난 경우도 있었지만 수십전을 치르면서 밥값도 못하는 소위 ‘똥말’들도 있다. 물론 마음은 아팠겠지만 팬들에게 좋은 경주력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리라고 짐작된다.
다혈질에 스스로를 ‘못된 성격’이라고 말하는 유조교사. 하지만 그의 주변에는 사람이 많다. 꼭꼭 닫혀진 경마장 생활 속에서도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며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노력하는 그를 어찌 미워할 수 있을까?
경마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그가 언제나 정직하고 환한 모습으로 남을 것임을 믿어도 좋을 것 같다.
<남다른 동기 사랑, “우리 대유 좀 많이 도와주세요∼”>
유재길 조교사의 또 하나 장점은 의리다. 그 중에서도 동기 사랑은 과연 으뜸이라고 평가할 만한데, 최근 2년여만에 기수로서 제자리를 찾은 홍대유 기수협회장이 바로 그와 호형호제하는 11기 동기생이다.
동기의 새출발에 모른척 팔짱만 끼고 있을 유조교사가 아닌데….
“힘 닿는데 까지 도와야죠. 여러분들도 많이 성원해 주세요∼”
기수로서 최고의 위치를 버리고 지난 몇 년간 기수협회 정상화를 위해 애써왔던 홍회장이 대견하고 또 애처롭다는 유조교사.
“혼자 희생한 셈이나 마찬가지에요. 기수들의 권익을 신장하고 공정 경마 시행을 위해 일체의 보상 없이 일한 거잖아요. 이제 협회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으니 자기 일을 찾아야죠. 홍회장에게 파이팅을 보냅니다”
기수 회원이 각종 시비에 휩쓸릴 때마다 대신 나서 문제 해결에 앞장섰던 홍회장을 이제는 유재길 조교사가 도우려 한다.
소속조 마필에 여러차례 기승 기회를 주며 기승감각을 깨워주고 또 많은 대화도 나누는 것.
정상의 기수였던 만큼 그의 훌륭한 재기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며 최근의 상승세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주는 유조교사와 그의 동기 사랑이 마냥 아름다워 보인다.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