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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꾹꾹 찍어 주세요!!”
―낚시·사냥광, 무엇이든 몰두하는게 좋은 진짜 승부사
요즘 임대규 기수는 신났다.
경주로 좁은 줄 모르고 펄펄 날고 있는 그는 지난달에 이어 이번달에도 경마문화가 선정하는 월간 MVP에 선정돼 입이 귀에 가서 걸려 있다.
“항상 열심히 할 테니, 다음달에도 꾹꾹 눌러 주세요”라며 넉살 좋게 웃는 임대규는 팬들이 뽑아주는 상이 더 좋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는다.
당당해서 더욱 아름다운 기수 임대규, 그와 그리고 그의 경마장 생활을 엿보자.
“전 콤플렉스가 없어요”
매사 자신만만한 임대규. 그는 세상에 무서울 것도, 또 아쉬울 것도 없는 사람이다.
어렸을 때, 작은 키 때문에 놀려대는 친구들이 있으면 코피 터지게 싸우며 콤플렉스를 자랑으로 바꿔놓은 그다. 기수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체중감량이 필요 없는 자신의 신체 조건에 더 없이 만족하기도 한다. 살면서 이런 저런 어려움에 닥칠 때면 더 좋은 일이 생길 징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독여 왔다.
경주 성적이 좋지 않을 땐 그냥 잊고 자는 게 상책이고, 스트레스가 쌓일 때면 풀어버려야 직성이 풀린다.
사람사이에서 지치고 피곤할 땐, 낚시와 사냥이 제일 좋다.
밤새도록 잡았다가 아침 되면 놔주는 물고기는 도대체 왜 잡는지 그 마음을 좀처럼 헤아릴 수 없는 기자가 우문을 했다. 왜 낚시를 하느냐고 말이다.
“고기는 잡는 것보다 잡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더 즐거운 걸 모르세요? 왜 고기가 안 잡힐까... 어디에 고기가 많을까... 찌를 바꿔 볼까... 옆 사람은 미끼로 뭘 사용할까... 이런 생각들을 하며 낚시대 앞에 앉아 있다보면 거기에 몰입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재미있다. 고기를 낚는 게 아니라 세월을 낚는 거라는 강태공의 말처럼, 기수 임대규는 치열한 경마장 생활을 벗어날 때면 제법 정적인 자세로 인생을 관망할 줄 아는 것 같다.
임대규는 어렸을 때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였다. 6살때부터 시작해 초등학교 3학년까지 선수로 활약했다. 스케이트를 비롯해 다양한 스포츠를 어렸을 때부터 경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의 아버지 덕이 크다.
작은 키의 그가 걱정됐는지 아버지는 어린 그를 스케이트장으로, 축구장으로 부지런히 이끌었고 집안에는 펀치볼까지 매달아 놓고 틈틈히 그를 단련시켰다.
해병대 출신인 그의 아버지는 남자답지 못한 것, 비겁한 것, 그리고 나약한 것을 가장 싫어 하셨단다. 이때부터 임대규의 남다른 승부욕과 다부진 체력이 길러진 것 같다.
남자다운 임대규도 아주 가끔 눈물을 흘릴 때가 있다. 지난 94년 애마 ‘지구력’으로 그랑프리를 제패했을 때다. 수많은 명마들을 만나고 떠나보낸 그였지만 ‘지구력’은 영원히 잊지 못할 애마 중의 애마로 그의 기억속에 남아 있다.
최고의 전성기를 뽐내는 임대규지만 어쩐지 만년 2인자라는 인상도 없지 않다.
소속조의 ‘클래식리절트’가 번번이 ‘신세대’라는 라이벌에게 패배했던 것처럼 그 역시 박태종이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가 갓 데뷔했을 때였어요. 저는 한창 잘 나가는 기수였고 당시 태종이는 중하위권에서 맴돌 때 였죠. 그때도 전 태종이가 무서웠어요. 선수 눈에는 선수가 보인다잖아요. 무섭게 노력하고 철저하게 자기 관리하는 그를 보면서 언젠가는 정상에 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임대규는 장점이 많다. 그중에서도 긍정적인 사고 방식, 진취적인 생활 태도, 그리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은 최고다.
어린 후배들한테 인기가 좋은 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전 스물다섯살 이후로 시간이 멈춘 것 같아요. 항상 그때의 마음가짐으로 생활하고 있죠”
우리 나이로 벌써 서른 일곱인 그는 얼굴만큼이나 마음도 젊다. 그만큼 사고의 폭이 넓고 열려 있다는 증거다.
매년 50승 이상씩 꼬박 채우며 정상질주를 하고 있는 임대규의 거창한 포부가 궁금하다.
“14조 조교사 할 거에요(웃음)” 지난 91년부터 11년째 둥지를 틀고 있는 14조에 대해 임대규는 유독 애착이 강하다. 조교사와 말들, 그리고 마방 식구들이 이젠 서로 한식구, 한몸같다. 지난 98년 합류한 후배 함완식도 마찬가지다.
말과 함께 할 수 있어 이 일이 더 좋다는 임대규. 스스로를 모난 사람이라고 평하지만, 우리 시대 최고의 승부사이자 과천의 별인 그를 누가 미워할 수 있을까?
이례적으로 네티즌들이 2회 연속 MVP로 선정한 것도 그를 최고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 하는 작은 거인을 위해 한번쯤 예시장에서 “화이팅! 임대규”를 외쳐 보자.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