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에서 교배까지 ... 종부의 전과정

바야흐로 종부의 계절이 돌아왔다.
일반적으로 경마를 혈통의 스포츠라고 일컫는다. 물론 좋은 혈통끼리 종부한다고 해서 반드시 훌륭한 경주마가 생산되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혈통이 갖는 장점을 상호 보완해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종부의 궁극적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경주마를 생산, 육성하는 한국마사회와 민간목장의 입장에서 종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준비된 씨암말을 고르는 시정
씨암말 시집가는 날.
씨암말이 종부를 위해 원당목장으로 오는 경우는 두가지다.
교배기에 원당목장에 입식하여 교배 적기를 기다리는 경우와 각 민간목장에서 나름대로 시정 및 검사를 통해 교배 적기라고 판단하고 교배를 위해 온 경우가 그것이다.
원당목장에서 입식하여 교배 적기를 기다리는 씨암말들은 오전 7시 시정마(시정에 사용되는 대체마)와의 만남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시정이란 대체마를 통해 씨암말의 발정을 돕고 점검하는 과정. 시정 과정에서 자칫 소중한 씨수말이 상처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대신 시정마가 각 마방에서 대기하고 있는 씨암말들을 일일이 돌아보며 발정 상태를 점검한다. 이 과정에서 교배 적기가 된 씨암말들은 꼬리를 치켜 세운다든가 오줌을 싸는 등의 반응을 표시하는데 발정 상태가 좋은 씨암말의 마방에서는 시정마와 씨암말이 서로 애틋하고 진한 눈빛(?)을 주고받아 관리사들이 애를 먹는 반면 발정 상태가 좋지 않은 씨암말의 마방에서는 그야말로 썰렁한 분위기가 감돈다. 이러한 애틋함과 썰렁한 반응의 차이. 이것이 바로 시정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시정을 통해 우선 수시로 씨암말들의 발정 상태를 면밀히 체크한다. 시정을 통한 발정 상태의 체크. 그것은 또한 씨수말 보호를 위해서도 필수적인 준비 사항이다. 발정 상태가 좋지 않은 씨암말과 교배할 경우 자칫 교배 과정에서 씨수말이 상처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씨수말과 씨암말의 안전하고 확실한 교배를 위한 1차관문인 시정. 시정마의 도움으로 우선 발정 상태가 양호한 씨암말이 선발된다.

-초음파 검사를 통해 준비된 씨암말을 고른다.
매일 아침 이러한 시정의 과정을 통해 어느 정도 발정 상태를 표시해 교배 적기라고 판단된 씨암말들은 2차로 초음파 검사를 받게 된다. 그리고 입식 씨암말들이 초음파 검사를 받는 시간이 되면 각 민간목장에서 자체적으로 시정 등의 검사를 통해 교배 적기라고 판단된 씨암말들이 원당목장으로 하나둘씩 모여든다.  
씨암말 교배 적기의 최종 판단은 원당목장의 초음파 검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말은 봄철에 발정하는 계절 번식동물이기 때문에 요즘과 같이 아직 겨울의 여운이 남아있는 시기에는 발정 상태가 좋아 보인다 하더라도 난포가 아직 교배 적기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다. 말의 발정주기는 약 21일. 그 중 임신이 가능한 발정기는 약 5∼7일, 휴지기는 약 보름 정도다.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임신이 가능한 정확한 발정기를 찾는 것이다. 일부 민간목장에서도 초음파 검사를 통해 정확한 씨암말의 건강과 발정 상태를 검사하기도 하지만 말이 워낙에 민감한 동물이고 아직까지는 대부분 시정마를 통한 발정 검사로 교배 적기를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초음파 검사에서 교배가 부적절한 말로 판명받는 씨암말들이 생각보다 많다. 더욱이 상대적으로 씨수말이 대접받는 경주마 생산의 세계다 보니 많은 수의 씨암말들이 제짝을 만나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는 헛수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 기자가 찾아간 날도 수많은 말들 중에 1차로 시정을 통해 선발된(?) 10여필 중에 교배에 성공한 씨암말이 고작 3필이었으니, 씨암말이 시집가기란 그야말로 농촌 총각이 장가가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수한 국산 경주마를 꿈꾸며...
원당목장의 초음파 검사는 단순히 교배 적기를 찾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임신이 잘 되지 않거나, 유산이 잦은 씨암말 등 소위 문제마를 치료하는데도 초음파 검사는 유용하게 이용된다. 특히 자궁에 염증이 있거나. 자궁이 약해 임신에 문제가 있는 씨암말들의 경우, 발정기때에만 경관이 열리기 때문에 자궁 세척 등의 치료는 종부시즌에 이루어지게 된다. 한마디로 씨암말들에게 초음파 검사소는 산부인과와 같은 곳이다.
어쨌든 시정과 초음파 검사. 이 모든 관문을 통과한 씨암말에 한해 교배가 이루어진다. 교배장에는 씨암말이 먼저 와서 씨수말을 기다리게 된다. 교배가 최종 확정된 씨암말은 소독을 거쳐, 키킹 부츠(일명 코끼리발)라는 신발(?)을 신는다. 철저한 준비와 검사를 거쳤지만, 발정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나 처녀말의 경우 교배시 뒷발질로 씨주말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씨암말의 모든 교배준비가 끝나면 멀리서 괴성과 함께 날뛰는 씨수말이 불리워지고 씨수말과 씨암말의 짧고 민망한(?) 만남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성공적으로 교배가 끝나고 배란 후 보름 정도가 지나면 임신여부의 확인이 가능해진다.
우수한 국산마의 생산은 한국 경마 발전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씨암말이 시집가는 날, 제2의‘새강자’, 제2의‘자당’의 꿈이 영글고 있다.

【권현 기자 knhn@krj.co.kr】